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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어떻게, 새누리당이 이겼나?

4.11 총선 당일 아침, 수도권 새누리당 후보자들의 참모진들은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아침부터 투표장에 2-30대가 많이 보인다", "하늘에 맡겨야겠다", "피가 마른다"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의 선거 결과는 각 후보의 캠프 참모진들이 예견했던 대로 새누리당의 패배였습니다. 그러나 새누리당 지도부나 당직자들은 '그만하길 다행이다'라는 반응이 주였습니다.

새누리당은 이번 총선에서 서울은 강남 3구를 빼 놓고 다 야당에 빼앗길 줄 알았습니다. MB정권에 대한 서울과 수도권 사람들의 민심이 그만큼 안 좋았고, 야권이 깃발로 내건 정권 심판론은 귀에 쏙 들어왔습니다. 그런 상황이었음에도 수도권에서 이 정도 의석을 받은 것은 선방한 것이라는 내부 평가입니다.

수도권에서 완패를 면한 것 뿐만 아니라, 강원도는 9개 의석을 모두 가져왔고 충북에서는 민주통합당을 눌렀고 한 석도 없었던 충남에서는 자유선진당을 제치고 4석을 확보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 김해를 기점으로 낙동강을 따라 부산까지 불어 닥칠 것으로 예상됐던 야풍도 결과적으로는 거세지 못했습니다. 이른바 낙동강 벨트에서 '문재인', '조경태' 두 사람만 못 잡았을 뿐, 나머지는 다 새누리당 후보들이 당선됐습니다. 문재인 후보와 맞붙은 손수조 후보도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우스꽝스러운 선거결과가 나오진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40%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원내 1당이자, 전체 300석 중 과반의 의석을 얻는 '기대 이상의 승리'를 새누리당은 거두었습니다. '예상을 벗어난', 그리고 '기대 이상의' 선거결과를 놓고 새누리당 내에서도 이런 저런 원인 분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첫째는 박근혜 선거대책위원장의 힘입니다. 박근혜 선대위원장은 이번 총선기간 동안 원톱으로 전국을 누볐습니다. 물론 각 권역별로 원로와 수장들이 묵묵히 제 역할을 해 준 것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어찌보면 대권주자 박근혜의 구심력에 이끌린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박근혜 위원장이 다니는 곳은 지역을 불문하고 인파가 몰려들었습니다. 인천의 경우에는 야권 성향이 강한 지역인데도, 새누리당 후보는 몰라도 박근혜 위원장은 얼굴을 보니까 기분이 좋다는 사람들이 꽤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야권의 정권심판론에 맞서 '민생'을 최우선을 내건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입니다. "위험한 두 야당 연합의 폭주를 막아달라", "19대 국회에서 야당이 다수당이 되면 민생은 어찌되겠나?", "소는 누가 키우나?" 같은 반복된 새누리당의 메시지가 부동층으로 남아있는 유권자들이 야당을 선택하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었다는 겁니다.

세 번째는 여권의 대형 악재가 상쇄됐다는 겁니다. 총리실 민간인 사찰 문제가 총선을 앞두고 증거인멸이라는 새로운 얼굴로 다시 불거졌을 때 새누리당에서는 탄식 소리가 여기저기 흘러나왔습니다. 김제동, 김미화 씨 같은 연예인들이 사찰 대상이 되었다는 얘기에도 '큰 일 났다'는 반응들이었습니다. 그런데 폭로된 사찰 문건 가운데 노무현 정부의 것도 포함됐다는 청와대의 반격이 나왔습니다. 새누리당은 이 때 호흡을 조절했습니다. 청와대의 반격에 한 배를 타지 않으면서 '현 정권이나 전 정권이나 똑같다. 그러나  우리는 다르게 하겠다'는 메시지를 강조했습니다.

네 번째는 '나꼼수' 김용민 후보의 막말 같은 야권의 '헛발질'입니다. 김용민 후보의 막말은 글로 옮기기 힘들 정도의 비속어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성인용 인터넷 방송에서 국회의원이 되려고 하기도 훨씬 전에 '배설처럼 시사 비판'을 한 것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모든 공직 후보자들의 성희롱 류의 발언도 공직자가 되려고 하기 전이면 다 괜찮다고 해야 앞뒤가 맞습니다. 민주통합당은 스스로 김용민 후보가 큰 문제라고 판단하면서도 후보 사퇴를 이끌어내지 못했습니다. '사퇴하라고 했지만 안 하겠답니다'라는 것이 민주통합당의 입장이었습니다.

 



새누리당은 선거 결과를 놓고도 크게 웃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도 지난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에게 서울시장 자리를 내어주고도 다른 지방에서는 이겼다면서 '사실상 승리'라는 상황인식 부재 발언을 해 민심을 극도로 얼어붙게 했던 일을 잊지 않은 모양입니다.

이번 선거결과를 놓고 국민의 판단이 그 누구의 판단보다 절묘하다는 해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현 정권의 잇따른 악재에 마치 이미 정권교체를 이룬 것처럼 하던 야권에는 '자중하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수 세력의 몰락 속에 반드시 변화하겠다고 약속한 새누리당에는 '약속을 지켜보라'는 독려의 메시지를, 그리고 대선까지 반년이 넘는 시간이 있으니 그 동안 누가 더 잘 하는가 보겠다는 선언을 국민이 했다는 겁니다.

제가 새누리당 취재를 맡고 있어서 그런지, 과반이 살짝 넘는 의석을 새누리당이 갖게 된 것에 대해 이런 생각도 듭니다. 새누리당이 원내 1당만 되고, 야권이 과반 이상의 의석을 가지게 됐다면, 새누리당은 자신들이 총선에서 공약한 여러 정책들을 입법화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야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 있어서 못해먹겠다'는 핑계거리를 가질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국민은 새누리당에 딱 과반이 넘는 의석을 주었습니다. 그 정도 줬으면 이제 핑계는 댈 수 없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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