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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한나라당, "오세훈을 어찌하리오…"

[취재파일] 한나라당, "오세훈을 어찌하리오…"

오세훈 시장은 약속한 대로 서울시장직을 물러나게 됐습니다. 물러나는 것은 오 시장의 평소 성정에 비춰봤을 때 기정사실이라는 것이 주변 사람들의 말입니다. 그런데 언제 물러날 것인가를 두고 여권 내 논쟁이 뜨겁습니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오 시장이 10월까지 버텨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9월 30일 이전에 물러나면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오는 10월 26일에 치러집니다. 그 이후에 물러나면 내년 4월 총선과 함께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실시됩니다.

그러니까 홍준표 대표는 10월에 비중있는 선거가 치러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왜일까요?

우선 홍 대표는 4월 총선을 진두지휘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으로 당 대표직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10월에 서울시장 보선이 치러질 경우, 지금같은 분위기라면 여당의 패배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번 주민투표가 아무리 해도 안 되는 투표라고 본인이 판단했듯이, 10월 서울시장 선거도 아무리 해도 안 되는 선거라고 홍 대표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10월에 선거를 치르게 되면, 이번 주민투표 과정에서 중앙당 차원의 지원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두고 처음에는 아예 입장을 정하지 않다가, 투표 운동에 돌입하고 나서야 당 차원 지지를 하겠다고 했다가, 또 오세훈 시장이 막판에 시장직을 걸겠다고 하자 그럼 중앙당은 말고 '시당차원에서 열심히 지원하라'고 발을 뺀, 홍 대표 자신에 대한 비판이 물밀듯 들이닥칠 것이 예상되기 때문일 겁니다.

또 시간을 벌어야 한다고 측면도 있습니다. 이것은 홍 대표와 한나라당 내 일부 의원들의 생각이 같습니다. 지금 당장은 어렵지만, 내년 4월로 미뤄지면 세상이 좀 달라질 것이란 기대입니다. 오세훈 시장에 대한 반감도 많이 사라지고, 어쩌면 우리 국민들의 정서상, 다른 관심거리에 매몰돼 오 시장을 잊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또 10월 선거에 후보를 내라고 한다면 난감하지만, 내년 4월까지로 미뤄지면 서울시장에 나설 새로운 인물을 영입할 수도 있을 거라는 희망입니다. 그렇게 되면 서울시장을 한나라당이 다시 확보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이 의견에 반대하는 측도 만만치 않습니다. 서울시장이 10월 8일 국감까지만 마치고 퇴장한다고 생각하면, 내년 4월까지 6개월을 임명직인 행정 부시장 대행 체제로 서울시를 방치하는 꼴입니다. 정치적인 판단으로 서울시정을 대행 체제로 6개월이나 끌고 가게 한다는 것이 과연 시민들에게 좋은 모습으로 비치겠는가 하는 우려입니다.

오세훈 시장이 최대한 시장직을 유지하고 버틴다고 했을 때 '당장 물러나라'는 야당의 비난과 '식물시장'으로서의 모습은 과연 한나라당에게 유리하겠는가 하는 것입니다. 차리리 10월에 서울시장을 야당에 뺏기더라도, 오세훈 시장이 촉발한 한나라당에 대한 반감을 털어내고, 4월 총선에는 자비로운 시민들의 심판을 다시 구해보자는 심산입니다.

또 역대 선거에서 작동한 '균형심리'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장과 서울시내 구의원들을 야당이 모조리 차지하게 되면 국회의원 자리는 한나라당에 내어주지 않겠느냐는 겁니다.

이렇게 한나라당 내에선 어떻게 해야 '내가' 사느냐를 두고 머릿속이 복잡합니다. 그런데 정작 오세훈 시장은 '그들의' 셈법에는 무관심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주민투표 자체를 혼자의 싸움으로 싸웠고, 그동안 당을 어렵게 한다는 비판에 맞서서 여권 내부에선 나름의 싸움을 벌여왔기 때문입니다.

정말 이기기를 원했다는 오 시장은 이번에 지게 됨으로써 더 이상 서울시장직에 머물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는 것이 주변의 말입니다. 어쨌든, 상처 투성이가 된 오 시장을 두고, '우리를 위해 버텨달라'고 애원하는 것이나 '우리를 위해 당장 나가달라'고 하는 것이나...

원희룡 최고위원은 오늘 아침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기자: "사장 보궐선거를 언제 하는 게 낫습니까?"
원희룡: "그거는 나보고 언제 죽을래? 하는 것과 같습니다"

언제 죽을지를 정해야 하는 한나라당의 절박한 상황, 그 속에서도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희망을 봤다'고 말했습니다.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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