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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광고 본 고객들 '우르르'…고민에 빠진 은행장

기업은행 '송해 효과' 화제…"진심 담기면 통한다"

최근 은행권에서 '송해 효과'가 화제가 되고 있다. IBK기업은행이 원로 연예인 송해 씨를 기용해 TV 광고를 방영했는데, 이 광고가 고객들에게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광고는 아주 간단하다. 송해씨가 "기업은행이 아직도 기업만 거래하는 은행으로 알고 계시냐.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는 은행이다. 기업은행과 거래하면 기업이 살고, 기업이 살면 일자리가 생긴다"는 멘트를 담담하게 나레이션 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실제로 기업은행에 따르면 전국 영업점에 송해 씨가 나온 광고를 보고 일부러 은행을 찾아왔다고 말한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60~70대 노인 44명이 은행을 찾아와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는 은행인지 아직까지 몰랐다"며 42억 원을 예금했다고 한다. 1인당 1억 원에 가까운 큰 금액인데 보통 평생 거래해온 은행을 잘 옮기지 않는게 일반적임에도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기업은행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한 고객은 "동네에 있는 기업은행을 40년 넘게 스쳐 지나가기만 했고 개인도 기업은행을 거래할 수 있다는 것을 몰랐는데, 이왕이면 좋은 일에 쓰이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돈을 맡겼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몇년간 직접적인 상품 광고보다 은행의 이미지를 개선시키기 위한 기업 광고 형태의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KB국민은행은 김연아, 이승기 등 젊은 모델을 기용해 세대를 아우르는 인지도 공략에 나섰고, 경영진 분란으로 이미지가 추락했던 신한은행은 뮤지컬 감독 '박칼린'을 기용해 안정적이고 따뜻한 이미지를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우리은행은 도시적이고 반듯한 이미지의 '장동건'을, 최근 하나은행에 인수된 외환은행은 배우 '하지원'을 기용해 젊고 도전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키려 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기업은행의 송해 씨 광고는 다소 촌스럽다할까 그런 느낌이다. 세련된 화면도 아니고 투박한 편이다. 그런 방식이 오히려 차별화된걸까. 어떻게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인걸까.

광고 카피를 만든 사람이 궁금해졌다. 그런데 유명 광고회사 카피라이터가 아니라 조준희 기업은행장이 직접 글을 썼다고 한다. 조 행장은 며칠밤을 새우고 잠 못 자면서 쓰고 또 지우고, 고치고를 반복해서 힘들게 글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조 행장은 "30년 넘는 기업은행 생활동안 가장 고민은 왜 기업만 이용할 수 있다는 오해를 받느냐는 것이다. 기업은행은 시중은행과 똑같이 일반 영업을 많이 하고,  기업도 지원하고 일자리 창출하는 선순환을 이뤄가는데, 그 오해가 사라지지않고 있는게 가장 안타까웠다"고 말한다. 그래서 멋있는 말로 꾸미기 보다 그냥 자신의 오랜 고민, 진심을 담아 담담하게 글을 써내려갔다고 했다.

이른바 광고전문가들의 반응은 별로였다고 한다. 광고 카피를 본 주변의 카피라이터들은 "그거 안먹힐거다. 촌스럽다"며 반대의사를 표하기도 했다는 것. 하지만 조 행장은 뭔가 꾸미고 돌려 말하는 것보다 솔직하게 호소력 있게 얘기하듯이 고객들에게 다가가고 싶었고, 반드시 통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한다.

모델 기용에 있어서도 고민을 거듭했다. 신뢰감있고 편안하게 오랫동안 국민들 곁에 꾸준히 있었던 배우나 MC를 찾았고, 두세사람으로 좁히다 전국노래자랑을 30년 가까이 이끌어오며 한결 같은 모습을 보여준 송해 씨를 선정했다고 한다.

결국 이 광고를 통해 기업은행은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듯 했던 은행 이미지를 친숙하게 느끼도록 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거뒀다. '중소기업은행'에서 '중소'를 떼고, 'IBK'로 CI작업을 하는 노력에도 사라지지 않았던 '기업'에 고착된 이미지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30초에 불과한 은행 광고지만 진심이 담기면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 일 수 있다고 믿었다"는 조 행장의 말을 들으면서 '기본이 갖는 가치에 충실하라'는 간단한 듯 하지만 핵심이 되는 마케팅의 개념이 떠올랐다. 너도나도 더 화려하게, 더 자극적으로, 더 눈에 띄고 강한 인상을 남기는 광고에 열을 올리는 시대, 발상의 전환이 가져온 신선한 변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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