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지진 해일, 강건너 불 아닙니다!

[취재파일] 지진 해일, 강건너 불 아닙니다!

지난 11일 일본에서 발생한 강진의 여파가 아직도 진행형이다. 지진 자체에 의한 피해는 물론 지진이 몰고온 지진 해일에 의해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원자력발전소의 잇따른 폭발로 방사능이 유출되면서 일본 열도는 '방사능 쓰나미'란 커다란 파도 속에 또다시 잠겨가는 분위기다.

지진과 지진 해일에 대해서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철저히 감시하고 대비해왔던 일본이기에 충격은 더 크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일본이란 나라였기에 이 정도로 버티지, 다른 나라였다면...?' 하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는 어떨까? '지진 해일의 가능성은 있는지?  준비는 얼마나 돼 있는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의 지진 해일 가능성은 역사적 기록에서 알 수 있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최소한 2번 확실한 지진 해일의 기록이 나온다. 

먼저 현종 9년인 1668년의 기록이다. "평안도 철산에서 바닷물이 크게 넘치고 지진이 일어나 지붕의 기와가 모두 기울어지고 사람도 놀라 넘어졌다. 평양부와 황해도, 충청도, 전라도 등에서 같은 날 지진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숙종 7년인 1681년엔 강원도 일대에 지진 해일이 강타한다. 기록은 이렇게 적고 있다. "강원도에서 지진이 났는데 소리가 우레같고 담벽이 무너지고 기와가 떨어졌다. 양양에서는 바닷물이 요동쳤는데 마치 소리가 물 끓는 것 같았고 설악산의 신흥사가 모두 붕괴 됐다." 모두 지진과 지진에 동반된 지진해일에 관한 기록이다. 얼마나 많은 인명피해가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보다 더 최근의 지진 해일은 지금으로부터 20~30년 전에 발생했다. 1983년 5월 26일 오전 11시 59분 일본 북서부 아키타현에서 진도 7.7의 강진이 발생한다. 이 지진으로 발생한 지진 해일은 빠른 속도로 동해를 건너와 77분 만에 1.3m 정도의 파고로 울릉도를 덮쳤다.

다시 20여 분 뒤, 지진 해일은 2~4m로 커진 뒤 강원도 동해안 일대를 강타했다. 특히 삼척시 임원항에서 피해가 컸는데 2명이 실종됐고 44척의 어선이 유실되거나 침몰됐고, 주택 68채가 부서졌다.

1993년 7월 13일에도 일본 홋카이도에서 발생한 진도 7.8의 강진으로 지진 해일이 발생해 역시 동해안을 덮쳤다. 앞서 조선의 지진 해일이 우리나라 내부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발생했다면, 80년대와 90년대 2차례의 지진 해일은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이 원인이었다.

소방방재청 방재연구소에 따르면 일본 북서부의 단층대에는 항상 강진의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한다. 이 지역에서 진도 8의 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가정해서 시뮬레이션으로 실험한 결과 지진 해일은 지진 이후 대략 1시간 30분 전후로 우리나라 동해안을 덮치게 된다.

전파 속도는 시속 700km. 무시무시한 속도로 동해를 건너온 지진 해일은 해안에 가까워지면서 속도가 시속 70km로 느려지지만 높이는 3~4미터에 달해 최악의 경우 내륙으로 수백미터까지 밀고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이렇게 상존하는 지진 해일의 위협에 우리는 얼마나 대처하고 있을까?

우리나라에서의 지진 해일 대비 훈련은 지난 2008년 5월 동해안에서 최초로 진행됐다. 2004년 12월 26일 동남아를 강타한 지진 해일로 22만여 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을 보고서도 4년이 지난 뒤였다. 그것도 시범 훈련이었다.

두 번째 훈련은 일본의 지진 해일 참사가 발생한 뒤 4일이 지난 15일이었다. 급조한 탓에 훈련 내용도 인원도 단촐했다. 동해안 각 시군별로 공무원을 동원해 싸이렌을 울리고 대피소로 달리기 훈련을 하고, 소방차 몇 대로 화재진압훈련을 한 것이 전부였다. 참여한 주민들이나 관광객들의 수는 손으로 꼽을 정도. 원래는 민방위 훈련이었던 것이 하루 전에 '지진해일 대피 훈련'으로 바뀐 것을 감안하면 그리 부실(?)한 훈련은 아니었던 셈이다.

훈련만 그런 것이 아니다. 동해안 각 해변에는 지진 해일에 대비해 대피로와 대피시설을 알리는 안내판이 세워져있다. 대피 안내판에는 지진 해일이 닥쳤을 경우 침수 예상지역의 표시와 함께 대피시설의 위치와 방향이 표시돼 있다.

그런데 이 시설물들의 관리 또한 엉망이다. 한 해 천만 명 가까운 관광객이 찾는 경포해변에는 지진 해일 대피 안내판이 하나도 없다. 해변의 길이가 6km에 달하는 큰 해변인데도 말이다. 일부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해변이 아니라 엉뚱한 곳에 설치돼 있는가 하면, 일부 안내판은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심하게 훼손된 채 방치되고 있다. 

강원도 전체에 설치된 지진 해일 안내판 갯수가 고작 186개 밖에 안 된다. 지진 해일이 닥치면 어디가 안전한 곳인지, 어디로 얼마나 가야할지 알 길이 없다. 강원도에서 지정된 지진 해일 대피시설도  117곳,  수용인원은 13만 6천여 명 밖에 되지 않는다. 강건너 해마다 불이 나고 있는데도 우리는 정말 불구경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진 해일은 일반 파도와는 달리 주기가 아주 긴 장주기파이다. 즉, 같은 3m 높이의 파고라고 해도 태풍이 불 때 오는 파고는 몇 초 간격을 두고 밀려 오지만, 지진해일은 길게는 수 분 동안 3미터의 파고가 계속 밀고 들어온다는 뜻이다. 그 만큼 위험하고 피해가 클 수 밖에 없다.

지진 해일은 특히 여러 번 도달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제 1파보다 2, 3 파의 크기가 클 경우도 있다고 한다. 30cm 정도의 해일 파고라고 해도 성인이 걷기 어렵다. 전파 속도도 자동차 속도와 유사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단순히 걷거나 뛰어서 도망가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미리 지진 해일의 정보를 입수해 시간적 여유를 갖고 대피하거나, 불가피하다면 3~4층 높이의 튼튼한 철근콘크리트 건물로 대피해야 한다.

지진 해일은 물이 빠지는 전조현상을 보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럴 때는 즉시 그 지역을 벗어나야 한다. 또 바닷가에서 강력한 지진 진동을 느꼈을 경우에는 국지적 해일이 발생할 가능성 있고 수 분 내에 해일이 닥칠 수 있기 때문에 신속히 고지대로 피해야 한다. 지진 해일은 결코 "강건너 불"이 아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