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뉴스>
<앵커>
주차해 놨는데 누군가 차를 긁어놓고 그냥 갔다면 정말 속상하죠? 옛날 같으면 범인잡기가 어려웠지만, 요즘엔 사정이 좀 달라졌습니다.
김종원 기자입니다.
<기자>
늦은 밤 캄캄한 주차장.
지켜보는 사람 하나 없는 한적한 주차장을 차량 한 대가 빠져나갑니다.
그때, 뒤에 있던 차를 들이받은 이 차는 그대로 내뺍니다.
목격자도 없던 이 사고, 피해자만 억울한 일이 될 뻔했지만 차량용 블랙박스에 사고 장면이 찍혀 가해자를 잡아낼 수 있었습니다.
주차된 차에 물을 끼얹고 돌로 온통 긁어놓는 아이들.
남의 차 앞에 차를 세우더니 슬쩍 와이퍼를 뽑아 훔쳐가는 운전자.
무슨 심술인지 매직으로 주인 없는 차에 낙서를 하는 할머니.
애먼 차량을 때리는 골프공까지.
어떻게 된 일인지, 누구의 짓인지, 알기 힘든 사고들이지만, 블랙박스에 고스란히 찍혀 가해자를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최근엔 시동을 끄고도 이삼일 가량 상시 녹화가 가능해 지면서 운행 중 사고를 대비해서 뿐 아니라 주차 중 차량감시를 위해서도 블랙박스를 설치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습니다.
[임현근/00 블랙박스 설치업체 대표 : 움직임이 감지되면 움직임에 반응해서 녹화한다거나 충격을 감지해서 녹화를 한다거나.]
시동이 꺼진 빈 차량 앞에 제가 다가서자 블랙박스가 자동으로 녹화를 시작합니다.
요즘엔 이런 첨단 기능을 가진 제품이 늘면서 운전자가 차량을 비워도 차 주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 지 알아내는 게 가능해 졌습니다.
블랙박스가 이렇게 감시자 역할을 톡톡히 해내자, 경찰은 범행을 입증하는 증거로까지 활용하고 있습니다.
어두운 밤 트럭 앞에서 서성이던 남성이 블랙박스가 설치된 걸 알았는지, 카메라 선 한개를 끊어버립니다.
그리곤 손전등으로 비춰 가며 앞뒤 타이어에 펑크를 내곤 유유히 빠져나갑니다.
똑같은 짓만 벌써 6번째.
누군가 트럭만 세워놨다 하면 이렇게 바퀴에 구멍을 내는 통에 피해자는 이사까지 갔습니다.
[정영희/피해자 : 항상 옆면을 뚫어서 절대로 사용할 수 없게끔.]
타이어 값만 300만 원이 넘었지만 가해자를 잡아내진 못했습니다.
경찰은 결국 블랙박스를 달라고 권했고, 정 씨는 블랙박스 4개를 차량에 설치했습니다.
범인은 카메라 선 하나를 끊었지만 나머지 카메라에 모습이 찍혔고 경찰은 이 자료를 증거로 범인을 쫓고 있습니다.
간혹 범행이나 사고장면이 정확히 녹화되지 않아 경찰이 증거로 쓰지 못하는 경우에도, 법정에선 참고 자료로 활용될 수 있어 블랙박스가 사건·사고 처리에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박대영, 김세경, 영상편집 : 김호진, 화면제공 : 네이버 블랙박스 동호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