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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독점기업의 자발적 휴업, 속사정은?

[취재파일] 독점기업의 자발적 휴업, 속사정은?

국내 유일의 독점 기업
하루 평균 고객 8000여 명,
하루 평균 매출 30억 원
2011년 영업이익률 38.6% 

강원랜드 카지노를 설명하는 몇 가지 수식어들이다. 국내 유일의 내국인 카지노라는 독점적 지위, 막대한 하루 매출, 거기에 그 매출액의 40% 정도가 영업이익으로 남는 기업. 그래서 국내 유가증권 시장 상장 업체 가운데 영업이익률 1위(연결실적 기준)를 자랑하는 우량기업(?) 강원랜드가 지난 10일 자발적으로 하루 임시 휴장에 들어갔다. 지난 2000년 카지노 개장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벌어들이는 돈이 고스란히 이익이 되는 기업이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하루 영업을 포기해야 했던 속사정은 무엇이었을까?  

강원랜드 카지노의 하루 영업시간은 20시간. 오전 10시에 시작해서 다음날 아침 6시까지 이어진다. 그래서 오전 10시면 카지노 입구는 항상 북적인다. 카지노 좌석은 사전에 신청을 받아 추첨으로 배정되지만 고객들은 조금이라도 더 빨리 게임에 몰두하기 위해, 또는 혹시 생길지 모르는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영업 개시 한참 전부터 카지노 입구로 몰려든다. 카지노가 생긴 이후 변함없는 광경이다.

그러나 지난 10일에는 이런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영업 개시 시각인 오전 10시에도 카지노 입구 주변에는 한산했고 출입구엔 셔터가 굳게 닫혀 있었다. 카지노와 연결돼 있는 호텔 라운지와 식당, 커피숍까지 한가했다. 지금까지 전례 없는 현상에 호텔과 식당 직원들은 여유를 즐기기도 했지만 어색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같은 시각, 카지노 내부는 고객이 없어도 아주 분주했다. 국제적으로 카지노 게임기와 기구를 검증하는 기관인 GLI (Gaming Laboratories Inetrnational), 한국기계전기전자 시험연구원(KTC) 등 국내외 전문가 27명과, 강원랜드가 임시로 구성한 비상대책위원회 위원 등 48명이 카지노 내부를 샅샅이 살피고 있었다. 게임 테이블마다 놓여 있는 셔플머신에 이상은 없는지, 승인된 부품 이외에 다른 부착물은 없는지, 머신 기기의 게임프로그램 칩이 교체되거나 손을 댄 흔적이 없는지, 카지노 영업장의 바닥과 벽면, 천장에도 수상한 것이 없는지 꼼꼼히 살피고 주파수를 측정했다. 제 3의 몰래카메라가 영업장에 설치돼 있는 것은 아닌지, 불법 부착물로 게임기를 조절하는 것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이들은 10일 오전 8시부터 11일 새벽 2시까지 꼬박 18시간을 카지노에서 보냈다. 점심과 저녁도 그 곳에서 해결하면서 말이다.

카지노 사상 초유의 휴업사태는 이미 보도된 대로 몰래카메라 사기도박 때문이었다. 그 발단은 어이없게도 몰래카메라 자작극이었다. 지난 달 26일 바카라 테이블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게임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 가운데 한 명이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카드박스(슈박스)를 들고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가 향한 곳은 카지노 고객센터. 그의 일행들도 뒤따라 도착했고 고객센터에서는 카지노 직원들과 이들 간의 몸싸움이 벌어졌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돈을 잃으면서 알게 된 사이로 몰래카메라로 사기도박을 벌이려 했었다.

장비 기술자에게 의뢰해 몰래카메라를 만들어 평소 알고 지내던 강원랜드 직원을 통해 게임장에 들여놓았다. 그러나 기술적인 문제 등으로 여의치 않게 되자 오히려 강원랜드에게 누명을 씌우려 했다. 강원랜드 게임장에서 몰래카메라가 발견된 것처럼 상황을 연출해 강원랜드가 오히려 사기 도박을 해오고 있는 것처럼 만들고 난 뒤 이를 무마하는 조건으로 돈을 받아내려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실패로 끝난 이들의 어설픈 시도는 아이러니하게도 강원랜드가 모르고 있던 또 다른 몰래카메라 사기도박단의 실체를 강원랜드에게 알려주는 계기가 됐다. 이들을 도와 몰래카메라를 게임장에 반입했던 직원들은 이들 외에도 또 다른 사기 도박단의 몰래카메라를 게임장에 넣어줬고 그 대가로 돈을 받아오고 있었다. 지난 2009년부터 3년 동안이나 말이다.


