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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박근혜, 그녀가 말하는 법

[취재파일] 박근혜, 그녀가 말하는 법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한나라당의 현안에 대해 말을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직접 들을 수 없었습니다. 황우여 원내대표를 통해서 박근혜 전 대표의 발언이 전달됐습니다.

황우여 원내대표와 박근혜 전 대표의 만남은 흡사 남과 북의 비밀접촉 같았습니다. 만날 것이라는 것만 알려졌을 뿐, 시간도 장소도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황 원내대표의 일정을 분석해 본 결과 11시가 공개되지 않은 개인 일정이었기에 오전 11시에 만난다는 심증이 있었던 것이고, 장소는 기자들이 많은 국회 보다는 강남의 한 호텔일 것이란 추정에 따라, 기자들이 추정해 찾아갔을 뿐입니다.

그나마도 황우여 원내대표의 연막작전으로 기자들은 다른 호텔에서 두 사람을 기다렸습니다. '비공개 단독 회동 작전'은 박근혜-황우여 두 사람의 '승'이었습니다. 박 대표는 회동 뒤에 황우여 원내대표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브리핑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재보선 이후 '박근혜 전 대표가 당의 전면에 나서서 당의 달라진 모습을 보여달라'는 요구에 대해 이런 방식으로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동안 '그럴 필요가 있으면'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었는데, 그 '필요' 라는 것은 말한 시점과 방식으로 봐서 이렇게 분석됩니다.

비대위가 구성되고, 다음 7월 전당대회에서 당헌 당규를 고쳐서 대선에 출마할 사람들도 당 대표가 될 수 있게끔 할지 말지를 당이 논의하기 시작하자, 그 결정에 앞서 한 명의 의원으로서, 또 지도자급 당원으로서 자신의 입장을 반영해야 할 필요가 있어진 것입니다.

다른 의원들의 의견 수렴은 의총에서 이뤄집니다.

오는 월요일 한나라당 의원이라면 누구나 모여서, 이 당권 대권 분리 규정을 고칠지 말지를 비롯해 전당대회 방식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습니다. 박근혜 전 대표는 한나라당 의원이지만 직접 의원 총회에 참석하지는 않습니다. 박 대표가 참석했다는 것 만으로도 의원들이 발언에 부담을 느끼고,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지켜본다'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라고도 합니다.

의원 총회에 참석하지 않는, 아니, 참석하지 못하는 박근혜 의원이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방식으로 황우여 원내대표의 예방을 선택한 것입니다.

박 대표의 입장은 전망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직접 듣지 못했지만, 황우여 원내대표가 밝힌 박 전 대표의 말에 대해 박근혜 전 대표 측에서 항의나 시정 요구가 없으니, 맞다고 보겠습니다.)

어제, 기자간담회를 자청한 황우여 원내대표와 기자들간의 대화 내용을 공개합니다. 간담회 초반, 황 원내대표는 자신과 박근혜 전 대표가 당의 현안에 대해 얘기를 나눠 공감을 이뤘다며 두 사람 사이의 대화의 결실이 무엇인지를 말하고 싶어했습니다.

그렇지만 '두 사람 간 대화의 결실'이라는 게 곧 박근혜 전 대표의 입장이다 보니, 박 대표의 '말'이 무엇이었느냐로 기자들과 원내대표의 대화는 들어차고 말았습니다.

기자: 당권 대권 분리 부분은? 원내대표의 입장은 아니, 박 대표의 워딩은 뭔가?
황우여: " 국민을 위해서 정당이 있는 거고  초점을 국민 입장이 돼서 골똘이 생각해야 답이 나온다.  그래야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겠나?  그런 입장으로, 쇄신 명분과 원칙을 상실하면 안 된다.  정당 정치의 개혁에 있어서 후퇴는 있을 수 없다 ."

기자 : 당권 대권 분리 규정을 손 대는 것을 후퇴라고 박근혜가 인식하고 있다는 건가?
황우여: 네.

기자 : 손 대는 거에 대해서 정확히 그런 말을 한 건가?
황우여: 그러니깐 지난 번에 당권 대권을 분리 규정이 들어간 과정이 공정성 문제,   정당의 방향이라고 할까, 쇄신 방향을 잡은 거 아니냐.  집단 지도체제에 대한 것도 박 대표가 같은 입장을..

자: 같은 입장이라는 게 무슨 얘기인가?
황우여: 당 대표와 최고위원 분리 선출 안 하는 것으로 입장을 확인했다.

기자 :박근혜 역할론은 얘기는 안 했나?  
황우여: 그 부분에 대해선  " 선거라는 건, 표를 의식해서 치르는 것 보다는 투명 공정한 공천, 그 리고 평상시 국민의 입장에서 해 나가는 당의 여러 모습...  그 런 과정 자체에 의해서 선거를 결정되는 것이어서  당은 국민과 함께 당무를 해나가는 것으로 선거를 준비하라는 게 가장 왕도다, 원칙이다."  그 런 얘기를 나눠. 박근혜의 말이다.

본의였는지, 본의는 아니였는지 한나라당의 황우여 원내대표는, 박근혜 전 대표의 대변인이 되었습니다.

지난해 세종시 사태가 생각납니다.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었을 때 박근혜 의원은 본회의장 발언대에 섰습니다.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예상치 못했던 친이계 의원들과, 당시 세종시 수정안에 총대를 맸던 정운찬 총리는 '소름이 돋았다', '너무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반응이었습니다.

직접 말하면 '너무 한다'는 비판이, 직접 말하지 않으면 '공주 같다'는 비판이 따라다닙니다. 어차피 비판이 따라다닌다면, 국민과 생생한 육성으로 마주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너무 한다'거나 '공주 같다' 거나 하는 비판은 그때 그때 자기편의 이익에 따라 정치인들이 쏟아내는 말들입니다.

전언이었지만, 박 대표의 입장 표명 뒤에 변화는 감지되고 있습니다. 소장파의 남경필, 정두언, 중립의 홍준표, 또 친박 의원들, 그리고, 정몽준, 김문수 등, 다른 입장은 슬슬 무마하기 시작하거나 아니면 더욱 강하게 주장하거나...

한나라당의 7월 전당대회는 과연 박 전 대표의 입장 대로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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