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효과만점 '정력환', 알고보니…

[취재파일] 효과만점 '정력환', 알고보니…

뭐든지 도가 지나치면 없느니만 못하다 했습니다. 약효가 너무 없어도 문제지만, 너무 지나쳐도 한번쯤 의심을 해 보곤 하게 됩니다. 이번에 제가 취재한 건이 그렇습니다.

비타민, 오메가 등 주로 노인들을 대상을 건강식품을 판매하던 '건강식품 판매업자'가 붙잡혔습니다. 건강식품이 문제가 된 게 아니라, 이 건강식품을 살 때 서비스라며 끼워준 이른바 '정력환'이 문제가 됐습니다. 각종 좋은 한약재로만 만들었다며, 건강 보조식품을 구입하는 노인들에게 한 번에 20~30알씩 나눠줬는데 이게 효과가 너무 좋았던 겁니다.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모습에 급기야 정력환만 따로 팔라는 제의가 빗발쳤습니다만, 검거된 건강식품 판매업자 김모 씨는 무조건 비매품으로 비타민제라도 하나 사는 사람에게만 나눠줬다고 합니다. 좋게 말하면 기막힌 마케팅 전략, 나쁘게 말하면 얄팍한 상술로 일종의 '미끼상품' 전략인 셈이죠.

김 씨는 그러면서 '평소 알고 있는 한약 상식으로 제조한 약이다. 팔 것 까지는 아니고 서비스로 드리겠다'고 둘러댔답니다. 하지만 한약재로 만들었다던 이 환약, 알고 보니 비아그라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비아그라의 주성분인 '구연산 실데나핌'을 듬뿍 넣어 만든 약이었기 때문입니다. 김 씨는 어쭙잖은 한약 상식으로, 구연산 실데나핌 가루를 오미자 등과 섞어서 마치 안정성이 확인된 약품인 것처럼 속여서 팔았던 겁니다.

한약재 상가 가운데 버젓이 제분소를 차려 놓고는 모든 과정은 철저히 비밀에 붙힌 채 혼자만 조제를 했다고 합니다. 더 나쁜 것은 이 환약을 받아가는 사람들에게 김 씨는 '하루 2번씩 복용하라'고 안내를 했다는 겁니다. 한 번 복용하는 양이 비아그라 1알과 맞먹는 분량이었으니, 김 씨의 말만 믿고 하루 2번씩 복용한 피해자들은 결국 비아그라를 하루 2알씩 꼬박꼬박 복용한 셈입니다.

부작용은 심각했습니다. 복통에 두통에 얼굴이 붉어지고 열이 나기도 했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심장질환이 있거나 연로한 분들이 비아그라 성분을 이렇게 과하게 섭취하게 되면 심장병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고 밝히고 있으니, 김 씨의 얄팍한 상술이 하마터면 사람 잡을 뻔 했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피해를 본 분들은 비아그라 환약을 복용한 사람들 말고도 또 있습니다. 바로 한약방을 운영하는 분들입니다. 김 씨가 비아그라를 한약재로 속여 판 것이 보도가 되면서 많은 한약방 운영자들이 항의전화를 받으셨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판매한 한약에도 이상한 성분이 들어 간 것 아니냐는 의심의 항의전화 말이죠.

그도 그럴 것이, 이번에 취재하고 기사를 쓰는 과정에서 저도 김씨가 '한약방을 운영 한다'고 잘못 표현을 한 것입니다. 이번 기회를 빌어서 정정을 하지만, 김씨는 '한약방'을 운영한 것이 아니고 '건강보조식품 매장'을 운영한 것입니다. 그런데 김씨가 '한약방'을 차려놓고 비아그라 환약을 팔았다고 하니, 한약방을 이용하는 많은 분들이 걱정을 하신 거죠.

'한약방'과 '건강 보조식품 판매점'의 차이를 얼핏 모르시는 분 들이 계실 수도 있어서 잠시 설명을 하자면요, '한약방'은 '한의사'와 마찬가지로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업체에 한해서 인가를 받아야지만 운영을 할 수 있는 곳들이기 때문에, 얕은 한약 지식을 갖고 있던 김 씨 같은 사람은 개업을 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건강보조식품 판매점'은 일반 상품을 판매하는 가게이기 때문에 따로 인가제도 같은 것이 없는 것입니다. '한약방'에 대한 저의 이해 부족으로 김 씨와 아무 연관이 없음에도 피해를 입으신 한약방 운영자 분들께 이번 취재파일을 빌어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