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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죽건말건 나 몰라라…중국인들 왜?

[취재파일] 죽건말건 나 몰라라…중국인들 왜?

최근 중국에서 두 살배기 아이가 두 번이나 차에 치였지만 어느 누구도 도와주지 않아 뇌사상태에 빠진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폐쇄회로 TV, CCTV에 찍힌 사고 장면이 인터넷과 현지 방송에 보도되면서 중국인들 조차 큰 충격에 빠졌고 중국인 특유의 사회적 무관심이 도마위에 올랐습니다.

사고는 지난 13일 중국 광둥성 포산시의 한 시장골목에서 발생했는데요, 올해 두 살 된 어린아이가 시장골목에서 놀다가 지나던 승합차에 치였는데 승합차는 이를 무시하고 그대로 달아났습니다. CCTV 화면에는 아이가 쓰러져 축 늘어져 있는데도 시장을 지나던 사람들은 도와주기는 커녕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냥 제 갈 길만 가고 있는 장면이 나옵니다.


               



잠시 뒤 또 다른 트럭이 쓰러진 아이를 바퀴로 깔고는 그냥 지나갔습니다. 하지만 이 때도 아무도 나서서 도와주지 않고 사람들은 쓰러진 아이를 피하기 바빴습니다.

이런 상황은 7분간 계속됐는데요, 이 동안 아이를 지나친 사람만 18명이었지만 아무도 아이를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이 아이는 엄마에게 발견돼 병원에 긴급 후송될 때까지 7분 동안 차에 치이고,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방치된 것입니다. 결국 아이는 뇌사상태에 빠진 채 현재 생사의 갈림길에 놓여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장면이 공개되면서 인터넷엔 중국인 특유의 사회적 무관심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은데요, 특히 행인들의 무관심과 비정함 때문에 아이가 목숨을 잃게 됐다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인정이 메말랐다지만 어떻게 교통사고를 당해 쓰러진 어린아이를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있냐는 것입니다.

여기다 아이를 치고도 그냥 뺑소니를 친 운전기사에 대한 울분도 토해내고 있는데요, 사고를 내고 도망쳤던 두 명의 운전기사는 이번 사건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비로소 공안에 자수를 했습니다.

               

누구보다 가슴이 아플 부모는 눈물을 쏟으며 무책임한 시민들의 반응에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현지 방송의 한 앵커는 이 소식을 전하면서 누구라도 나서서 어린아이를 도와줬으면, 또 누구라도 나서서 좀 더 빨리 구조대에 구조요청을 했었으면 아이가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거라며 중국인들 당신들은 양심이 있는 거냐며 울먹이기도 했습니다.

내 일이 아니면 나몰라라 하는 중국인들의 습성,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요, 지난달에도 후베이성에서 80대 노인이 길거리에 쓰러졌지만 주변 시민들이 이를 방관해 숨진 사건이 발생했고, 난징에서도 버스에서 60대 노인이 쓰러졌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 숨지는 등 최근 중국에선 몰인정한 사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때마다 중국인들의 사회적 무관심이 도마 위에 올랐지만 별로 달라지지 않고 있는데요, 중국에서는 이처럼 노인이 쓰러져도 수수방관하면서 방치해 숨지는 일이 흔하게 발생하자 중국 위생부는 중국인들의 무관심을 일깨우는 책 한 권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바로 '쓰러진 노인에 대한 구호 안내'라는 지침서인데요, 중국의 65세 이상 노인의 사망 원인 가운데 1위가 갑자기 쓰러지는 것 때문인데 주변 사람이 조그만 도와주면 귀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그렇다면 중국인들은 왜 이렇게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데 인색할까요? 중국인들의 이런 성향은 오래 전부터 있어온 개인주의에다 지난 2009년 톈진에서 발생한 쉬윈허 사건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입니다.

쉬윈허 사건이란 지난 2009년 10월 발생한 사건인데요, 오토바이를 몰고 가던 쉬윈허란 청년이 톈진시내 도로 한 가운데 쓰러져 있는 노인을 발견해 오토바이를 세우고 구조대를 불렀는데 병원으로 옮겨진 노인이 자신을 도와준 쉬윈허를 오히려 가해자로 지목하면서 억울하게 재판에 넘겨진 사건입니다.

쉬윈허는 1심 재판에서 10만 위안(약 1800만 원)의 배상금을 물어주라는 판결을 받았고 지난 8월에 열린 2심에서도 법원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아 논란이 된 사건입니다. 이 사건으로 중국인들 사이에선 교통사고나 쓰러진 사람을 도와주려다 오히려 가해자로 몰리는 경우가 생긴다며 남을 돕는 것을 아예 꺼리는 성향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공자의 나라 중국에서 이런 현상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는 것, 참으로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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