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문명기 4권--
도자기로 읽는 트로이 전쟁과 로마의 건국
---글 싣는 순서-- 1장. 트로이 전쟁의 배경
1. 신이 만든 도시 트로이 2. 가니메데스, 간다라, 라오메돈 3. 펠레우스와 테티스의 결혼--오늘 이야기 4. 파리스의 심판과 프리기아 5. 헬레네, 스파르타,기숙학원 6. 파리스와 헬레네의 결합
3. 펠레우스와 테티스의 결혼
◆ 1. 아이아코스와 트로이 트로이의 실질적인 지도자 헥토르를 죽여 트로이 멸망을 가져온 아카이아 연합군의 1등공신 아킬레스의 아버지 펠레우스를 알아보기전 펠레우스의 아버지 아이아코스부터 더듬는게 트로이 전쟁을 이해하는 지름길이다. 아이아코스로부터 트로이의 운명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펠레우스의 아버지 아이아코스는 인간이지만, 최고의 혈통을 물려받은 성골이었다. 누구의 아들일까? 올림포스 최고의 신 제우스와 강의 신 아소포스의 딸인 님프 아이기나 사이에서 태어났다. 결국 아이아코스는 제우스의 아들이고, 펠레우스는 제우스의 손자인 셈이다. 아이아코스는 스키론의 딸 엔데이스와 결혼해 아들 형제를 뒀다. 펠레우스와 동생 텔라몬(트로이전쟁에서 아킬레스의 절친한 동료인 아이아스의 아버지). 아이아코스는 한여자로 만족할수 없었는지 나중에 바람을 피워 아들을 하나 더 얻는다. 바다의 신 네레우스의 딸 프사마테에게 반해 그녀에게서 막내아들 포코스를 얻은 것이다. 이복형제라! 무엇인가 피바람을 몰고올 조짐인데... 이이야기는 나중에 보고.
제우스의 아들 아이아코스는 트로이 성벽을 쌓은 사람이다. 앞서 트로이 성벽을 신이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트로이왕 라오메돈으로부터 공사를 수주해 제우스의 아들인 음악의 신 아폴론과 함께 건축했음을 살펴봤다. 그런데 둘만이 아니다. 제우스의 아들이지만 인간인 아이아코스도 이때 공사에 참여했다. 결국 트로이 성벽은 신 2명에 인간 1명이 만든 셈이다. 요즘도 아파트 공사를 하거나 지하철 같은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할때 건설회사 한군데가 독점하는게 아니라, 여러 회사가 컨소시엄을 형성해 참여한다. 혼자 하기에는 부담이 큰 대형일 경우 특히 그렇다. 회사별로 구역을 나눠 공사를 진행하는데 지금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청계천 복원 사업도 마찬가지다. 트로이성 역시 포세이돈, 아폴론, 아이아코스 이렇게 셋이 구역을 나눠 성벽을 쌓아올렸다. 성벽을 다 쌓고 준공식을 가질 무렵 재앙이 닥치는데... 뱀 세마리가 와서 성벽을 공격하는게 아닌가! 성벽을 물어뜯고 공격하던 뱀 가운데 포세이돈과 아폴론이 쌓은 성벽을 공격하던 뱀은 죽었는데, 아이아코스가 쌓은 성벽을 공격하던 뱀은 성공적으로 성벽을 뚫고 지나갔다. 이 무슨 징조일까?
신은 이를 알수 있었으니. 아폴론이 예언을 내놨다. "트로이는 앞으로 두번 공격받고 망한다. 첫째는 아이아코스의 아들에 의해. 두번째는 아이아코스의 3세손(증손자)에 의해." 첫번째 공격은 앞서 살펴본 대로 헤라클레스가 주역. 헤라클레스의 공격으로 트로이가 초토화됐는데, 이때 아이아코스의 아들 텔라몬과 아킬레스의 아버지 펠레우스도 참점했다. 텔라몬은 가장 먼저 성벽을 넘어 트로이인들을 학살하고, 트로이 공주 헤시오네도 얻었다. 아폴론의 첫번째 예언은 맞아떨어진 셈이다. 그렇다면 두번째 예언. 즉 증손자에 의해 멸망한다는 예언은? 미리 결론을 얘기해 버리면 김이 빠지지만,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다름 아닌 헬레네의 트로이행으로 빚어진 전쟁에서 아이아코스이 손자인 아킬레스가 혁혁한 공을 세워 헥토르를 죽이고, 아킬레스가 죽은 뒤에는 아킬레스의 아들이자 아이아코스의 증손자인 네오프톨레무스가 트로이왕 프리아모스와 그의 적통을 이을 손자이자 헥토르의 아들인 아스티아낙스를 죽이며 트로이 전쟁의 종지부를 찍는 사건이다. 결국, 앞으로 이번 시리즈에서 살펴볼 트로이의 운명은 아이아코스와 그 자손들에 의해 결딴나고 마는 셈이다.
