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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경차택시 못 타는 이유

귀한 몸? 천덕꾸러기? '경차 택시'

[취재파일] 경차택시 못 타는 이유

"그런 택시도 있었어?" 경차 택시에 대한 대부분 사람들의 첫 반응입니다. 경차 택시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택시인 셈인데, 그도 그럴 것이, 전국에 22대 밖에 없습니다.

2008년 국토해양부의 '생활공감 국민행동 아이디어'로 대통령 상을 받고, 기대 속에 도입된 경차 택시가 어찌 이런 신세가 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전국에서 유일하게 경차 택시가 운행중인 성남시로 향했습니다.

배기량 999cc의 깜찍한 연두색 '모닝', 지붕 위에 '경차'라는 표시를 달고 있는 '경차 택시'를 만난 건, 성남시를 세 시간 정도 헤메고 다닌 뒤였습니다. 콜택시 안 부르고, 택시 회사 안 찾아가고, 일반 승객 입장에서 경차 택시를 기다려서 타보자는 생각으로 성남 구시가지와 분당 일대를 돌다가 성남 중앙 시장 입구에서 경차 택시를 만났을 때의 반가움이란... 

실내는 생각보다 좁지 않았습니다. 설령 좀 좁다 한들, 주머니 사정 뻔한 직장인, 주부에게 일반 택시보다 요금이 25%나 싼데, 공간이 뭐 중요하랴 싶더군요.

기본 요금뿐 아니라, 일반 택시처럼 조금만 굴러가거나 심지어 요금 내려고 지갑을 열고 동전을 세는 순간에도 미터기 요금이 쭉쭉 올라가는 게 아니라, 요금이 체감할 만큼 천천히 올라갑니다. (성남의 경우, 중형택시:14km,  경차택시: 17km)

"싸니까, 경차 택시를 우선 탈 거다", "신기해서 타보고 싶다"는 사람들부터 "한 번 타봤는데, 좁은 골목길도 잘 다니고, 오히려 빠른 느낌이다"는 사람까지 시민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반응이었습니다.

10여 명을 인터뷰 했는데, 단 한 명만이 "어차피 돈 내고 타는 거, 이왕이면 편하고 큰 택시 타겠다"고 말했습니다.

시민은 원하는데, 택시는 늘지 않는 건, 첫째로, '운전하겠다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운전기사들은 "경차 택시는, 줘도 안 탄다"고 혀를 내둘렀습니다. 공간이 좁고, 가속 페달을 더 많이 밟아야 해서 발목이 훨씬 아프고, 혹시 사고라도 나면 크게 다칠까 두렵고, 결정적으로 요금이 싸다보니, 하루 12시간을 뛰어도 벌이가 중형택시보다 훨씬 적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사납금은 중형택시보다 30% 정도 적지만, 중형택시처럼 오래 타고 일을 할 수 없으니 손해라는 거죠.

택시 회사 입장에서도  가뜩이나 기사 구하기가 힘든데 서로 꺼리는 경차 기사 구하는 건, 더 힘들다고 하더군요. 사납금도 적으니 수익이 더 있는 것도 아닌데, 지자체나 정부에서 별다른 혜택을 주는 것도 아니니, 굳이 나서서 경차 택시를 굴릴 이유가 없는 셈입니다.

게다가 경차 택시가 많아져 오히려 중형 택시를 위협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부분도 없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택시회사와 운전기사가 꺼린다는 이유로, 경차 택시 활성화를 미루기만 할 일일까요? 한국 교통연구원의 강상욱 박사는 "택시는 비싼 교통수단이기도 하지만 노약자나 장애인, 임산부, 대중교통이 취약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처럼 사회적 약자를 위한 교통수단이기도 하다"고 말합니다.

이들이 저렴한 요금의 택시를 탈 수 있는 '선택'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또 기존 택시 요금이 적잖이 부담스럽던 소비자들에게 '좀 덜 편하지만 좀 더 저렴한 택시'는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무엇보다 경차의 탄소 배출량은 중형차보다 훨씬 적습니다. 택시로 가장 많이 스이는 쏘나타 LPG 모델의 경우, 탄소 배출량은 167g/km이지만, 모닝 LPG의 경우 122g/km 입니다.

물론 운전기사와 승객 모두가 불안해 하는 '경차의 안전성 '부분은 택시 전용 모델을 개발하는 과정(현재는 시범사업 과정이라, 일반 승용 경차를 택시로 개조해서 쓰고 있습니다)에서 더 보강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또 택시 회사 입장에서 경차가 '찬 밥'이 되지 않도록 적절한 지원책을 제시하고 운전기사에게도 인센티브가 절실합니다. 우리나라는 회사 택시보다 개인택시가 두 배 정도 많은 만큼, 자발적으로 경차 택시를 도입하는 개인택시의 경우, 부제를 해제해 주는 등 파격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더군요.

이들 대책은 특정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섭니다. 그래서 중앙 정부의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한데요, 2009년 제도 도입이후, 지방 정부에만 맡겨뒀던 국토해양부는 이달 들어서야 확대 방안 마련에 들어갔습니다.

이달 안에 초안을 만들어 지자체와 협의하겠다는 계획인데, 문제는 대책이 나온대도 실질적인 지원은 빠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택시는 대중교통이 아니고, 버스에 대한 재정지원도 충분하지 못한 상태에서 택시까지 지원하는 데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결국 문제는 또 '돈'으로 귀결되는 셈인데,,, 돈으로 해결이 안 된다면, 돈에 버금가는 절묘한 대책을 내놓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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