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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117 신고전화…'소녀의 절규'

학교폭력 신고전화 취재후기

[취재파일] 117 신고전화…'소녀의 절규'
@<얼마나 힘들까...얼마나 외로울까...진짜 이 기분 당해보지 않고서는 모른다. 어떤사람들은 말한다 그냥 속시원 하게 주변사람들에게 도와 달라 말해서 해결하면 될걸 가지고 혼자 고민한다고. 하지만 정말 막상 당했을 때는 사람이 무서워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다. 심지어 부모님에게까지도. 그렇게 사람이 무서워지는 자신을 보면서 자기 자신은 더 무너지게 되고결국엔 나 자신이 싫어지는.... 자괴감과 자멸감과 나에게 대한 씻을 수 없는 상처가 쌓여만 가는......적어도 내가 느낀 느낌은 이런 것들이었다. 정말 나 같은 사람이 이제는 더이상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 정말 이 학교 폭력이란 게 하루빨리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초등학교 내내 왕따였던 제 모습이 생각나네요..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착하고 내성적이었던게 왕따의 이유였던 것 같네요. 왕따당하는 아이들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보시면 모두 다른 애들과 특히 다를 게 없는 아이들인데 같이 어울려 살아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외톨이란 존재가 있다는 게 참 잔인한 거 같아요.오죽 힘들었겠어요...애들이>

@<정말 안타깝고 눈물이 납니다. 자신도 힘든데 사랑하는 엄마를 걱정 합니다. 저렇게 예쁘고 고운 마음을 가진 아이들이 우리의 아이들이랍니다. 하지만 또 그 아이를 괴롭히는 아이조차 우리의 아이들이랍니다. 정말 좋은 해결방법을 찻아서 힘들어 하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사진 위에 있는 파란 글씨의 짧은 글 세개는 기사에 대한 댓글입니다. 117 학교폭력 신고전화에 상담을 했던 민희(가명, 초등6)양에 관한 기사를 보고 포털 사이트를 통해 많은 분들이 달아주신 댓글 가운데 일부입니다. 제가 이 기사를 쓰면서 하고 싶었지만 미처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대신 해주시는 것 같아 옮겨 보았습니다. 어쩌면 저보다 더 공감하시고 안타까워하시는 댓글들을 보고 우리 사회에 아직 남은 작은 희망의 불씨를 본 것 같았습니다.

민희양 사연을 취재하면서 인상 깊었던 또다른 점은 117 센터 상담사 분들의 노고입니다. 전국에서 걸려오는 수백통의 전화를 상담사 다섯 분이 받고 계시다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게다가 117전화는 학교폭력 신고뿐 아니라 성매매와 가정폭력, 성폭력 등 여성 피해 상담도 같이 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상담하시는 분들이 정말 하루종일 전화기를 붙잡고 계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또 단순한 전화 상담으로만 그치는 게 아니라 피해자들이 원할 경우 경찰 수사나 학교 지도까지 연결하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이 노출을 꺼려 경찰이나 학교에 알려지길 거부하는 경우도 많은데요. 그런 경우에도 전문 기관에 연결시켜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8시 뉴스 나간 것을 보고 “전화 상담만 하고 끝난거냐?”고 물으시는 분들이 일부 있었습니다. 2분 정도로 짧은 방송기사의 특성상 민희양과의 모든 상담 내용이 자세히 방송에 나가지는 못했기 때문인데요. 실제 민희양을 상담했던 박현주 상담사께서는 한번의 통화로 그치지 않고 이후에도 민희양과 통화를 하며 계속 도움을 주었습니다. 첫 통화를 한 그날 “집에 가서도 계속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고 하시더군요. 그러면서 재발 방지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을 하고 계십니다.  박 상담사님과 센터에서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계시다는 점 말씀드립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말입니다. "'학교 가기 싫어'라고 아이들이 툭 내뱉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 말 한마디를 하기 전에 수십 번의 고민이 있었을 수도 있다" 상담사 분들이 공통적으로 해주신 말씀입니다. 아무리 신고를 활성화하고 처벌을 강화한다고 해도, 아이들이 터놓고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 주의 깊게 귀 기울여 줄 사람이 주변에 단 한사람도 없다면 학교폭력은 계속 될 거라고 합니다. 그 단 한사람이 부모가 될 수도 있고 선생님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삼촌, 이모, 이웃 아저씨, 아줌마가 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학교폭력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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