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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불확실성과 위험은 다르다?

내년 1분기 한국경제 최대고비..시험대 될 듯

[취재파일] 불확실성과 위험은 다르다?
- 최대 고비 맞은 한국경제.. 불확실성은 위험과 동의어란 생각 갖고 임해야

최근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유럽 재정위기에 이어 김정일 위원장 사망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추가돼 불확실성이 최대로 확대됐지만, 불확실성과 위험은 구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의 불확실성을 구태여 위험이라고 하기보다는 예전보다 어려우니 중장기적 비전을 갖고 기초를 잘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기사를 읽으면서 문득 든 생각, 불확실성(uncertainty)과 위험(risk), 정말 다른가? 경제학적, 사전적 의미를 찾아봤다.

통상 경제학을 설명할 때 '돌이킬 수 없는 과거(불가역성)와 불확실한 미래(불가측성) 사이에서 반드시 선택이란 걸 해야 하는 행위의 논리를 정립하는 것'이라고들 말한다. '불확실성'은 미래의 상황이 예상된 변수대로 흘러가지 않을 가능성의 정도를 말한다고 볼 수 있다. 여러 변수들이 안정된 상황에서는 자연히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정치 경제적으로 여러 가지 돌발변수들이 많이 등장하는 경우 불확실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위험'은 부정적인 가정이 현실화될 가능성을 숫자적인 크기로 나타낸, 다시 말해 측정 가능한 변수로 계량화했다는 차이가 있다는 정도로 얘기할 수 있겠다.

                   
    

불확실성이 발생하는 이유는 경제 활동의 의사 결정과 그 의사 결정으로 인한 결과 사이에는 반드시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환경이 계속 바뀌기 때문에 '시차' 사이에 생기는 변수에 따라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그에 따라 위험도 커진다. 위험을 '불확실성에 따라 커지는 부정적 변동성'이라고 정의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물론 '불확실성'이 반드시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지금의 선택이 미래의 부가가치로 돌아올지, 수업료를 치르는 결과로 돌아올지는 모른다. 불확실성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경제 활동의 범위, 서비스의 영역은 커질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주가가 그렇고 환율도 마찬가지. 금리 움직임, 각종 금융상품, 좀 더 위험이 큰 파생상품 등 모두 미래에 생길 변수에 대한 불확실성에 베팅하는 데서 수익률이라는 개념이 생기는 것이다. 자산에 손실을 주는 '불확실성'은 결과적으로 '위험'이 되는 것이고, 반대의 경우는 '운이 좋든' 아니면 '변수를 읽는 혜안이 깊든' 결과적으로 기회로 작용한 것이다.

그럼 우리의 현재 상황을 살펴보자.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성' 변수들이 도처에 산재해 있다.

우선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현재진행형으로 계속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유럽 재정위기.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에 반복된 미봉책만으로는 해결이 요원하다. 게다가 내년 1분기에는 유로존 국가들의 국채 만기가 몰려 있어서 국제 금융시장은 수시로 출렁거릴 수밖에 없다. 2008년 금융위기 때 국채를 대규모로 발행해 경기를 부양했던 유럽 국가들은 국채만기가 통상 3년이 많으니 2009년, 2010년, 2011년을 거쳐 내년 1분기에 가장 많은 액수의 국채가 만기도래 시점에 직면한다. 신용도가 안 좋으니 자연히 만기연장은 잘 안 될 것이고, 그럼 유럽 국가들은 돈을 최대한 끌어 모아서 메워야 하는데, 결국 신흥국에 투자된 자금들을 빼내가게 하는 요인이 된다.

    


최대 소비국인 미국의 경기 둔화,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는 중국의 긴축도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에겐 좋은 소식이 아니다.

북한 김정일 사망 직후 크게 출렁였던 금융시장은 며칠 지나지 않아 안정을 되찾았지만 그렇다고 북한 리스크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긴 어렵다. 향후 북한의 권력승계 과정에서 빚어질 잡음에 따라 얼마든지 한국의 대외신인도에 악영향을 미치는 사건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적으로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총선과 대선이 한 해에 치러지면서 복지 포퓰리즘이 확산될 경우엔 재정 건정성에도 위협 요인이 된다. 여기에 기존에 산재한 어려움도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막대한 가계빚, 이로 인한 이자부담 급증, 내수 위축, 얼어붙은 부동산 경기 등 모두 현 추세의 급반전을 노리거나 예측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들이다.

정부와 연구기관 모두 내년 1분기를 한국경제의 최대 고비, 불확실성이 가장 커지는 시기라고 정의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우리 경제가 세계경제 둔화국면에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같이 지지부진하게 될지 시험대가 될 것이란 뜻이다. 결국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에서 ' 불확실성'은 '위험'과 동의어다.

특히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분단국가로서 툭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시달리는 억울한 우리나라는 '불확실성'이 커질 때마다 외부 투자자들에게는 위험성이 부쩍 커졌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 현실이다.

김중수 총재는 아마 괜한 비관론을 경계하는 차원에서 이 말을 한 것일 게다. 취지는 동감한다. 다만 현재 상황은 괜한 말장난스러운 논쟁을 할 때는 아니라고 본다. 내년 1분기에 생길 수 있는 모든 변수가 가장 안 좋은 상황으로 갈 것을 가정하고 '컨틴전시 플랜'을 짜도 모자랄 판에, 불확실성과 위험을 구분 짓자는, 두 개는 다르다는 그런 말들은  별로 의미가 없어 보인다. 불확실성 속에서 가능성을 찾아내 국민을 설득하고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유능한 리더십'이라고 볼 때, 그 가능성을 찾는데 가장 먼저 수반돼야 할 게 현실에 대한 정확한 파악 능력이다.

괜찮다, 괜찮을 것이다 같은 안일한 상황인식이 불러온 미흡한 대처, 그로 인해 상상 이상의 파장을 불러온 사태, 여러 차례 경험이 있다. 시장에 정부가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신뢰를 주려면  우선 정부와 중앙은행, 유관기관들은 내년 초 엄습할 수 있는 위기상황에 대해 맨바닥에 나앉은 심정으로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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