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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페이스북 글 올린 경찰 징계 위기 '논란'

공무원의 품위 vs 표현의 자유

[취재파일] 페이스북 글 올린 경찰 징계 위기 '논란'
외신 기사를 들여다 보면 우리와 상황이 묘하게 교차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실 외신을 보는 재미는 그런 데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 FTA에 대한 일부 판사들의 트위터, 페이스북 글이 논란입니다. 표현의 자유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SNS는 규제의 대상이 아니고, SNS 상의 발언 역시 규제할 수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반발하는 쪽의 목소리도 거셉니다. '중립적인 위치에 있어야 하는 법관은 SNS에서도 발언을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대법원은 후자에 무게를 싣고 있습니다.

뉴욕 경찰, NYPD.

  뉴욕 경찰 로고

물론 미세한 차이는 있습니다만, 미국 뉴욕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법관 대신 경찰관이 그 중심에 있습니다. 뉴욕 경찰 감사팀이 페이스북에 '업무와 관련된' 글을 올린 경관들에 대해서 조사에 착수하는 등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기 때문입니다.

     
웨스트 인디안 데이. 뉴욕 경찰.
 
   <웨스트 인디안 데이& 경찰 "특별 근무는 그만!">

문제가 된 글은 연중 가장 유명한 행사 중 하나인 서부 인디언의 날과 관련된 것들입니다. (깃털 복장을 한 무용수들이 춤을 추고, 매운 음식을 즐길 수 있는 퍼레이드를 즐길 수 있는 날이라고 합니다.) 2003년과 2005년 퍼레이드 당시 총격사태가 발생하는 등 이날 돌발 상황이 자주 발생하면서, 경찰 순찰이 강화됐습니다. 당연히 올해도 특별 근무가 있었는데, 일부 경찰관들이 여기에 불만을 품은 글을 올린 것입니다. "서부 인디언의 날 특별 근무는 그만"이라는 식이죠.

격한 표현을 쓴 글들도 있었습니다. 흑인 밀집 지역에서 주로 행사가 진행된다는 점을 비꼬면서 "게토(유대인 거주지) 훈련의 날"이라거나 "대놓고 예정해 놓은 폭동의 날"이라는 식의 글들도 올라왔습니다. 글은 곧 온라인 상에서 논란이 됐습니다. 이런 류의 글들을 합하면 적어도 20개 이상은 되는데, 모두 경찰관이 작성한 것들로 추정됩니다.

뉴욕 경찰은 경찰관에 어울리지 않는 행동에는 책임을 물어야 하고, 인터넷 상의 글 역시 예외가 아니라면서 이번 사건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지역 사회를 비하하는 발언은 용납할 수 없다고도 밝혔습니다. 해당 경찰관들의 조사를 마친 뒤 컴퓨터 기록을 확보, 분석하겠다고도 했는데, 실제 징계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입니다.

각계 각층에서 온도차가 다른 반응이 잇따라 나왔습니다.

먼저 인권단체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경찰관이라고 해서 온라인 상의 발언을 감시당해야 할 이유는 없다는 것입니다. 온라인이든지 오프라인이든지 공무원도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고, 따라서 이번 행위는 정당하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뉴욕 경찰 최대 단체인 PBA는 회원들에게 SNS와는 거리를 두라고 당부했습니다. 일반인이 한 발언은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경찰관 발언은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아예 SNS랑 멀리 떨어져 있으라는 것입니다. 괜한 오해를 살 수 있다, 그러니 문제를 만들지 말라는 것입니다.

세 번째, 경찰학을 연구하는 한 교수는 미국에서는 경찰관이 업무와 관련된 말을 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고 전제하면서, 경찰 조직에 들어온 이상 규정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군대처럼 경찰도 엄연한 룰이 있는 집단이라는 설명인데, 이번 일은 분명 잘못됐다고 판단한 것이겠죠.


페이스북 발언, 어디까지 OK?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SNS 공간은 어디까지가 열린 공간이고, 어디까지가 닫힌 공간일까요? 미국과 우리의 상황이 묘하게 겹칩니다. 그리고, 이 경찰관들은 징계를 받게 될까요? 받게 된다면 어느 정도의 수위일까요?

얼마 전 국내에서 "대통령과 관료들이 서민과 나라 살림을 팔아 먹었다"는 글로 논란을 빚은 현직 판사는 공직자 윤리위원회에 회부됐지만, 징계는 받지 않았습니다. 당시 법관의 SNS 사용에 대한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징계를 결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으로 풀이됐는데요, 뉴욕 경찰 당국의 판단을 한 번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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