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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고령 운전자는 사고를 더 많이 낼까?

65살 이사 운전자 130만명…대책은

[취재파일] 고령 운전자는 사고를 더 많이 낼까?
지난 1일 서울의 한 지하철 역에서 조금 황당한 교통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승용차 한 대가 지하철역 출입구 계단으로 돌진하다 아슬아슬하게 멈춰선 겁니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고 운전자도 무사했습니다. 승용차 운전자는 72살 어르신이었는데 음주 운전도 아니었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운전자는  "건물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길로 착각했다"고 말했습니다.

고령 운전자가 이런 황당한 사고를 냈다고 젊은 운전자들 보다 사고율이 과연 높을까요? 통계를 보면 2010년 기준으로 65살 이상 운전자들이 낸 사고는 12,623건입니다. 20대 운전자들이낸 사고는 36,629건 입니다. 65살 이상 면허 소지자가 130만명, 20대 면허 소지자는 452만명입니다. 간단한 나눗셈을 하면 1명당 교통사고를 낸 숫자가 나오는데요.65살 이상은 1인당 0.009건의 사고를,  20대는 1인당 0,008건의 사고를 낸 셈이 됩니다. 고령 운전자가 조금 높긴 하지만 이 정도면 훨씬 사고를 많이 낸다고는 할 수 없겠습니다.

다만 고령 운전자의 사고 건수는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 좀 다른데요. 최근 10년 사이 65살 이상 고령 운전자 수는 30만명에서 130만명으로 4배 넘게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전체 교통사고가 2배 정도 느는 동안
고령 운전자들이 낸 사고는 6배 넘게 급증했습니다. 특히 고령인 어르신들의 특성상 사망사고가 많은데요.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가운데 33%를 고령자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고령 운전자들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일반적으로 신체기능이 저하되면서 시력이나 순간 대처 능력이 젊을때보다 떨어질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이야깁니다. 실제로 고령 운전자들에 대한 설문조사를 해보면 세명 가운데 한명은 도로 표지를 보거나 경적소리를 듣는게 어렵고, 10명 중 8명 가까이는 돌발상황 대응 능력이 떨어진다고 스스로 답했습니다.

버스나 택시, 화물차 같은 사업용 차량 운전자들은 신규 정밀 검사를 받게 돼 있는데요. 고령층의 불합격률은 21%로 평균 불합격률 4.7%의 4배를 넘었습니다. 우리보다 고령화 속도가 빠른 일본에서는 70살 이상 노인 운전자의 경우, 운전면허 갱신을 할때 별도의 인지 능력 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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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도 사업용 차량을 모는 고령 운전자에 대해 우선적으로 정밀검사제 도입을 추진해왔는데요. 65살 이상은 5년, 70살 이상은 3년 마다 시각 인지와 기억력 검사 등을 받게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별도 프로그램을 개발 완료한게 2008년 인데요. 그러나 고령자 차별이라는 반론에 부딪히면서 4년째 실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고령 운전자가 자발적으로 운전면허를 반납하면 대중교통 할인혜택을 주는 방안도 마찬가지 이유로 2년 전 백지화 됐습니다. 이 제도 역시 일본에서 현재 시행중인 제도입니다.

일본에서도 고령 운전자 관련 제도를 시행하면서 적지 않은 반발이 있었다고 합니다. 당장 고령 운전자 기준을 몇살로 할 것인가 부터가 문제입니다. 일본은 70살, 우리는 65살, 미국 일부 주에서는 69살을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개인별로 신체 능력 정도와 노화 정도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인 나이 기준을 잡는 다는게 쉬운 일이 아니겠죠. 

나이가 들어도 운전대를 놓을 수 없는 많은 운전자들이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지하철이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더 힘들수 밖에 없을 겁니다. 하지만 고령 운전자에 대한 규제나 별도 검사는 필요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동시에 있습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일은 아닌 것 같고 일종의 사회적 합의를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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