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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대학가는 지금 방 구하기 전쟁

[취재파일] 대학가는 지금 방 구하기 전쟁

서울 시내 대학가에서 여름과 겨울 방학이 끝날 무렵이면 해마다 반복되는 '방 구하기' 전쟁. 작은따옴표의 위치를 바꿔서 '전쟁'이라는 단어에 초점을 맞춰보면, 어떻습니까? 너무 식상한 표현이라는 생각 안 드시나요?

하지만 취재를 다 마친 후 기사를 쓰는 과정에서 저도 '전쟁'이라는 단어를 쓰는데 망설임이 들지 않더군요. 지방 유학생들이 서울 대학가에서 살 곳을 찾기란 말 그대로 '전쟁'이었습니다.

1차 취재 장소인 신촌 지역에는 연세대와 이화여대, 서강대 등이 위치해 있습니다. 서강대 1학년 남학생과 함께 먼저 전세방을 알아보러 다녔는데요, 공인중개사의 첫 마디부터 기가 꺾입니다.

"전세는 거의 씨가 말랐다고 보면 된다. 매물이 있긴 있는데... 정 원하면 보여주겠지만, 탐탁지 않아 할 것이다."

공인중개사가 말끝을 흐린 이유는 구불구불한 오르막길을 올라간 뒤 방에 들어가는 순간 알 수 있었습니다. 원래는 4천만 원짜리라는 방에서는 곳곳에서 비가 새고, 천장과 모서리 쪽 벽지가 썩어 있었습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지금은 5백만 원을 내려서 내놓았다는군요. 3천5백만 원을 내고 5-6개의 양동이와 같이?



하지만, 얘기를 들어본 즉 집 주인은 큰돈을 들여서 수리할 생각이 없나 봅니다. 재건축, 재개발이 예정돼 곧 헐릴 텐데 굳이 큰 돈 들일 필요 없이 적당히 비만 안 새게 막아놓고 대신 방 값을 싸게 내놓겠다는 거였습니다.

최근 신촌에는 아현 뉴타운처럼 재개발과 재건축 예정지가 늘어나면서 실제로 철거되는 방이 많아져(멸실) 전세난이 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살던 사람이 나와야 하니 그 사람은 주변에서 또 방을 구해야 하지만, 재건축 후의 신규 입주는 아직 멀었고, 철거를 앞 둔 방들은 열악한 상태로 세입자를 위한 수리조차 소홀히 하고 있는 겁니다.

함께 방을 구하러 다닌 새내기 대학생의 경우에는 지난 겨울에도 이번처럼 낡고도 비싼 전세방을 구경하다 결국 경기도 고양에 방을 구해서 매일 통학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통학에 쓰는 시간과 비용이 아까워서 다시 방을 구하려 했던 것이었고요.

시선을 하숙집으로 바꿔도 지방 출신 대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은 크게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사실 공동생활의 불편만 감수한다면 하숙처럼 마음 편한 곳도 없을 텐데요, 요즘에는 월세처럼 수백만 원의 '보증금'을 요구하는 하숙집이 차츰 늘고 있다고 합니다.

원룸으로 리모델링을 하는 추세라 가뜩이나 하숙방은 없어지고 있는데 시설이 좋은 경우에는 월세 보증금에 버금가는 5백만 원 가량의 보증금을 요구한다는군요. 집에 여유가 있어서, 방값이나 등록금 부담이 덜 한 경우면 몰라도 본인이 직접 아르바이트를 해서 방값이나 등록금을 보태는 경우에는 참 대학생활이 고역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나고 보면 대학 캠퍼스를 거닐던 시절이 인생 최고의 시기라는 말들 많이 듣게 되는데요,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난 뒤에는 그것도 있는 집 자식이나 그렇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대학생들은 저마다 고민과 어려움을 안고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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