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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공군의 배트맨! 뭐 하는 걸까?

- 첨단 전투기도 새는 무서워요!

[취재파일] 공군의 배트맨! 뭐 하는 걸까?

지난 주말, 서산 공군 비행장에 다녀왔다. 우리 공군의 주력전투기 KF-16이 연신 활주로를 박차오르고 있었다. 공대공, 공대지 전투가 가능한 KF-16은 최근 정밀유도폭탄 JDAM까지 장착했다. 300억 원에서 400억 원에 이르는 첨단 전투기다.

어떤 적도 두렵지 않다는 이 KF-16이 무서워하는게 딱 하나 있다. 그건 새다. 버드 스트라이크! 한번쯤은 들어본 이 말은 새가 항공기와 부딪히는 현상을 말한다.

특수합금으로 무장된 전투기이지만, 엄청난 속도 때문에 1킬로그램짜리 새와 부딪혀도 수십 톤의 충격을 받는다. 더구나 엔진 흡입구에 빨려들어간다면 새도 불쌍하지만, 최악의경우 전투기가 추락할 수도 있다.

더구나 서산은 바로 옆에 간척지가 있는 유명한 철새도래지가 아닌가. 다른 비행장보다 새가 많을 수 밖에 없다. 천연기념물이든, 희귀조류든, 활주로 주변에선 살아있는 미사일일 뿐이다.

그렇다고 마구 살상을 하기는 어렵다. 환경단체의 반발에 앞서 새도 생명이기 때문이다. 또 활주로에서 살생을 하면 사고가 일어난다는 미신 비슷한 게 있어서 살생 자체가 금기시 된다. 결국 쫒아내는 수밖에 없다.

새 쫒는 게 보통 일은 아니다. 매의 모습을 한 풍선을 매달아 놨더니, 한 2-3일 효과가 있었다. 그런데 며칠 더 지나니 그 풍선위에 새가 앉아서 놀기 시작했더란다. 누가 '새 대**'라고 했는가.

폭음기로 온갖 무서운 짐승들의 울음소리를 내도 똑똑한 새들에게는 안 통한다고 한다. 결국 사람이 품을 파는 수밖에 없다.

뻥뻥 소리와 연기가 나는 총으로 사람이 일일이 새를 쫒는다. 공포탄이지만 어쨌든 총이니 이건 효과가 있다. 무선 조종 항공기도 동원한다. 새가 지나가면 항공기를 띄워 새의 진로를 가로막는다.

그렇게 해서 새가 "아, 여기로 지나가면 이상한 게 와서 괴롭히더라"라는 생각을 하면 다시는 안 온단다. 호랑이 변을 구해다가 여기저기 던져 두기도 한다. 이런 새 쫒는 일을 하는 전담반을 'Bird Alert Team'이라 부른다. 줄여서 배트(BAT), 이른바 배트맨이다.

영화에서 배트맨은 멋진 옷에 멋진 차를 타고 다니며 악당을 쫒지만 우리 공군의 배트맨들은 뜨거운 활주로 옆을 뛰어다니며 새를 쫒는다. 하지만 이번에 알았다. 우리 새 쫒는 배트맨들도 영화 속 배트맨 만큼이나 중요한 일을 한다는 것을.

어디든 자유롭게 날고 싶은 새들과 비행 안전을 위해 새를 쫒는 배트맨들의 전쟁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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