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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중국인들의 성묘가는 날-청명절(淸明節)

청명절은 24절기 가운데 하나로 말 그대로 하늘이 점차 맑아진다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올해는 4월 4일이었는데요. 우리나라와 달리 중국에서는 전통 명절로 청명절 당일은 휴일입니다. 여기다 중국 정부는 소비진작 차원에서 청명절 전 토, 일요일을 대체근무하고 청명절을 사흘연휴로 쉬고 있습니다.

이 때는 봄 빛이 완연하고 공기도 깨끗해지기 시작하는 때인지라 중국 사람들은 이 날을 전후해 조상의 묘에 성묘하고 푸른 풀을 밟으러 교외로 나가는 풍속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청명절이 되면 집집마다 조상의 산소에 가서 주변을 청소하고 제사를 드리는데 중국인들은 산소의 잡초를 제거하거나 새 흙을 보태 산소를 돌본 다음 향을 피우고 음식과 종이돈을 차려 조상에 대한 추모의 정과 경의를 표시합니다.

중국인들은 청명절에 조상 묘지에 음식을 차리고 옷이나 돈, 차 등을 종이 모형으로 만들어 태우는 전통이 있습니다. 사후세계에서 조상들이 이를 사용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를 공물이라고 부르는데요. 그런데 사회 변화에 따라 제삿상에 올라오는 공물도 바뀌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가장 인기있는 공물은 종이 모형으로 만든 돈이지만 중국에서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높은 인기를 끌면서 최근에는 이들을 본뜬 종이 모형이 나왔습니다. 중국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종이로 만든 아이패드와 아이폰이 팔리고 있는데요, 각각 538위안과 아이폰 22위안 등의 가격에 팔리고 있습니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니까 9만 원에서 4000원 정도의 결코 싸지 않은 가격입니다.

여기다 바쁜 현대 중국인들을 위해 대리 성묘 서비스도 등장했는데요, 중국 전역에서 40여 개의 대리성묘 서비스업체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 업체들은 무덤 벌초와 헌화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이용료는 우리돈 5만 원에서 50만 원까지 다양하다고 합니다. 심지어 톈진의 한 대리 성묘 업체는 무덤 앞에서 10분간 대신 울어주는 대리 통곡 서비스도 제공한다고 하는데요, 이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5만 원의 추가비용이 든다고 합니다.

업체들은 '대리 성묘'의 모든 과정을 사진 또는 비디오로 찍어 고객에게 이메일로 전송해서 고객이 대리 성묘 사실을 확인하게 합니다. 하지만 이런 대리 성묘에 대한 여론은 부정적인데요, 중국 관영언론인 인민일보의 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2%가 조상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며 대리성묘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지만 특히 외국이나 타향에서 성묘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이 서비스가 인기라고 합니다.

여기다 청명절을 맞아 전국의 묘지값이 크게 올라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올라도 어느 정도 오른 게 아니어서 베이징 일부 지역의 경우 1㎡당 묘지값이 베이징 시내의 평균 집값을 뛰어넘은 곳도 있을 정돕니다. 베이징의 바바오산 공동묘지의 경우 묘지값이 1㎡당 최소 10만 위안, 우리돈 1800만 원이나 합니다. 중국 시안의 경우 사정은 더욱 심각한데요, 1㎡당 무려 30만 위안, 우리돈 5400만 원으로 현지 집값의 5배에 달하는 초호화 묘지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중국 전역에서 묘지값이 치솟는 것은 중국인들이 매장을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요즘이야 중국도 화장이 대세지만 우리처럼 납골당에 모시는 것이 아니라 유골을 땅에 묻는 것을 더욱 선호하고 있습니다. 또 유명 묘지의 경우 경쟁이 치열한 데다가 투기를 노리고 사전에 불법적으로 묫자리를 사재기하는 사람들도 늘어났기 때문에 묘지값이 폭등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중국인들 사이에선 살아서는 집의 노예, 죽어서는 묘의 노예가 된다는 말이 유행인데요. 살아서는 내집 마련하느라 힘들었는데 늙어서는 비싼 묘지값 마련하느라 죽기도 힘들다며 탄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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