                 



바카라 게임은 플레이어와 뱅커 두 곳에 베팅을 하고 각각 2장에서 3장씩 카드를 받고 숫자의 합이 높고 낮음으로 승부를 가리는 게임이다. 카드 2-3장만 미리 알아도 승률을 크게 올릴 수 있는 게임이다. 이들은 바카라 카드가 담겨있는 카드박스 밑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하고 카지노 밖 차량에서 수신기를 통해 카드를 미리 읽은 뒤 카지노 내부의 자기 편에서 매 게임마다 알려주는 방식을 사용했다. 몰래카메라의 배터리 수명이 길어야 이틀 정도 밖에 안 돼 이들은 적게는 1달에 1번, 많아야 4번 정도씩만 카메라를 작동시키며 사기도박을 벌여 왔다. 딴 돈의 10% 정도는 강원랜드 직원들에게 수고비로 돌아갔다. 주범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해외로 도피해 있기 때문에 강원랜드 직원들의 진술에만 의존해 알아낸 수법과 규모지만 이들은 이런 식으로 10억원 넘게 돈을 딴 것으로 추정된다.

강원랜드 카지노는 개장 이후 해마다 직원 비리가 발생했다. 직원들 눈앞에서 하루 종일 고액의 현금과 칩이 오가다 보니까 나쁜 마음이 생기는 건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다. 그래서 강원랜드는 직원 교육에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왔다. 동시에 그들을 감시하고 사고를 예방하는 시스템 개발과 장비 설치에도 많은 비용을 지불해 왔다. 그러나 ‘열 명이 도둑 하나 못 막는다’고 직원 비리는 되풀이돼 왔다. 2006년 이후 해마다 한두 건씩 직원 비리가 동료 직원이나 모니터 팀에 의해 적발됐다. 딜러가 환전한 돈을 몰래 빼돌린다거나, 고객이 내놓은 고액 수표를 저액수표로 바꿔치기하거나, 환전소 직원이 돈을 몰래 숨겨 나오는 것 등이 대표적인 수법이었다. 지난 해까지 적발 건수가 10건. 그러나 갈수록 수법이 교묘해지고 대담해졌다.

이번 몰래카메라 사건이 기존의 것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게 강원랜드 경영진의 생각이다. 단순히 돈을 훔친 것이 아니라 직원이 고객과 공모해 게임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속임수가 승패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확률에 따라 무수히 많은 게임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수익을 내는 구조인 카지노 영업에 속임수가 개입되면 카지노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게 된다. 외부에서 카지노를 바라보는 불신의 폭과 깊이가 기존과는 다르다는 것도 강원랜드가 임시 휴장이라는 고육책 카드를 선택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게 했다. 강원랜드는 사행성감독위원회(사감위)로부터 규제를 받고 있는데 지난해 사감위가 제시한 매출총량을 초과해 임시휴장(블랙데이)을 권고 받았지만 따르지 않았던 터라 이번 사태를 인식하는 강원랜드의 위기감을 엿볼 수 있다.

카지노 영업을 하루 쉬고 대규모 점검을 벌이던 그 날 같은 시각에, 강원랜드는 직원 자정 결의대회를 열었다. 선언문을 낭독하고 직원 개개인으로부터 청렴서약서까지 받았다. 이는 몰래카메라 사건이 터진 뒤 곧바로 본부장과 집행이사들이 일괄 사표를 내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한 것과 함께 강원랜드가 이번 사태를 얼마나 위기로 인식하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시그널이기도 하다. 위기의 순간을 얼마나 자기반성의 계기로 잘 활용하는지, 비슷한 유형의 비리가 재발하는 것을 막도록 어떻게 준비하는지 강원랜드를 바라보는 눈초리가 매섭다. 만에 하나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하루 휴업으로 날려버린 30억 원은 강원랜드가 앞으로 더 치러야할 추가 비용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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