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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마늘밭 110억'으로 본 인터넷 도박 실태

규제 사각지대…무차별 확산

[취재파일] '마늘밭 110억'으로 본 인터넷 도박 실태

전북 김제의 마늘밭에서 110억 원이 발견됐다는 소식에 황당함과 놀라움을 느끼는 동시에 허탈함과 박탈감을 느끼신 분들이 많습니다. 온갖 스트레스와 싸워가며 하루하루 힘들게 일해도 벌이가 시원치 않은 월급쟁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인터넷 도박 업자들이 도대체 얼마나 큰 돈을 벌어들이길래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요?

23개월 만에 170억 원

마늘밭 110억 원의 주인인 이 모씨의 처남 형제는 지난 2008년 1월부터 2009년 11월까지 홍콩에 서버를 둔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운영했습니다. 인터넷 포커 같은 게임 사이트를 열었는데, 이 사이트에서 오고 간 판돈은 1천500억 원을 넘겼고, 수수료로 챙긴 돈이 자그마치 170억 원에 달했습니다.  매 달 7억 원 이상을 벌어들인 겁니다. 이번에 마늘밭에서 발견된 돈이 바로 이 돈입니다.

지난 2월에는 서울 여의도백화점 물품창고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현금 10억 원이 든 상자가 발견됐는데, 주인을 찾고 보니 역시 인터넷 불법 도박업자였습니다.

인터넷 도박 사이트는 개설하는 데 약 1천만 원의 비용이 듭니다. 하지만 한번 사이트를 열면 한 달에 수천만 원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인터넷 도박에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경마나 경륜, 경정 같은 합법 사행산업보다 더 큰 한 탕을 노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합법 사행산업은 당첨액의 25% 이상이 체육 기금으로 빠져나갑니다. 반면 인터넷 도박은 수수료를 떼긴 하지만 이 액수가 합법 사행산업 보다 적기 때문에 사람들은 너도나도 인터넷 도박으로 몰려듭니다.

게다가 간단한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있으면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고, 베팅 제한액도 합법 도박에 비해 훨씬 많기 때문에 대박을 노리는 이용자들이 꼬일 수밖에 없습니다.

불법 인터넷 도박 연시장 규모는 32조 원

인터넷 도박은 그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규모인지 정확히 파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관련 기관이 몇 가지 근거를 동원해 추정하는 게 고작인데 그 규모가 수십조 원에 달합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2008년 여러 기관의 추정치를 소개한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재정경제부

국가정보원

한국레저산업
연구소

아주대
산학협력단

추정 매출액(원)

64조원

88조원

21.6조~28.8조

53조

추정 근거

발행 상품권
2회 회전 가정

 

유통 게임기 당
월평균 매출액

검찰, 경찰
검거 실적


이 가운데 인터넷 도박의 추정 매출액은 약 33조 원에 달하는 데 이는 우리나라 한 해 예산의 10분의 1이고, 경마나 경륜 같은 합법 사행 산업 연 매출의 2배에 달하는 액수입니다.

관리 사각지대...손 놓은 당국

2006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정부는 도박 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 위해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위원회는 경마나 경륜 같은 합법적인 사행산업만 관리 감독하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불법 인터넷 도박은 관리할 근거도 만들지 않은 겁니다.

경찰은 신고가 들어온 사이트를 주로 단속하는데, 이도 쉽지 않습니다. 업자들이 해외 서버와 대포 통장을 이용하기 때문에 추적이 쉽지 않습니다. 도메인을 수십 개씩 만들어 단속을 피해 몇 주 만에 인터넷 주소를 바꿔버리는 것도 추적을 어렵게 하는 요인입니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현재 국회에서는 사행산업감독위가 합법적인 도박 산업 말고도 불법 인터넷 도박도 관리 감독하도록 권한을 늘리는 입법을 추진 중입니다. 이런 움직임과 별도로 반드시 필요한 게 처벌을 강화하는 일입니다.

현재 인터넷 도박 업자들은 대부분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나거나 1~2년 징역형을 사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다보니 한 번 범법으로 수십억 원을 번다면 1~2년 형을 사는 건 대수롭지 않다고 여기는 풍조가 있습니다.

철저한 예방과 관리감독, 덧붙여 강력한 처벌 만이 또다른 '마늘밭 110억' 사태를 막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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