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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몰려드는 외국인자금 '양날의 칼' 되나

유입 땐 좋았지만 이탈 땐 혼란 우려

[취재파일] 몰려드는 외국인자금 '양날의 칼' 되나
올 들어 외국인들이 거침없이 우리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두 달이 채 되지 않았는데 외국인 주식순매수 금액이 10조 원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해 1년을 통틀어 판 금액보다 많은 액수를 불과 두 달 만에 다 사들인 셈이다. 유동성 덕분에 경제를 둘러싼 사정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지만 코스피도 2000선을 돌파하며 호조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들이 왜 이렇게 주식매입에 열을 올릴까?

우선 돈이 많이 풀렸다.  유럽발 재정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유동성 공급책으로 풀린 돈이 매수 주체다. 유럽중앙은행의 2차 장기대출프로그램의 영향으로 10조 원에 육박한 외국계자금 가운데 절반이 유럽자금이다. 특히 영국은 1월에 2조650억 원을 순매수한데 이어 이달 들어 1조257억 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여 최대 주식 보유국인 미국보다 순매수 규모가 컸다.

미국도 추가 양적완화에 대해 일부 연방준비위원회 내부의 이견이 있는 것으로도 알려지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추가 경기부양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최소한 2014년까지는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고, 3차 양적완화에 대한 관측도 나오고 있다. 대지진 이후 불황의 늪이 깊어지고 있는 일본도 중앙은행이 최근 국채를 비롯한 자산매입기금 규모를 10조엔 늘리는 양적완화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여기에 중국도 가세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올 들어 처음으로 은행지급준비율 인하를 단행해 각국의 유동성 풀기 움직임에 동참했다. 인민은행이 은행 지준율을 0.5% 포인트 낮추면서 약 4천억 위안, 무려 71조 원의 자금이 시중에 공급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또 하나는 우리시장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작용했을 것으로 본다. 위기 극복 속도와 각국이 경기부양에 나설 경우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하는 부분이 있다. 물론 부진한 경제상황 자체에 큰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각국이 경제 회복을 위해 매진하는 과정에서 수혜가 예상된다는 뜻이다.

단기간 내 사상 최대의 외국인 자금 유입으로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 그 배경이 우리 경제에 대한 나쁘지 않은 해석 때문이라는 점에서 볼 때 현재의 상황은 반가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겠다. 하지만 동시에 우려스런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 증시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큰데 추가로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향후 유럽 재정위기 등 악재가 불거질 경우 또다시 우리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극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경험으로 볼 때 외국인 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갈 경우 금융시장에 일대 혼란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증권업계에선 유럽계자금 가운데 영국 자금이 많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영국 자금은 단기성 자금이 대부분으로 시장 불안요소가 발생할 경우 가장 먼저 움직이는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논란 속에 다시금 '자본 이득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시장에 들어와 쉽게 이득을 취하고 빠질 수 있다는 인식이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 팽배하기 때문이 거래를 통해 취득한 이익에 과세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하는 쪽에서는 활성화된 금융시장에 찬물을 끼얹게 될 것이라며 스웨덴 등 유사한 세금을 도입했다가 외국인 투자자금이 영국으로 쏠려버린 사례를 들고 있다. 쉽지 않은 문제다.

외국인 투자자금이 들어와 기업 자금조달 여력을 높이고 금리를 낮춰주고 주식시장이 활성화돼 개인 소비를 도와주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시장이 불안할 때는 흔히 하는 말로 '외국인 투자자금의 ATM기'라는 약점이 불거진다.

자본 이득세는 시장이 불안해지면 매번 얘기가 나왔다가 또 업계의 반발 등으로 흐지부지 되곤 해왔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도 비슷한 언급을 했다가 아직 구체화된 당 차원의 공약이 아니라며 한발 물러난 바 있다. 유럽 재정위기가 아직 끝난 것이 아니고, 핵개발을 둘러싼 이란과 서방 간의 갈등은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재료에 따라 물처럼 흐르는 자금의 속성상, 지금 몰려들고 있는 외국인자금이 급속히 빠져나가는 악재가 어느 시점에서 분명히 불거질 것이다. 외국인 자금의 급격한 유출입을 막을 수 있도록 정부, 업계, 학계, 정치권의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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