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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3색 신호등 논란이 남긴 것

비싼 수업료 치른 경찰…여론 중요성 절감한 계기되길

[취재파일] 3색 신호등 논란이 남긴 것

'3색 신호등'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경찰이 결국 백기를 들었다. 시범 운영 25일 만이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어제 간담회에서 신호등 논란에 입장을 밝혔다. "3색 신호등이 합리적이고 좋은 제도라고 여전히 생각하지만, 반대 여론이 많아 무기한 보류한다"는 내용이었다. 말이 무기한 보류이지, 사실상 전면 철회다.

사실 3색 신호등에 대한 반대 여론이 이렇게 거셀 줄은 경찰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대부분의 교통 전문가들이 적극 찬성하는 사안이었던 데다 기존의 '우측보행', '직진 후 좌회전' 제도도 일부 반대 여론이 있었지만 성공적으로 정착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찰은 이번 3색 신호등 또한 기존 정책들처럼 별 탈 없이 자리 잡겠거니 했다. 언론을 통한 홍보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시범 운영 이틀 전 보도자료 하나 내고 끝이었다.

4월 20일 서울 광화문 삼거리 등 도심 11곳에 시범 설치를 하자, 첫날부터 우왕좌왕하는 운전자들이 많았다. 날이 갈수록 익숙해졌지만 화살표 신호등 논란은 수그러들 줄 몰랐다. 기존 4색 신호등에 아무 불편 없이 잘 적응하고 있는데, 왜 갑자기 신호등을 바꾸느냐는 의문이 많았다. 예산 낭비 논란도 뒤따랐다.

경찰은 부랴부랴 대대적인 홍보전에 나섰다. 경찰 블로거와 트위터리안들을 통해 사이버 공간에서 물량 공세를 펼쳤고, 현장에도 각종 홍보물을 부착했다. 홍보 전단도 만들었다. 하지만 이미 돌아선 여론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냉정하게 논리만 놓고 보면 3색 신호등과 3색 화살표 신호등이 이렇게 뭇매를 맞은 사안은 아니었다. 바꿀 때가 된 신호등에 한해 교체하고, 신호등 수도 4색 때에 비해 줄어든다.

그만큼 설치 유지 비용은 감소한다. 안전성 면에서도 대다수 교통 공학자들이 3색 신호등 쪽을 지지한다. 25일간 시범 운영 결과만 봐도 그렇다. 3색 신호등이 설치된 시내 11곳에서의 교통사고 건수와 부상자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모두 크게 줄었다(사고는 11건에서 4건으로, 부상자는 16명에서 6명으로).

하지만 이런 팩트들에도 불구하고, "지금 쓰는 4색 신호등이 전혀 불편하지 않은데 왜 쓸 데 없이 예산을 허비해가며 바꾸려하는가?"라는 대중의 의문을 속 시원히 풀어줄 '한 방'이 없었다.

대중은 관(官)이 하는 일, 특히 돈 들어가는 일에 대체로 부정적이다. 이 사업이 왜 지금 이 시점에서 꼭 필요한지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다면 더더욱 그렇다. 바로 이 부분을 경찰이 놓쳤다. 3색 신호등이 필요하다면, 지금 4색 신호등의 문제점이 무엇이고 왜 바꿔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부터 적극적으로 펼쳐야 했다.

경찰은 이번 신호등 논란으로 꽤 비싼 수업료를 치렀다. 시범 운영 직후 혼란에 따른 홍보  비용과 각종 공청회 비용으로 1억 원 가까운 예산을 사용했다. 이 1억 원이 헛되이 쓰인 이른바 '매몰 비용'이 되지 않으려면, 이번 논란이 가져다 준 교훈을 곰곰이 되짚어 봐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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