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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시장은 여전히 의구심을 갖고 있다

어이없는 북한 악재에 급락..돌발변수로 지속 영향미칠 듯

[취재파일] 시장은 여전히 의구심을 갖고 있다

김정일 사망이 알려진 당일 63포인트나 급락했던 코스피는 이후 이틀 동안 70포인트 넘게 반등하면서 하락분을 모두 만회했다. 환율도 안정세를 보이고 금융시장은 빠르게 안정을 되찾는 모습이었다.

시장은 '북한 변수에 대해 내성이 생겼다', '우리 기업의 펀더멘털이 대외 악재 때문이라면 몰라도 북한 변수 때문에 추가로 더 악화될 이유가 없다', '소문만 무성했던 김정일 건강 이상설에서 김정일 사망으로 오히려 시장에는 불확실성이 제거됐다' 등의 분석을 내놓으며 투자자들이 냉정하게 반응하는데 대한 근거를 댔다. 동시에 북한 악재는 이제 단기적인 위험요인이라기 보다는 김정은 체제로 어떻게 권력승계가 이뤄지는지, 그 과정에서 잡음은 없을지를 시장은 시간을 두고 지켜볼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그렇게 김정일 사망 변수는 적어도 금융시장에서는 수면 아래로 내려앉은 듯 했다.

그런데 갑자기 어제(27일) 주식시장이 출렁였다. 납회를 이틀 남겨두고 악재도 숨죽인 전형적인 연말 장의 특성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일시에 주가가 급락한 것이다. 오전 10시 35분쯤 주가가 급전직하하기 시작하더니 5분도 채 안 돼 51포인트가 빠졌다. 시장은 순간적으로 일대 혼란에 빠졌고, 불과 1분도 지나지 않아 하락폭을 대부분 만회하고 상승하는 상당히 의아한 그래프가 연출됐다.

주가 급락의 배경을 놓고 갖가지 설이 난무했다. 주문실수라는 얘기가 처음에 나돌았지만, 거래소 측은 조사를 해보니 실수라고 부를만한 특이 동향이 파악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북한발 루머 하나가 시장을 뒤흔들었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중국의 인터넷 사이트에서 '김정일 사망 후 북한에 중국군이 파병될 것'이라는 골자의 글을 띄웠고, 이것이 메신저를 통해 퍼져나갔다는 것이다.

불안감에 선물시장이 먼저 반응해 매도가 나타났고, 시스템 트레이딩으로 연계돼 프로그램 매도가 일어났고, 주가 급락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연말이라 거래량 자체가 한산하다보니 약간의 출렁임이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온 것이다.



한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를 만났더니 10시 30분경에 장이 급락했을 때 가장 많은 문의 전화가 "북한 정세 관련해서 무슨 변화가 있나?"하는 것이었다고 얘기했다. 그만큼 시장은 북한 변수에 초연해진 듯 표면적으론 그런 모습을 보였지만, 여전히 위험할 수 있다고 보는 불안감이 잠재돼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은 북한 관련 문제다. 우리 실적과 무관하게 투자자들의 시선이 달라지니 다소 억울하기도 한 부분이다. 하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어제 장이 그런 부분을 여실하게 드러내고 있다. 앞으로 김정은 체제가 어떻게 정착될지, 주변국들의 움직임은 어떻게 긴박하게 돌아갈지에 따라 금융시장이 상당히 출렁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실제로 김정일 사망 뒤 현재 외양상 김정은으로 권력 이동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계파 간 권력투쟁이 격화되면서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보고서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런 긴장감이 장기화할 경우 우리나라에서 사회불안 심리가 확산돼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고 해외 수요가 제3국으로 빠져나가면서 수출이 위축될 뿐 아니라 자본조달 비용이 증가하고 자본유출이 발생해 금융시장에서 혼란이 일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다시 말해 불안 심리가 금융시장 혼란으로 이어지고 실제로 GDP 증가율을 갉아먹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엉뚱하다 못해 어이없는 한 북한 관련 루머에, 한때 수직낙하하며 혼란스런 모습을 보인 금융시장. 시장참가자들이 모두 느슨해진 연말에 어떤 변수에 대해서건 ‘때 이른 안심은 금물’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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