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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차관님의 부적절한 '트윗'

[취재파일] 차관님의 부적절한 '트윗'

강원도 평창이 2018년 동계올림픽을 유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오늘 이른 새벽, 트위터 등 SNS 세상도 떠들썩했습니다.

SNS 서비스, 특히 트위터 이용자 중에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번 평창 유치 활동과 직·간접적으로 관계된 일을 하는 분들이 계시죠. 여러 사람들이 서로 '수고했다'며 유치 성공의 기쁨을 나누고 덕담을 주고 받는 트윗을 올렸는데요, 그 가운데 민동석 외교통상부 제2차관의 트윗이 이용자들의 눈에 걸렸습니다.

해당 트윗이 삭제된 상태라 내용만 그대로 전해드리자면 이렇습니다.

"2018 평창은 우리 국민 모두의 승리입니다. 이걸 못마땅해 하는 사람은 우리 국민이 아니지요.^^ 대한민국 국민 화이팅!"

어떠십니까? 트위터 프로필에 공직에 있음을 공개한 고위 공직자의 공개 트윗으로 보기에는 한눈에도 내용이 좀 과한 것 같습니다. '평창 유치 성공'이라는 사실에 대한 '반응'은  사실을 받아들이는 개인에게 달려 있는데, 민 차관은 트윗으로 이른바 '편가르기'를 해 버린 셈이기 때문입니다.

SNS 이용자들도 뜬금없는 '비국민 발언'을 퍼나르며 황당해하기 시작했는데, 민 차관은 이어서 이런 트윗도 올렸습니다. 역시 해당 트윗은 현재 삭제된 상태입니다.

"누가 2018평창을 못마땅해 하는지 이번 기회에 잘 봐두세요!"

'편가르기'에 이어 '보복'인가요? 잘 봐뒀다가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행간의 의미까지 생각해 보면 그냥 웃자고 올린 말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민 차관은 또 팔로워 수만 14만 명인 이찬진 드림위즈 CEO의 이런 트윗에도 한마디 덧붙였습니다.



라는 트윗에,

"축하할 거면 아무 단서없이 해 주세요~"

라는 '댓글'을 달아 게시한 겁니다. 아마도 이찬진 대표 트윗의 '무슨 의미가 있냐고 하시는 분도 계실거고…'라는 부분 때문에 그런 댓글을 다신 게 아닐까 싶은데, 역시 고위 공직자가 공개적으로 올리는 트윗 내용이라고 보기에는 정도가 심한 느낌입니다.

트위터와 같은 SNS의 특징은 폭발적인 확산 능력이죠. 민 차관의 몇몇 트윗은 곧바로 리트윗, 인용 물결을 타고 민 차관이 누군지도 모르던 이용자들에게도 널리 알려졌습니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황당하다는 반응과 함께 질책이 쏟아졌고, 당황한 민 차관은 아침 일찍 사과 트윗을 올리고, 문제 트윗을 삭제하고, 이용자들에게 답글로 사과를 하며 바쁜 오전 시간을 보내신 듯 합니다.

민동석 차관은 농림부 농업통상정책관으로 근무하던 지난 2008년 당시 한미 쇠고기 협상에서 한국측 수석대표를 맡아 촛불집회 정국에서 여론에 밀려 사퇴한 경력이 있습니다.

퇴임 당시에도 촛불집회를 '정치적 광란의 파도', '근거없는 괴담과 선전선동의 거대한 물결' 등으로 표현해 문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그해 11월 외교부 외교역량평가단장으로 임명된 뒤 지난해 10월에는 외교부 2차관으로 발탁돼 '오기 인사'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습니다.

공직자가 어떤 사안에 대해 국민 모두가 똑같은 생각을 갖고 한결 같은 반응을 보이기를 '속으로 기대'할 수는 있겠죠. 그러나 반응이 여의치 않다고 해서 공개적인 공간에서 그런 발언을 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공인, 공직자라면 가능하면 피해야 할 필화(筆禍), 설화(舌禍)에 이어 소셜화(禍)라도 추가해야 할 판입니다.

'소통'을 위해 적극적으로 SNS를 활용하려는 자세는 그 자체로 바람직하지만 잘못된 소통 방식이 불필요한 오해와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특히 공인이라면 명심해야 한다는 교훈을 준 작은 소동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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