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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코스닥 위기…전산오류에도 왜 충격 미미?

2900에서 470으로 추락, 6분의 1로 위축

[취재파일] 코스닥 위기…전산오류에도 왜 충격 미미?

어제(7일) 오후 3시, 통상 코스피 코스닥 지수 마감가가 나와야 하는 시각, 코스닥 종가가 산출되지 않았다. 몇분 지연되는 것이려니 기다리고 있는데 50분 가까이 그 상황이 지속됐다.

농협에 현대캐피탈까지, 하도 전산상 '해킹'사고가 많은터라 일순간 불안해졌다. 결국 49분만에 복구가 됐고, 일단 거래소 측은 외부 침입 흔적이 없어서 해킹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장이 마감되면 동시에 종목별로 매매 체결을 완료하는 소프트웨어에 일시적으로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고, 거래는 모두 유효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금전적인 피해는 없다는 것이다.

피해가 없어 다행이긴 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양대 주식시장 가운데 한 축인 코스닥이 50분이나 전산오류가 나 마감이 제대로 안 되고 있는데도 시장에 별 충격이 없다는 건 역설적으로 그만큼 거래가 위축돼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코스닥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거래대금, 거래량 모두 급감하고 있어서 '코스닥 위기론'을 부채질하는 모습이다. 지난달 거래대금과 거래량은 22조9800억 원과 62억5900만 주. 2006년 여름 이후 최악의 실적이다. 피가 돌지않으니 시장 부진은 불보듯 뻔한 일. 개미들도 인내심에 한계를 느끼고 떠나는 상황까지 도달한 것이다. 과거 개미들의 '투자의 꿈'처럼 인식됐던 코스닥은 이제 '개미지옥'으로 추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00년과 2011년을 비교해보면 극명하다. 2000년 당시 코스피는 820에서 지금 2110으로 2.6배 성장했지만, 코스닥은 최대 호황을 맞았을 때 2900을 넘어섰다가 470도 안 돼 11년만에 6분의 1로 쪼그라든 것이다.

시장에 대한 신뢰가 상실된 것이 가장 큰 원인. 대기업 위주의 코스피 기업들의 경우 꾸준한 주가 상승으로 인해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안겨준 반면, 코스닥 기업들은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오를만하면 터지는 악재와 상장폐지의 공포는 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경영진의 배임과 횡령이란 도덕적 해이는 시장에 크나큰 악영향을 미치는 단골메뉴. 제대로 된 공시도 이뤄지지 않아 주식에 투자했다가 모두 날리게 생긴 퇴출기업 개미 투자자들은 억울함을 하소연해보지만 별 다른 해법도 없다.

몇달 전 경영진 배임으로 퇴출된 '에코솔루션'이란 회사의 투자자들을 취재했다. 바이오디젤을 만드는 이 회사는 차세대 에너지에 대한 기술력을 인정받으면서 꽤 잘 나갔는데, 경영진이 자금을 빼돌리고 장부 조작 등에 연루되면서 주가는 급락해 결국 휴지조각이 됐다. 일상생활을 하지 못하고 이제나 저제나 회사 주변을 맴도는 투자자들만 십수 명. 이들은 "코스닥 기업에 대한 투자가 일생에 가장 큰 실수"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코스피는 '자동차, 화학, 정유'라는 굵직한 주도 업종이 올초부터 시장 견인차 역할을 해왔지만, 코스닥은 이렇다할 주도주, 주도 업종도 없이 단순 테마에 엮어 쏠림 현상만 반복될 뿐이다. 현대차 생산 차질을 빚게 만든 유성기업이란 부품업체가 새삼 시장의 주목을 받으면서 사나흘 상한가까지 치솟다 다시 곤두박질치는게 대표적인 사례.

과거 IT 위주의 벤처기업이 주도했지만, 코스닥시장에서 이젠 벤처의 흔적을 찾기는 쉽지 않다. 벤처신화 주도했던 기업들 시장에서 하나둘씩 지워지고 있다. '도전 정신'과 '벤처 정신'이 '벤처 묻지마 투자' 거품이 꺼진 이후 그 충격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코스닥 시장의 추락이 우리 IT벤처업체들의 부진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이러다보니 일부 우량 코스닥 업체는 아예 코스피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심팩메탈로이란 회사가 유가증권시장에 주권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한데 이어 코오롱 아이넷도 이전 상장을 요청했다. 거래소는 우량 코스닥기업들에게 자료 제출 의무를 간소화시키는 등 여러 혜택을 주고 있지만 결국 이들의 이탈을 두고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거래소는 코스닥 시장 건전성 강화를 위해 관리 감독 규정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엔 반복적 위법행위로 시장 건전성을 해치는 업제 들을 별도로 '투자주의 환기종목'으로 분류해 요주의 종목으로 지정하는 제도를 신설했다. 부적절한 기업들에 대해서는 매서운 회초리를 들겠다는 의지인데, 무엇보다 기업들이 변해야 한다.

부실한 기업만 퇴출되는 것이 아니라 우량한 기업들까지도 돈줄이 마르는 피해를 입히는 코스닥 시장의 붕괴, 기업가 정신을 살릴 수 있는 특단의 대책 없이는 정상화가 어려운 심각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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