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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김찬경 회장님, 정말 영화처럼 사셨군요

저축은행회장님의 영화 같은 인생역정

[취재파일] 김찬경 회장님, 정말 영화처럼 사셨군요
범상치 않은 뉴스는 농담처럼 여겨질 때가 있습니다.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의 밀항 소식도 그랬습니다. 이미 해외로 나갔다는 첩보도 아니고, 밀항하다 체포됐다니. 몇 차례 확인에 확인을 거듭하고 나서야 '김찬경 회장 밀항 시도 중 체포' 소식을 단독 보도할 수 있었습니다.

'김찬경'이라는 사람이 궁금해졌습니다. 어떻게 살아왔길래 영업 정지 결정이 내려지기 직전, 중국 밀항선을 탈 정도의 심장을 키울 수 있었을까. 행적을 살펴보니, 밀항 전에도 이미 영화처럼 살아오신 분이었습니다.

먼저 ‘가짜 서울대 법대생' 소식이 귀에 들어왔습니다 (이 소식을 뉴스에서 전한 선배 기자는 당시 사건이 보도된 신문 기사까지 찾아냈습니다). '서울의 봄' 이후 혼란했던 대학가에서 가짜 서울 법대 복학생 노릇을 하며 친목 모임까지 주도했다는 겁니다. 결혼식에도 당시 서울 법대 모 교수를 주례로 모셨다고 합니다. 결국 지금은 전현직 검찰 고위 간부가 된 서울 법대생 몇 명이 졸업 앨범을 만드는 과정에서 김 회장이 가짜 학생이라는 점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김 회장 아들의 '만취 벤츠 강남 무법 질주 사건'도 새삼 주목을 받았습니다. 지난 해 6월 당시 서울의 한 구청에서 공익근무 요원으로 있던 김 회장의 아들이 벤츠 승용차를 몰고 서울 강남의 도로를 폭주해 차량 8대를 들이받은 사건입니다. 혈중 알코올 농도 0.173%(면허 취소 기준이 0.1%입니다)의 만취 상태였던 김씨는 경찰에서 "우리 아버지가 미래저축은행 회장이다!"라고 밝혔다고 하더군요. 벤츠 승용차도 아버지가 리스해 준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합니다. 김씨는 결국 불구속 기소됐는데, 사건 수습 과정에 미래저축은행 직원과 변호사들이 경찰서를 드나들었다고 당시 사건을 처리한 관계자는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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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건재 고택(建齋 古宅)'을 둘러싼 사건들도 수상쩍습니다. 김 회장이 이 곳을 별장으로 사용하게 된 경위부터가 의심스럽습니다. 2009년 이 집의 소유주였던 이모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이 씨의 일가족 등은 미래저축은행에 81억 원의 빛을 지고 있었습니다.

대출 담보는 중요 민속자료 233호인 '건재 고택'. 조선 후기 대학자 추사 김정희의 처갓집이자,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도 등재 신청된 중요 문화재인 이 집은 이 씨의 사망과 함께 김찬경 회장이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소유권 변동 현황을 보면 김 회장은 이 집의 명의를 잠시 아들(강남 대로에서 사고 친 바로 그 사람) 명의로 바꿔놓기까지 하더군요. 금융 당국 관계자는 이 과정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해 시정조치를 명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명의를 돌려놓은 뒤에도 김 회장은 은행 담보인 이 집을 밀항 시도 직전까지 별장처럼 사용했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근처에 김회장이 차명 소유한 골프장이 있어 주말마다 내려와 휴식을 취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집 근처에서 또 하나의 영화 같은 사건이 발생합니다. 4월 8일, 김 회장이 현금 56억 원을 들고 아산 건재 고택에 내려와 잠을 자는 사이, 고택 관리인이 차 유리를 깨고 56억 원을 훔쳐 달아났다고 김 회장 측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관할 충남 아산경찰서에는 김 회장 말고 다른 사람이 3500만 원만 도난당했다고 신고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고 언론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유상 증자 자금으로 돈을 가져갔다는데 그 돈을 굳이 왜 시골로 갖고 내려가냐고. 서울서 하면 되지. 그 점도 의심스럽고.."하며 김 회장이 빼돌린 돈을 숨기기 위해 자작극을 펼친 것 아니냐는 의심도 했습니다. 진실은 돈을 가지고 도망갔다는 관리인이 잡히면 드러나겠죠.

김찬경 회장의 영화 같은 인생, 지금까지도 충분히 시선을 끌만했고, 충분히 씁쓸했습니다. 앞으로도 김찬경 회장이 어떤 진술을 하느냐에 따라 영화 같은 일이 더 벌어질 수도 있겠죠. 정관계의 유력 인사들이 줄줄이 검찰청에 불려오는 장면 말입니다.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으면 좋겠지만, 피하고 싶은 일은 반드시 일어나고 마는 게 또 영화의 법칙인 것 같습니다. 김찬경 회장 주연의 영화의 막바지가 얼마나 더 드라마틱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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