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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인플레이션은 호랑이와 같다"

중국 경기과열 우려..'돼지고기發 인플레'

[취재파일] "인플레이션은 호랑이와 같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중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2대 경제대국인 중국경기의 과열, 이에 따른 경착륙 우려는 우리를 비롯한 다른 나라들을 일제히 긴장시키는 변수다.

원자바오 총리 "인플레이션은 호랑이와 같다"

중국 원자바오 총리는 "인플레이션은 호랑이와 같아서 한번 자유롭게 해주면 우리에 다시 가두기가 어렵다"라고 말했다. 돈이 풀리고 물가가 오르면 기대 인플레이션 심리를 자극해 다시 물가가 더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돈 가치는 떨어지고 실질 소득은 줄고, 개인은 가난해지는 패턴이 그것이다. 고삐 풀린 물가는 잡기가 어렵다는 사실, 호랑이에 비유했는데 상당히 적절하고 와닿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를 낮추는 등 돈을 푸는 정책을 이어왔다. 막대하게 풀린 유동성이 이젠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부메랑이 돼 각국 경제를 위협하는 모습인데, 금리를 올려 돈을 거둬들이면 되지 않느냐 하겠지만, 세계 경제가 불안한 상황에서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어서 성장이냐 물가냐 사이에서 고민이 큰 상황이다.

중국도 고심 끝에 결국 '지급준비율' 인상 카드를 꺼내들었다. 중국의 5월 소비자 물가가 5.5% 올라 34개월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우리나라가 4%대 물가로 걱정하는 것을 보면 상당히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공식대로라면 과열된 경기를 식히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하는데 그리스 악재에, 미국 경기 둔화까지 좋은 소식을 도통 찾기가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긴축의 고삐를 너무 빨리 죄면 경기를 침체에 빠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금리 인상은 일단 미루고, 효과는 다소 제한적이지만 지급준비율을 높이는 방법을 택한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 지급준비율은 올들어서만 6번째 인상돼 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지급준비율(줄여서 지준율)이라는 건 금융기관이 중앙은행에 맡겨두는 돈의 비율로, 이 비율을 높이면 시중의 유동성을 흡수하는 효과가 있다. 일반적으로 중국의 경우 지준율을 0.5% 포인트 높이면 시중은행을 통해 3500억 위안(약 58조 원) 안팎의 유동성이 흡수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금리인상보다는 파급력이 약한 지준율 인상을 택해 돈줄을 죄는 가운데 경기에도 신경을 쓰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신중한 시도이다.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속도를 완만하게 유지해 연착륙을 유도하려는 게 중국 정부의 정책 목표로 보인다.

'돼지고기發 인플레이션'

중국의 물가 상승률이 이렇게 높은 것은 식료품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양자강 중하류 지역의 가뭄으로 돼지고기 채소 등이 전방위로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

특히 중국에서는 '돼지고기발(發) 인플레'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중국에서는 쌀 밀 등 주식과 함께 식탁에서 거의 빠지지 않는 돼지고기 값이 급격히 오르면 민심이 이반되는 현상이 나타날 정도로 돼지고기는 중국인들에게 중요한 식재료다. 현재 중국에서 돼지고기 평균값은 킬로그램당 17위안을 넘어서(우리 돈으로 3천 원 정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유는 우리처럼 구제역으로 살처분이 많아서 그런 건 아니고, 국제 곡물가 상승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중국에서 사육되는 돼지는 4억 5천만 마리 정도로 전 세계에서 사육되는 돼지의 절반을 넘는 엄청난 양이다. 그런데 이 돼지들을 주로 사료를 먹여 키우고 있는데, 국제 곡물 가격이 고공 행진하면서 사료값이 올라 양돈 비용이 크게 뛴 탓이다. 게다가 최근에 기온 이상으로 돼지의 출산율도 떨어졌다고 한다.

돼지고기는 중국의 식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 만큼 중국인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품목. 2008년 돼지고기 파동이 일어났을 때도 사회적 불만이 돼지고기값 급등을 계기로 한꺼번에 터져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중국 정부가 비상에 걸려 직접 가격 지도에 나서는 등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었다.

중국 경제가 급격히 긴축을 하게 되면 중국 내수 위축으로 우리 수출기업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자극돼 물가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이번달 금리인상을 단행해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으로 더 촉발될 인플레 압력을 줄이려 시도하고 있고, 전 부처는 '물가 당국'이란 생각으로 합심해 물가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성장에 따라 반드시 동반되는  과열, 과열을 급격히 꺾으면 반드시 수반되는 위축'

일견 '경제 정책의 ABC'로 단순해 보이기도 하지만, 현대 경제에서는 너무나 많은 변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조율이 그리 녹록치만은 않은 일. 각국 정부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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