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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걱정되는 서울학생인권조례

"교권 추락 가속화" vs "선언으로 그칠 수 있어"

[취재파일] 걱정되는 서울학생인권조례

서울학생인권조례(초안) 제19조 '의사표현의 자유' 중의 일부:

"학생은 집회의 자유를 가진다. 다만 학교 내의 집회에 대해서는 교육상 목적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내에서 학교규정으로 시간, 장소, 방법을 제한할 수 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서울학생인권조례 초안에는 논란의 소지가 있는, 바꿔 말하면 보수 진영에서 충분히 문제삼을 수 있는 수많은 '진보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복장, 두발의 자유에서부터 휴대폰 소지의 자유까지... 그동안 억눌려왔던 학생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더 이상 '대학생'이 된 이후로 미루지 않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초안 발표 이후 진보진영의 '실망'과 '비판'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00의 자유를 가진다"는 문장 뒤에 계속 따라붙고 있는 "다만, 학교규정으로 제한할 수 있다"는 문구 때문이었는데요, 말로는 온갖 자유를 다 가진다고 해 놓고, 사사건건 학교규정으로 제한할 수 있도록 한다면 그동안 '교육적 목적'이라는 미명 아래 묵살됐던 것과 무엇이 다르냐는 지적이 제기된 겁니다.

실제로 자유를 줄 생각이 있긴 있느냐는 건데,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고교 교장선생님도 이번 서울교육청의 학생인권조례 초안은 지난해 경기교육청이 공포한 학생인권조례나 얼마전 시민발의로 제출된 학생인권조례에 비해 온순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귀띔했습니다.



일단 선언은 했지만, 마음만 먹으면 제재나 제한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의견인데요, 그도 그럴 것이 여기에서 말하는 학교규정, 즉 학칙이라는 것이 학교장이 최종 결재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학부모와 교사, 지역 인사로 이뤄진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심의 권한도 갖고 있습니다. 

서울교육청은 이런 지적에 대해 '학생이 제정이나 개정에 참여하는 학교규칙'이라고 명확히 밝혔기 때문에 보완이 이뤄졌다는 뜻을 밝혔는데요, 이마저도 의심과 우려의 눈초리로 보면 답답한 면이 있습니다.

조례에 명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학생들의 의견이 얼마나 반영이 될지, 또 최종 결재권자인 교장 선생님과 학생들의 의견이 대립될 때는 어떻게 처리할지 등 구체적인 경우에 대한 교통정리가 전혀 안 돼 있기 때문입니다.

개별 학교 상황에 따라 규칙을 정하고 그에 따르게 할 경우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한 인권조례는 형식적인 '선언문'으로서만 의미를 가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초안 발표만을 두고도 한국교총이나 전교조 등 교원단체 뿐 아니라 보수, 진보 진영의 학부모 단체와 학생 단체들이 논평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서울교육청은 공청회나 토론회 등을 통해 이번 초안을 보완해 조례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인데요, 연내 시의회 통과, 내년 1학기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학내 종교의 자유를 보장해 원하지 않는 (종교) 학교로 입학이나 전학을 하게 될 경우 교육감에게 학교를 바꿔달라고 할 수 있도록 하고,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학원이나 유치원에서도 체벌을 금지한 점, 학생의 책임과 책무성까지 강조한 점은 분명 '교육 현실'에서 진일보한 것임에 틀림 없지만 이번 학생인권조례 초안은 못내 아쉬움이 남습니다.

어느 한 쪽으로 치우쳤다는 평가 아래 공격의 대상이 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겠지만, 적어도 '인권조례'라는 이름을 가지려면 선언적인 의미에서 그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학교 구성원들이 논의를 통해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큰 틀의 논의를 통해 애초부터 넣을 것은 넣고, 뺄 것은 빼야지 선언적으로 모두 집어넣고 난 뒤에 살짝살짝 한 발씩 물러서는 모양새는 보기에도 영 좋지 않고, 읽은 뒤 입맛이 영 개운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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