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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대표가 된 홍준표, 어떻게 변신할까?

[취재파일] 대표가 된 홍준표, 어떻게 변신할까?
홍준표 당 대표 체제의 한나라당이 출범했습니다. '변방의 정신'으로 정치를 해왔다는 홍 대표가 변방에서 중앙의 높은 지휘석에 앉았습니다.

'당 대표 홍준표'를 반대했던 한나라당 의원들은 그 이유로, 대부분이 그의 좌충우돌하는 입담과 행동을 꼽았습니다. 홍준표가 당 대표가 되면 충동적인 리더십으로 당이 불안해질 것이란 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나가면 질 것 같은 두려운 전쟁 '내년 총선' 을 앞두고 한나라당은 홍준표 당 대표를 선택했습니다. 좌충우돌하더라도 잘 싸우는 대표가 필요했던 모양입니다.

홍 대표는 중립 성향과 친박계의 표를 많이 얻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내년부터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야당의 공격이 빗발칠텐데, 자신은 훌륭한 방어 능력과 반격 능력이 있다는 점을 부각시켜 친박계의 호감을 샀습니다. 그렇게 홍준표 당 대표 시대는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정말 시작부터 '좌충우돌'하는 그의 입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계파를 타파하겠다며 계파 활동을 하는 의원들은 공천을 주지 않겠다고 언급했습니다. 계파 정치를 불식시키겠다는 것이야 누가 탓하겠습니까만, 현역 국회의원들에게는 밥줄이나 다름없는 공천을 가지고 준다 안 준다고 하니, 의원들이 가만 있을 리 없었습니다.

게다가 계파 정치의 최대 무기가 바로 공천 아닙니까? 계파 정치가 나쁘다고 하는 제 1의 이유가, 계파의 수장이 자기 마음에 드는 사람은 공천을 주고 안 들면 공천을 안 주고 하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계파의 수장에게 충성하다 못해 소신이 없는, 이른바 영혼이 없는 정치인이 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계파를 없애라면서 그 무기로 '공천'을 들고 나온다면, 홍준표 본인이 그동안 계파의 수장들을 부러워했다는 얘기 밖에 안 됩니다.

홍 대표는 또 당직 인선에서도 전철을 답습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안상수 대표가 당선된 후, 첫 주의 최고위원회의에서 파열음이 표출됐는데, 그게 바로 당직 인선 문제였습니다.

당 대표가 되면 당의 사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과 당대표 비서실장, 당 대변인, 여의도연구소장 등 당직을 최고위원들과 합의해 임명하는 권한을 갖습니다.

지난해 안상수 대표가 주요 당직에 전당대회에서 자신을 도왔던 사람들을 임명하려 하자, 당시 2위로 최고위원에 선출됐던 홍준표 최고위원은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계파 정치로 당을 망친다면서 회의 도중 자리를 뜨기도 해 안 대표를 곤란하게 만든 1순위 최고위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자신이 같은 반발을 고스란히 받는 처지가 됐습니다. 사무총장, 대변인, 비서실장 등에 선거에서 자신을 도운 의원들을 임명하려고 인선안을 짰다가 최고위원들의 반발을 샀습니다. 연합전선을 구축할 것으로 예상되는 친박계 유승민 최고위원은 물론이고, 친이계인 원희룡을 포함해 나경원, 남경필 등 모든 최고위원이 반발했습니다.

특히 구주류에서 이제는 비주류가 됐다는 친이계 원희룡 최고위원의 반발이 극심합니다. 제가 어제 원 최고위원에게 "당 대표가 되면 다 자기 사람만 쓰고 싶어하는 거냐?"고 애둘러 물었습니다. 그러나 원 최고위원은 " 대표가 되면 다 그런 것이 아니고 홍준표의 독선적 리더십이 바로 이런 것"이라며, "계속 이런 리더십을 보인다면 리더십에 치명적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설마 홍준표가 대표가 되고서도 '변방의 정신'에만 휩싸이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들도 많습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이제까지와 다른 좀 더 포용적이고 안정적인 성품을 끄집어 내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 말입니다. 변방의 정신은 서민정책 추진 같은 정책적 내용에만 담고, 겉모습은 대표 격으로 변신을 해야 할 때라는 겁니다.

홍준표 최고위원일 때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끝냈으면, 회의 중간에 항의 표시로 나오기도 하고, 상임위원으로 상임위 회의에 참석할 때는 자신의 발언 순서가 끝나면 회의 중간에 나오기도 했더라도, 이제는 전체 구성원의 마음을 모아 이끄는 '대표'가 된 것이지 않습니까?

홍준표 대표가 어느 정도나 변신을 할 수 있을지, 그리고 새 체제를 갖춘 한나라당이 얼마나 빨리 안정될 수 있을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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