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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천재지변의 기준…애정남 정해주세요.

[취재파일] 천재지변의 기준…애정남 정해주세요.

태국 홍수가 이번 주말이 최대고비라고 합니다. 방콕을 관통하는 차오프라야강도 수위가 높아져 주변 도로가 침수됐고, 일부 방콕 시민들은 두려워서 도시를 떠나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은 왕궁도 침수 위기라는 소식도 들립니다.

이런 상황에서 관광이 가능할까요? 출발일에 임박해서 취소하면 여행사에 위약금을 내야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천재지변은 예고없이 오죠. 당연히 임박해서 취소해야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천재지변으로 해당 지역 여행이 어렵다면 위약금 없이 여행상품 대금을 환불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위약금 없이 환급 가능한 '천재지변'이 뭔지 기준이 애매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여행업 표준약관을 보면, "여행자의 안전과 보호를 위해 여행자의 요청 또는 현지사정에 의해 부득이하다고 쌍방이 합의" 하거나, "천재지변, 전란, 정부의 명령, 운송,숙박기관 등의 파업, 휴업 등으로 여행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 환급받을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방콕은 천재지변이 난 걸까요? 홍수는 천재지변이 맞습니다. 그런데 여행상품 전액 환급 기준은 애매합니다. 외교통상부가 여행자제하라는 경보를 내렸지만 국제선 공항인 수완나품 공항은 정상 운영되고 있고, 비행기도 잘 뜹니다. 도심이 물바다 위기라고 하지만, 숙박업소가 문을 닫지 않았습니다. 지진이나 전쟁처럼 한꺼번에 펑 터진게 아니라 물이 슬금슬금 들어오면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공포 심리가 충만한데, 현재 약관상으로는 공항, 호텔, 관광코스 등 도시 전체가 물바다가 돼야 여행사도 빼도박지 못하는 확실한 천재지변이 되는 겁니다. 때문에 일부 여행사에서는 취소하는 소비자에게 여행이 부득이하게 불가능한 경우가 아니라며 위약금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소비자원에 물어봤습니다. 환불받을 권리는 있지만  '기준은 애매모호하다'고 합니다. 때문에 여행사들은 '알아서' 수수료 여부를 정하고 있습니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같은 대형 여행사들은 패키지 상품에 한해, 이번 방콕 여행상품을 위약금없이 환불해주고 있는데, 규정상 이렇게 할 필요는 없다고 합니다. 다만, 소비자의 추가 상품 구매 의지를 주고, 여행업체의 이미지 등 장기적인 이득을 고려해 숙박과 항공권 수수료를 부담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항공사들은 그런 것도 없습니다.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데 문제가 없으면, 공항 이외 지역이 물바다가 돼도 현재 규정으로는 전액 환불 안해줘도 됩니다. 국제규약상, 정해진 거랍니다. 천재지변을 포함해 위약금 없이 환불받을 수 있는 약관에 대한 보다 명확한 기준이 필요합니다. 정부의 여행경보를 기준으로 삼는 것도 한가지 방법입니다. 현재 방콕 상황처럼 물이 덮칠지 안덮칠지 모를 때 수수료를 내야하는지 안 내야하는지... '애정남'이라도 나타나서 정해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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