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하루 종일 열리고 있습니다.
YS 대표 시절 정계에 입문한 3선 의원이자,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 위원회를 쭉 고집하다 18대 하반기 국회에서 문방위원장에 오르는 등 워낙 정계에서 잔뼈가 굵으신 때문인지, 청문회를 임하는 자세는 적절히 당당하고 해명도 구체적이고, 평소 자신의 스타일을 잃지 않고 대담하게 임하는 것 같습니다. "문화 예술을 사랑합니다"라고 당당히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점이 하나 있네요. 그토록 본인이 원하고 기다렸던 문화체육관광부 자리를 길어야 10개월 정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점입니다. 2012년 4월에 총선이 있으니, 3선 의원을 넘어 4선 의원의 고지에 도전하려면 최소한 올해 10월에는 공직에서 물러나야 합니다.
장관직을 얼마나 해야 적당한 것인지,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정답이 없는 것 같습니다. 장관이 얼마나 준비된 사람인가에 따라 다를 터인데, 자유선진당의 조순형 의원은 '장관직을 제대로 하기까지는 6개월 정도 업무파악 기간이 필요하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적응하고 나면 장관을 할 기간이 4개월 밖에 안 남는데 하고 싶은 일들을 다 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습니다.
정병국 후보자는 "10년 넘게 준비했습니다" 라며 다소 열혈 청년같은 답변을 하기도 했습니다. 10년 넘게 국회 문방위에서 의정활동을 하며 꿈을 키웠다는 말이겠지요.
그렇지만 '장관을 할 수 있는 한 오래 하면서 문화예술체육계를 위해 이 한몸 바치겠습니다' 라든가, '국회의원직은 3선이면 충분합니다' 라든가, 제 기대가 너무 유치한지 몰라도, 이런 얘기는 비슷하게라도 조금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내년 총선에 또 나가야 하니 장관은 10개월 밖에 못하지만 그동안 열심히 하겠다'는 말도 딱 부러지게 하지 않았습니다. 두루뭉수리하게 '장관직에는 임기가 없고... 준비는 10년을 했고... 단 하루를 하더라도 최선을 다할 것이며...' 이런 말들이 기억 납니다.
앞에도 말했지만 장관직에 오래 있는다고 일을 잘하는 것도 아니긴 하지만, 정치인들의 장관행은 경력 관리 차원의 욕구가 큰 것 같아 아쉽습니다.
민주당은 정병국 후보자에 대해서 '부적격' 의견을 냈습니다.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렇지만 장관은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을 거치는 자리도 아니고, 인사청문요청서는 여당 단독으로도 얼마든지 상임위를 통과할 것이고, 대통령은 정 후보자를 임명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모쪼록 10개월 동안이나마, 10년 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응집해 발휘하여 주길 바라는 수 밖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