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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고깃집 가격은 그대로?

[취재파일] 고깃집 가격은 그대로?
요즘 산지 소 값이 떨어져도 너무 떨어졌다는 기사가 연이어 나오고 있습니다.

육우 송아지 가격이 1만 원대로 떨어지고, 한우 가격도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축산 농민들이 정부 대책을 요구하는 상경 시위까지 벌였는데요, 이렇게 소 값이 떨어졌다는데, 이상하게도 정작 소비자들은 별로 체감을 못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시중 정육점이나 고깃집에서 소고기 가격은 사실상 거의 내리지 않았습니다.

왜 이런 이상한 현상이 일어난 걸까요?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소고기 유통 과정을 추적해봤습니다. 유통 방식도 생산자조합 방식, 직거래 방식 등 매우 다양합니다. 최대한 길게 늘어뜨리면 11단계라는 주장도 있지만, 유통단계가 상당히 간소화된 요즘 추세에 좀 비현실적이라서, 제가 추적한 경로를 위주로 적어볼까 합니다.

유통과정에서 가격이 부풀려진다는 식의 보도가 나갈까 우려해서인지, 섭외가 쉽진 않았습니다. 어렵사리 섭외가 된 곳은 전남 함평 우시장과 나주 공판장이었습니다.

함평 우시장은 새벽 6시부터 거래가 이뤄지는데요, 우시장에 나온 농민들이나 중개인들 대부분 소 값 폭락으로 거래 자체가 잘 안된다며 불평을 늘어놓았습니다. 살 때와 비교해 100만 원 정도 싸게 팔아 손해를 감수해야 하고, 또 소를 사자니 사료 값이 올라 키우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현재 우시장에서 거래되는 한우 생소 가격은 킬로그램 당 6천 원 정도 였습니다. 거세우냐 비거세우냐, 암소냐, 송아지냐, 나이는 얼마나 되냐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로 형성되지만 편의상 생략하고, 실제 우시장 중개인과 매매인에게 들은 가격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물론 이 단계에서는 살코기 뿐 아니라 머리, 발굽, 뼈, 내장 부속 등 필요없는 부위까지 포함된 상태라는 점은 감안하셔야 합니다.

일단 킬로그램 당 6천 원에 거래된 소는 도축이 이뤄지는 나주 공판장으로 갑니다. 여기서 소는 머리 같은 필요 없는 부위 40%를 덜어낸 지육 상태가 되면서 새롭게 가격이 형성됩니다. 그 이유는 도축을 해봐야 소고기 등급을 알 수 있고, 그 등급에 따라 가격이 매겨지기 때문입니다.

등심의 양 같은 육량에 따라 A, B, C 등급이 나눠지고, 지방 양 같은 육질에 따라 1, 2, 3 등급이 정해집니다. 낮은 등급은 킬로그램 당 6천 원에서 8천 원 정도에 불과하지만, 높은 등급은 만4천 원, 만5천 원을 호가합니다. 이 때문에 마치 광산에서 옥석을 가리듯, 좋은 등급이 나오길 기대하면서 우시장에서 소를 산 뒤 도축을 맡겨 이윤을 남기는 업자들도 있습니다. 

최근 이 지육 평균 가격이 킬로그램 당 만2천2백 원 정도입니다. 결국 도축 과정을 거친 소고기 가격이 킬로그램 당 만2천 원 정도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지육은 공판장에서 도매상들 사이에 경매가 부쳐집니다. 도매상들은 구매한 지육을 가공한 뒤 부위별로 각 소매점에 배달 판매합니다.

소매점까지 배달되는 경로를 추적해봤는데요, 나주에서 여수의 한 소매 정육점까지 배달된 한우 앞다리살과 설깃살의 경우 킬로그램 당 만 7천 원 정도에 거래됐습니다. 지육 평균가에서 5천 원 정도 더 붙었으니, 운송비와 인건비까지 포함된 것을 감안하면 마진은 그리 높지 않다고 봐야겠죠.

하지만 소고기 가격은 소매점에서 껑충 뛰게 됩니다. 고기가 배달된 소매점에 같은 부위인 한우 앞다리살과 설깃살의 가격을 물어보니, 등급에 따라 2만2천 원에서 3만5천 원까지 불렀습니다. 소매 정육점 인건비 등을 감안해도 상당한 마진이 붙은 것이죠.

업계 추산으로는 이 마진율이 대략 30%정도 된다고 하는데요, 결국 킬로그램 당 만2천 원이었던 한우 가격은 소매단계까지 오면서 2,3배로 뛰고 말았습니다. 문제는 이 가격이 시중 고깃집으로 가면 또 2배 넘게 뛴다는 건데요, 지육 가격의 5배에 달하는 고깃집 가격, 좀 문제가 있어보이지 않나요?

고깃집은 고깃집대로 억울하다는 반응입니다. 고기 같은 식재료 값 50%에 종업원 인건비, 밑반찬 비용 등을 제하면 마진은 20% 정도라고 항변하는데요, 그래도 지나치게 비싼 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고깃집들 대부분은 소고기 가격이 오르면 메뉴판 가격도 함께 올렸지만, 소고기 가격이 떨어졌을 때 메뉴판 가격을 내린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이래도 과연 그들 입장에서 할 말이 있을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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