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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암표 사서 진료받는 중국 병원

[취재파일] 암표 사서 진료받는 중국 병원

해외생활을 하면서 아플 때 제일 서럽다고 하는데 중국에 나와있는 한국인들도 아플 때가 제일 난감합니다. 현지병원을 가자니 위생상태가 안 좋아 없던 병까지 생길 것 같고 외국인 전문 병원의 경우 진료비가 비싸기 때문입니다.

외국인 전문 병원의 경우 외국어 소통이 가능하고 오래 기다리지 않고 바로 진료를 받을 수 있지만 웬만한 기초 검사만 받아도 우리돈 몇 십만 원이 나올 정도로 매우 비싼 게 현실입니다. 이 때문에 중국 현지 병원을 이용하는 분들이 많은데 병원에 가보면 진료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 때문에 놀라게 됩니다.

중국 병원에서 진료접수를 '과하오'라고 하는데 이 때 일반 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푸통하오와 교수 레벨의 전문의사에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좐지아하오로 나누어 접수를 받습니다. 푸통하오로 접수하면 일반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있으며 의사가 많기에 대기시간이 짧아 급한 경우나 1차 검사를 할 경우에 많이 이용합니다.

좐지아하오로 접수하면 전문가로 인정받는 전문의에게서 진료를 받을 수 있지만 대체로 환자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병원의 진료접수 시작시간에 맞춰 가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 차례가 왔을 때 접수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중국 병원은 시설과 의료서비스, 의사들의 기술수준 등 종합적인 수준을 고려해 국가위생부에서 1, 2, 3급으로 나눕니다. 이 중에서 3급이 가장 우수하다고 보면 됩니다.

대부분의 병원의 경우 정부에서 세운 비영리 병원입니다. 하지만 예산부족 등의 이유로 지방병원의 경우 시설과 인력이 그리 좋지 않아 대도시로의 쏠림 현상이 요즘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 영리 병원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형병원으로만 환자들이 몰려 지방에 있는 병원이나 개인병원들이 많이 힘들다는 기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좀 전에 언급했듯이 중국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제성장으로 개인들의 주머니가 두둑해지면서 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대도시 대형병원으로 환자들이 몰리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더 돈 많은 중국인들은 해외로 갑니다. 어쨌든 환자들이 대형병원으로 몰리면서 대형병원에서 진료받기가 하늘의 별 따기 만큼이나 어려워졌습니다.

심지어는 암표상까지 등장해 웃돈을 주고 진료를 받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습니다. 베이징에 있는 통렌병원이라고 안과전문 병원의 경우 이런 현상이 아주 두드러진 병원인데요, 이 병원은 백내장 수술 잘하는 것으로 중국에서 아주 유명한 곳입니다. 하지만 접수부터 쉽지 않습니다. 접수처 앞엔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환자들로 발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입니다. 어떤 환자는 진료 접수를 하기 위해 사흘째 줄만서서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진료받을 수 있는 환자 수는 정해져 있고 환자는 넘쳐나니 며칠을 기다려도 진료조차 받을 수 없게 된 것이죠.

상황이 이렇게 되자 암표상까지 등장했습니다. 병원 곳곳에선 암표상들이 이른바 호객행위를 하고 있는데요, 접수비는 우리 돈 천8백 원 정도지만 8만 원을 내고 암표를 사면 바로 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 환자들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이들은 여러사람을 동원해 줄을 서 진료번호를 받아내고 이를 비싼 값에 되팔아 이득을 취하는 것입니다. 해서 일반 환자의 경우 며칠을 줄을 서 기다려도 진료를 받기 힘들게 된 것이죠.

병원에선 인터넷 예약시스템을 운영해 진료접수도 받고 있지만 이 또한 일반환자들에겐 무용지물입니다. 역시 암표상들이 여러 명을 고용해 인터넷 예약도 싹쓸이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해서 암표상들은 한 달에 많게는 5백만 원 이상을 벌기도 합니다.(중국에서 우리 돈 5백만 원이면 꽤 큰 돈입니다.) 중국 지방의 경우 제대로 된 병원이 없고 있다해도 시설이 낙후돼 있어 대도시 대형병원으로 환자들이 몰리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병원과 공안당국도 암표상과의 암묵적인 거래로 이런 상황을 외면하고 있어 환자들의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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