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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테마주의 끝은 어디인가?

총선후 일제히 상한-하한가…변동폭 지나쳐

[취재파일] 테마주의 끝은 어디인가?

제19대 국회의원 선거가 새누리당의 승리로 마무리되면서 오늘(12일) 국내 증시의 정치테마주가 뚜렷하게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

총선을 진두지휘한 박근혜 위원장에 힘이 실릴 것이란 전망에 그동안 이른바 박근혜 테마주로 분류됐던 종목들의 주가가 일제히 급등했고, 반면 민주통합당의 부진으로 문재인 테마주는 급락했다. 방향을 상실한 야권의 대안은 결국 이번 선거에서도 여러 방식을 통해 꾸준히 영향력을 발휘해온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 속에 안철수 연구소 주가도 치솟았다.

박근혜 테마주는 EG, 보령메디앙스, 아가방컴퍼니, 비트컴퓨터 등 여럿이 거론되고 있는데 장 초반부터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안철수 연구소는 상한가를 쳤고, 솔고바이오도 마찬가지로 급등했다. 문재인 테마주로 분류되는 바른손, 유성티엔에스, 우리들생명과학, 우리들제약 등은 가격제한폭까지 추락, 장 막판까지 약세를 지속했다

정치인 테마주가 금융당국의 강력한 단속의지에도 불구하고 계속 활개를 쳐온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총선 결과에 따라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예견됐지만, 등락폭을 보면 너무 지나치다는 감을 지울 수 없다. 막연한 기대감만으로 몰려든 개미투자자들의 손실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투자가 아니라 투기다, 실적과 무관한 움직임은 나중에 피해로 돌아온다.'는 증권가와 언론, 금융당국의 계속된 경고에도 테마주는 아랑곳하지 않고 급등락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특히 스페인 재정위기 등 유럽악재가 재 부각되고 중국 성장률 둔화 등 대외적인 불안요인이 여전하고, 북한이 로켓 발사를 강행하겠다고 예견하면서 코스피가 계속 부진한 상황을 보이는 가운데, 이 같은 테마주의 급등세는 ‘일시적인 일이려니..’ 하고 넘어갈 수준을 지나친 듯 하다.

게다가 총선이 끝났다고 해서 테마주가 사라질까. 그게 아니다. 앞으로는 총선 테마주가 대선 테마주로 이름만 바꿔 연말까지 계속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다. 주식시장을 왜곡하고 혼탁하게 만드는 큰 요인이 아닐 수 없다.

정치 테마주가 기업 가치와 상관없이 특정 정치인과의 인맥 등 막연한 기대감에 주가가 오르내리고 있는데, 테마주로 엮인 이유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곰곰 생각해보면 얼마나 황당한지 새삼 깨닫는다. 다들 '누구누구 테마주'라고 언론에서도 계속 일컫다보니 그러려니 하지만, 본질은 그 정치인과 연관성도 없는 경우가 많고, 근거도 너무나 미약하다.

               



박근혜 대표의 복지공약 때문에 대표적인 정치인테마주로 엮인 보령메디앙스와 아가방 컴퍼니. 하지만 생각해보자. 우리나라 어떤 정당, 어떤 정치인이 저출산 해소하지 않겠다고 하나. 보육관련 정책은 박근혜 대표 뿐 아니라 지금도 쏟아내고 있고, 앞으로도 누가 집권해도 그럴 것이다. 이들 기업의 실적이 근본적으로 좋아지려면 출산율이 획기적으로 높아지고, 국내 뿐 아니라 외국에 수출을 늘린다던지 그런 실질적인 경영 관련 움직임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문재인 테마주로 엮인 우리들제약과 우리들생명과학도 마찬가지다. 최대주주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주치의라는 이유로 한배를 타기 시작했는데, 과연 그럴만한 연결고리가 될 수 있을까? 또 조광페인트의 경우 대표가 문 고문의 출신 고등학교 경제인 모임 회원이라는 이유로 편입됐다.

인맥, 학연, 지연 강조하는 우리나라 정서상 유력 정치인의 후광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고 인정한다 치자. 사회적인 투명성이 한참 떨어지던 몇 십 년 전도 아니고, 과연 지금이 개인적 친분을 내세워 대놓고 기업을 밀어주거나 끌어주는게 가능하기나 한 시대인가?

때문에 결국 이런 테마주들은 해당 기업들이 만든 것도, 개미 투자자들이 만든 것도, 증권사들이 묶은 것도 아니다. 증권 관련 사이트, 게시판을 통해 주가를 띄워 한 몫 챙겨보려는 의도에서 소문을 올리고 확산되는 걸 즐기는 주체가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일부를 최근 금융당국이 적발하기도 했는데,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세력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실이 이러한데도, 테마주는 또 다시 유형을 바꿔 변신하는 모양새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3강 구도로 진행되던 정치테마주에 '당선자 테마주'라는 새로운 형태가 등장했다. 19대 국회의원 당선자가 최대주주로 있는 기업이나 가족관계에 있는 기업들의 주가가 강세를 보인 것이다. 신경민 전 MBC 앵커의 처가 기업으로 알려진 우성사료, 재선에 성공한 김세연 의원이 최대주주로 있다는 동일벨트, 고희선 농우바이오 회장이 국회 입성에 성공하며 해당기업 주가가 들썩였다. 아마 앞으로도 이벤트만 생기면 이런저런 인맥으로 테마주는 세분화되고 더 숫자를 늘려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대북관련 테마주도 기승을 부린다. 대표적인 것이 방산주. 실제로 북한의 도발이 알려지면 항상 불안 심리에 실적개선 기대감에 방산주가 오르는 전통적 경향이 있다. 하지만 최근엔 방산주도 테마주처럼 들쑥날쑥한 주가 흐름을 보이는 일이 잦다. 오늘(12일)도 장 초반만 해도 급등세를 보였던 방산주는 북한관련 로켓 소식에 아무 달라진 것이 없는데도, 장 후반에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요새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에게 테마주에 대해 질문하면 비슷한 답변이 돌아온다.

"실적과 무관하게 급등락을 반복하는 것은 반드시 위험성이 존재한다."
"근거 없이 움직이기 때문에 우리도 논평하기 어렵다. 분석도 사실 하지 않는다."
"테마주에 투자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투자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조언들, 한 번 더 귀담아둘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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