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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따뜻한(?) 겨울이 좋아요

한국의 따뜻한(?) 겨울이 좋아요

지난 7일 대관령의 아침 기온은 영하 23.6도까지 떨어졌다. 이번 겨울 대한민국(남한)에서는 가장 낮은 기온이었다. 이날 오전에는 보기 드문 얼음침 현상까지 관측됐다.

'얼음침'이란 공기 중의 수증기가 뾰족한 침이나 모가 난 기둥, 편편한 판 모양의 미세한 결정으로 얼어서 대기중에서 천천히 떨어지는 현상이다. 바람이 불지 않는 날 만들어지기 때문에 바람에 날리는 눈가루와는 확연히 다르다. 햇빛이 비칠 때 반짝이는게 보석 같아서 영어로는 diamond dust라고 불리기도 한다.

2000년 이후 전국의 기상대 또는 유인관측소에서 26번이 관측됐고, 이 가운데 16번이 대관령 기상대에서 관측됐다.

       


대관령은 대한민국의 제대로된 겨울 추위를 대표하는 곳이다. 서울의 아침기온이 영하 10도라면 대관령의 기온은 최소한 그 숫자에 곱하기 2를 하고 몇 도를 더해야 하는 곳.  2010년엔 6월에도 얼음이 얼었던 곳. 그래서 누구라도 겨울의 대관령을 생각하면 추위부터 떠올리는 곳. 그런데 이 곳의 겨울이 따뜻(?)하다며  찾아온 이들이 있다. 설마...?

'따뜻한 대관령의 겨울'이 좋다는 이들은  당연히도 대관령보다 추운 곳에서 온  사람들,  바로 러시아 극동지역의 스키 관광객들이다. 한국관광공사가 2008- 2009 시즌부터 "루(RU)스키 페스티벌"이란 이름의 상품을 판매해 왔는데, 이 관광객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 이 상품을 통해서만 첫 해 850여 명이던 스키관광객이 올 시즌에는 3,500여 명까지 늘 것으로 예상된다.

한겨울에 영하 20-30도는 아주 기본 날씨인 연해주 주변 스키장에서 러시아인들도 추위를 느끼기는 마찬가지라고 한다. 그들 표현대로라면 눈물, 콧물 다 흘리며 스키를 탔다고 한다. 그러다가 한국의 스키장을 오니까 영하 10도 안팎의 기온에는 두꺼운 외투 없이도 스키를 즐길 수 있다고 한다. 따뜻한 대한민국 겨울이 좋다고...

     



이런 이유로 관광공사의 '루스키 페스티벌' 을 모방한 일명 짝퉁(?) 상품이 무수히 많아졌다. 물론 관광공사의 노림수다. 이런 모방 상품 덕택에 08-09시즌 1,400여 명이던 러시아 스키관광객이 09-10시즌에는 6,100여 명으로 급증했다.

러시아인들이 한국의 스키장을 찾는 이유는 '따스함' 외에도 몇가지 더 있다.  한국의 스키장은 다양한 놀이시설과 편의시설이 함께 있어 러시아 연해주의 스키장보다 시설이 좋다고 한다. 물놀이 시설과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에도 아주 만족한다고 한다. 가격도 3박4일 1인 기준으로 우리 돈 1백만 원 - 2백만 원 선이어서 일본의 스키장보다 저렴한 편이다. 

한국관광공사는 올해부터 중국 본토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관광상품 판매에 들어갔다. 기존의 중국인 스키관광객들이 대부분 중국 국적만 가지고 있는 화교들이었다면 앞으로는 중국 본토인들도 본격적으로 한국의 스키장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와 계절이 반대인 남반구의 호주에서도 판매를 시작한다고 한다. 과거 한류 열풍의 후광으로 겨울이 없는 동남아시아 위주였던 외국인 스키 관광에 분명 의미있는 변화다. 이들이 제대로 된 한국의 겨울을 즐기고 맛볼 수 있도록 찾아온 기회를 잘 활용해 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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