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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김중수-박재완 '맞잡은 손' 불편한 이유

언제 협조 안 했나…'밀월'관계 강화 뒷말 무성

[취재파일] 김중수-박재완 '맞잡은 손' 불편한 이유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만났다. 양측은 김 총재가 신임 박재완 장관을 환영하는 '상견례' 차원의 만남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런데 회의 직후에는 '거시정책실무협의회'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한 달에 한 번 협의회를 열어 양측이 정기적으로 경제 전반에 대해 논의하겠다는 뜻이다. 차관급 협의체 출범은 처음있는 일. 과거 '통화금융실무협의회'라는 국장급 협의체가 잠시 있었지만 모임이 흐지부지되자 사안이 있을 때마다 부정기적으로 만나 정책 방향을 논의해왔다.

과거보다 참석자의 '급'이 격상된 것도 그렇지만 '통화 정책'에서 그치지 않고 '거시 정책'까지 그 논의의 범위를 확대한 데 대해 시장에서는 여러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정부-한은 '밀월' 강화되나

급증하는 가계 부채, 부동산 문제, 물가 불안 문제,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 등 거시 경제를 둘러싼 여러 변수가 워낙 다양해 정부와 통화 당국이 공조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의견도 있는 반면, 팽팽한 긴장 관계를 유지하면서 조율을 이끌어내야 할 중앙은행과 정부가 굳이 대놓고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발표까지 할 필요가 있냐는 비판론도 만만치 않다.

박재완-김중수 "함께 일하게 돼 기뻐"

이날 만남에서 박 장관과 김 총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덕담을 꺼냈다. "한은의 위상이 높아졌다. 워커홀릭의 대부인 김 총재와 함께 일할 수 있어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한다"라는 박 장관의 칭송(?)에 김 총재는 "글로벌 경제에 대해 박 장관보다 다방면에 지식이 있는 분을 찾을 수 없다." 며 화답했다.

김 총재는 한은 총재 내정자 시절부터 "한은도 정부"라는 말로 구설수에 오른바 있다. 이후  통화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서 시장과 소통하기보다 정부-청와대만 쳐다보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금리 인상 시점에 대한 실기가 반복되자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앞으로 금리 예측할 때는 재정부 장관의 입이나 청와대 발표를 주목하는게 낫다"고 비꼬기도 했다. '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한국은행이 기본 존재 이유를 잊고, 정부의 고민거리를 기웃거리는 모습이 썩 마뜩찮아 보였던 탓이다.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간이 최장 기간으로 이어지는 데도 금리인상을 주저하던 금통위가 박 장관 취임후 전 부처가 '물가 당국'이라는 생각으로 물가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자 이번달에는 만장 일치로 금리 인상을 결정해 화답했다는 추측이 시장에선 여전히 나돌고 있다.

왜 사안을 꼬아서만 보냐고 말할 수도 있지만, 의문이 의심을 낳고 의심이 반복되면 확신으로 굳어지게 되는 게 사람 속성인 탓일까. 금통위의 금리 결정 배경을 한국은행이 발표한 이유가 아니라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주위를 기웃거리게 만든 건 다름 아닌 한국은행이다.

재정부와 거시정책 정례 협의..중앙은행 독립성 훼손 지적도

'참외밭에선 신발끈도 매지말라'는 말이 있는데, 시장이 이렇게 의혹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는 마당에 굳이 중앙은행과 정부가 대외적으로 끈끈함을 보이는 이유는 뭘까. 이전에도 위기 때 외환보유고나 외채 조절, 통화정책 등에서 부정기적으로 협의를 하는 채널이 없었던 것도 아닌데, 가뜩이나 '한은의 독립성'을 의심받는 마당에 굳이 두 기관의 수장이 손을 맞잡게 된 배경을 어떻게 보면 될까.

때문에 이미 김 총재가 정부의 성장 정책에 발을 맞추다 금리인상 시점을 놓쳐 물가 불안을 오히려 자극하고 가계 부채 위험도 키워왔다는 비난을 받는 마당에 정례협의회까지 구성한 것에 대해서 "중앙은행의 중립성을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 내부에서도 "지금도 재정부와 협의하고 있는데 왜 또 협의체를 만드나? 기재부 차관이 금통위 참석해 열석발언권 행사하는 것처럼 소통수단은 충분한데 왜??"라는 의견이 나올 정도다.

양 기관이 견지해야 할 긴장관계는 약화되고,  신설된 협의체가 한은과의 밀월 관례를 더 강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에 양 기관이 어떤 결과로 답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앞으로 정부 입김이 더 노골적으로 반영돼 통화정책을 더 신뢰하기 어렵게 될지, 아니면 소통과 대화의 창구라는 순기능이 극대화될 수 있을지, 시장은 의미심장한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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