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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중국 인권운동가 탈출에 난감한 미-중

[취재파일] 중국 인권운동가 탈출에 난감한 미-중
가택연금 상태에 있던 중국의 시각장애인 인권 운동가, 천광청 변호사가 최근 베이징의 주중 미국대사관으로 탈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천 변호사의 신병처리 문제를 놓고 미국과 중국 간에 미묘한 갈등이 생겼습니다.

천광청 변호사는 중국 당국으로부터 수년 간 집중 감시를 받아 온 대표적인 반체제 인사이자 인권운동가입니다. 지난 1971년 산둥성 린이시에서 태어난 천 변호사는 5살 때 열병을 앓고 시력을 잃었습니다. 안마사와 침구사로 생계를 이어가다 농민과 장애인의 처지에 울분을 느껴 독학으로 변호사가 됐습니다.

이후 '한 자녀 정책'을 위해 중국 당국이 행한 강제 불임수술과 낙태수술 등 각종 인권유린 실태를 고발하면서 유명해졌는데요, 특히 지난 2005년 산둥성 관리들이 여성 수천 명에게 강제 불임수술을 시키고 만삭의 임신부까지 강제 낙태수술을 시킨 사실을 폭로하고 소송을 제기하면서 중국 당국의 미움을 샀습니다. 중국 당국은 이듬해 천 변호사에게 징역 4년 3개월 형을 선고했고, 천이 형을 마치고 출소한 뒤에도 수십  명의 감시인을 동원해 천 변호사와 가족들을 철통 같이 감시해왔습니다.

천 변호사의 탈출은 한 마디로 기적적인 탈출이었다는 평가인데요, 달빛이 없던 지난 22일 밤, 감시요원이 마실 물을 뜨러 간 10초의 시간을 이용해 다른 방으로 옮긴 뒤 뒷담을 넘어 탈출에 성공했습니다. 천 변호사는 두 달 전부터 탈출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하루 종일 방 밖으로 나가지 않고 생활하면서 며칠씩 모습이 보이지 않아도 감시요원들이 이상하게 여기지 않도록 했습니다. 부인 역시 천 변호사가 탈출한 뒤에도 평상시처럼 행동하면서 감시요원들이 나흘 동안이나 천 변호사의 탈출 사실을 몰랐습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인 천 변호사가 폐쇄회로 TV가 설치돼 있고 수십 명이나 되는 감시요원의 눈을 피해 탈출하기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도와준 사람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현재 당국에 체포된 형 천광푸와 조카 천커구이가 탈출을 도왔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집 밖으로 탈출에 성공한 천 변호사는 이후 인권운동가와 지지자들의 도움으로 20시간에 걸쳐 5백 킬로미터 떨어진 베이징에 잠입했으며 지난 27일 주중 미국대사관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천 변호사의 탈출을 도운 인권운동가들이 잇따라 중국 공안당국에 구금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여성 인권운동가로 천 변호사를 차로 고향인 산둥성 밖으로 빼낸 허페이룽과 베이징에서 은신처를 제공한 학자이자 인권운동가인 궈위산은 현재 당국에 구금된 상태입니다. 베이징의 유명한 시민운동가로 지난주 초 자신에게 붙은 정부 경호원을 따돌리고 천 변호사를 만났던 후자라는 사람 역시 체포돼 24시간 동안 심문을 받고 풀려났습니다.

특히 후자를 만난 천 변호사는 원자바오 총리에 대한 세 가지 요구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찍기도 했는데요,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동영상에서 천 변호사는 미국 망명을 신청하지는 않겠다면서 중국에 근본적인 변화의 시기가 오고 있다며 계속 중국에 남아 싸우겠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의 인권운동가들은 지난 18개월 동안 천 변호사를 만나려 했지만 모두 무산됐는데요, 지난해에는 영화 홍보차 중국을 방문한 미국 배우 크리스천 베일이 천광청을 만나러 갔다가 공안에 쫓겨나기도 했습니다. 중국의 인권 운동가들에게 이번 천 변호사의 성공적인 탈출은 매우 고무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천 변호사의 탈출과 미국 대사관 진입으로 미국과 중국 모두 난감한 상황에 빠졌는데요, 그 동안 미국은 천 변호사의 가택연금에 상당한 우려를 표명해왔습니다. 특히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여러 차례 중국 측에 천 변호사의 석방을 요구해왔습니다. 하지만 막상 천 변호사가 탈출에 성공해 미 대사관에 들어간 이후엔 미국과 중국 모두 말을 아끼며 조심스러운 모습입니다. 특히 미국 정부는 북한과 이란 핵문제, 시리아 사태 등 중국과의 외교적 협의가 중요한 시점에서 민감한 문제가 터졌다며 고민에 빠졌습니다. 커트 캠벨 국무부 차관보가 중국에 급파된 가운데 5월 3일부터 베이징에서 열리는 미중 전략대화에서 양국간의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되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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