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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윤석민의 슬라이더 정밀 분석

[취재파일] 윤석민의 슬라이더 정밀 분석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관련 기사 좀 그만 나왔으면 좋겠다.... 나는 아직 메이저급 수준도 안 된다 - KIA 투수 윤석민. 8월 2일 두산과 경기 전.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한 추측성 기사를 그만 써달라는 윤석민의 희망은 현실이 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 그가 지금의 기량을 유지하는 한, 메이저리거 윤석민의 가능성에 대한 갑론을박은 시간이 갈수록 시끄러워질 것이다. 그의 등판 때마다 본부석을 메우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도 점점 늘어날 것이다.

윤석민 자신의 생각(아마도 본심과는 다를)과는 달리 그의 구위는, 특히나 몇 년 동안 화제가 되고 있는 고속 슬라이더의 위력은 이미 세계 정상급이기 때문이다.

1. 속도

가장 최근의 등판이었던 지난 7월 30일 넥센전에서 윤석민은 126개의 공을 던지며 완봉승을 거뒀다. 스포츠투아이사에서 제공하는 프로야구 공식 문자 중계에 따르면, 이날 윤석민의 구종과 평균 속도는 이랬다.



이 날도 윤석민의 슬라이더는 시속 140Km에 육박했다.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들의 슬라이더와 비교하면 어떨까? 지난 시즌 양대 리그 사이영상 투표 상위 득표자 10명의 슬라이더 평균 스피드는 이랬다.



윤석민의 139.5Km보다 빠른 슬라이더를 던진 빅 리그 에이스는 플로리다의 조시 존슨 한 명뿐이다.

비교대상을 '뛰어난 투수'들이 아니라, ‘슬라이더가 빠른 투수’로 바꿔보면 어떨까?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슬라이더의 평균 속도가 139.5Km(87.9마일)보다 빨랐던 선발투수는 단 6명뿐이다. ( 여기를 참조)

2. 무브먼트

물론 슬라이더가 빠르기만 하다고 좋은 건 아니다. 옆으로, 혹은 아래로 꺾이는 '무브먼트' 역시 중요하다.

현재 국내 일부 야구장에는 'PTS : Pitch Tracking System'이 설치되어 있다. '스포츠투아이'사가 TV 중계나 문자 중계에 제공하는 투구 정보를 계측하기 위해서다. 이 시스템은 투구의 속도 뿐만 아니라 궤적, 회전수 등 날아가는 공의 다양한 요소들을 측정한다. 슬라이더가 종으로 혹은 횡으로 몇 cm가 꺾였는지도 측정된다.

이 시스템은 메이저리그 모든 구장에도 설치되어 있다. 똑같은 시스템으로 계측된 값이기에 한국 투수들과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객관적 비교도 가능하다.

위 표에 등장한 사이영상 다득표자 10명을 다시 들여다 보자. 지난해 이들의 슬라이더는 자신들의 직구(포심 패스트볼)와 비교해 종으로, 횡으로 이 정도 꺾였다.



스포츠투아이 사의 도움으로, 지난 5월 17일 LG전에 나선 윤석민의 PTS 데이터를 구할 수 있었다. 이에 따르면 윤석민의 슬라이더는 그의 직구와 비교해 가로 방향으로 평균 20.2cm, 세로방향으로 20.1cm 꺾여 나갔다. 위의 표를 보면, 이 정도 무브먼트면 빅 리그 정상급 투수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비교 대상을 '초특급 에이스'가 아닌 '슬라이더를 특히 잘 던지는 투수'로 바꾸어도 결론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 Fangraphs.com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시즌 슬라이더로 가장 재미를 많이 본 투수는 내셔널리그에서 LA 다저스의 클레이튼 커쇼, 아메리칸리그에서 미네소타의 프란시스코 릴리아노다.  이들의 슬라이더는 이런 특징을 갖고 있었다.



세로 방향의 움직임은 이들이 낫지만, 옆으로 흘러 나가는 폭은 윤석민이 더 크다. 속도는 둘 다 윤석민보다 느리다.

3. 결론

윤석민은 올 시즌이 끝난 뒤 구단이 이적료를 받는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해외 무대로 나갈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국 구단의 관계자는 이렇게 말한다.

"윤석민의 해외 진출 여부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팀 성적과, 선수 본인의 의지, 그리고  여론이 될 겁니다. KIA가 돈 벌자고 선수를 팔 구단은 아니잖아요? 팀이 올해 좋은 성적을 내고, 선수 본인이 강력하게 희망하고, 팬들도 '이제 큰 무대에 도전할 기회를 주자'고 동의한다면 나갈 가능성이 높겠지요. 반대로 여론이 '돈 몇 푼 벌자고 에이스를 팔다니!'라고 분노하게 된다면 쉽지 않겠지요."

그리고 이렇게 덧붙인다. "기량은 변수가 아닙니다. 이미 검증이 끝났습니다."

위의 데이터가 시사하는 바도 명확하다. 윤석민은 세계 최고 무대에서 통할, 대단히 강력한 무기를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메이저리그 관련 데이터 출처는 www.fangraph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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