◆ 2. 펠레우스의 악업 파리스의 헬레네 납치 사건을 가져온 원인 제공자 펠레우스. 그의 아버지 아이아코스는 가장 경건한 그리스인으로 추앙받았다. 죽어서도 저승에서 죽은자의 영혼을 심판하는 역할을 맡을 정도였는데, 그렇게 높은 평가를 받게된 이유는 살아생전 사적인 감정에 억매이지 않고 엄격하게 법집행을 행한 덕분이다. 엄격한 법집행의 표본이 된 사건은 무엇인가? 어떤 사건인가? 다시 아이아코스의 가정사로 돌아가 보자. 2명의 아내가 낳은 아이아코스의 세아들은 사이가 좋을리 없었다. 아버지의 권력을 놓고 다투기는 동서고금에 예외가 없다. 부모자식이나 형제간에도 권력을 놓고는 다투기 마련이다. 요즘 KBS에서 인기리에 방영중인 대하사극 무인시대에도 잘 그려지듯이 무신들이 정권을 잡고 정권의 독점을 위해 동지는 물론 동생마저 죽이는 인간사가 무상하다.
네레우스의 딸인 바다의 요정 즉 네레이즈의 한명인 프사마테는 아이아코스의 구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기가 낳을 자식의 불행한 미래를 미리 알고 있었음인가? 그러나, 아이아코스의 구애를 피하지 못하고 결합해 아들 포코스를 낳는다. 우리의 고전 홍길동에서 보듯이 대개 첩실의 자식이 영특하고 능력이 뛰어난 경우가 많다. 포코스 역시 그랬다. 포코스는 특히 육상경기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다음주부터 올림픽이 열리지만, 고대 그리스 사회에서 체육경기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사람은 큰 존경을 받았다. 이복형인 펠레우스와 텔라몬이 포코스를 곱게 볼리 없었다. 빼어난 외모에 운동까지 잘하며 존경받으니... '이러다가는 동생 녀석에게 아버지의 영광을 모두 빼앗기게 되겠구나.' 시기와 질투가 무서운 것은 그것이 자신의 내적인 정신영역에 머물지 않고, 외적으로 펴현돼 현실적으로 큰 일을 저지르게 된다는 점이다. 초라해진다는 것의 슬픔.
구약성서에 인류 최초 살인이라고 말하는 카인의 아벨 살인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카인과 아벨 이야기는 불공정한 신의 판단이 가져온 비극이었으니, 성격이 약간 다르기는 하다. 아담과 이브의 큰아들 카인은 열심히 농사를 지어 곡식을 바쳤으나, 야훼 하나님은 양을 키워 바친 동생 아벨의 제물에만 흡족해하고 받아들였다. 열심히 일해 바쳤으면 공평하게 사랑을 나눠주는게 금수강산의 아름다운 전통이자 인간사 도리인데, 어찌 이스라엘 민족의 야훼 하나님은 그런 판단을 내리셨는지... 공정한 평가를 받지못한 자의 설움이 결국 살인으로 이어지고... 이스라엘 민족의 이런 전통은 오늘날 공정성을 상실한 막무가내식 전쟁으로 팔레스타인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현대 이스라엘인들의 원죄로 봐도 무방할까?
동생 포코스를 질투한 펠레우스와 텔라몬 형제는 포코스를 죽이기로 작당한다. 그리고 누가 죽일 것인지 제비를 뽑는다. 결과 텔라몬이 뽑히고... 텔라몬은 동생과 육상경기 가운데 원반던지기를 하자며 동생을 유인한 뒤 큼직한 돌 원반을 멀리 던지지않고 포코스의 머리에다 내리쳤다. 아! 이런 불한당이 있는가? 포코스가 죽고 말았다. 막내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알게된 아버지 아이아코스는 못된 아들 2명을 내쫓았다. 비록 자식이라도 불법으로 사람을 죽인 죄를 무겁게 물어 고국에서 추방한 것이다. 추방당한 펠레우스가 아버지에게 용서를 빌고 받아들여줄 것을 간청했지만, 아이아코스는 끝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런 감정을 절제한 냉철한 판결이 주변 인물을 감동시켜 인간으로부터 가장 경건하고 공정한 자라는 칭송을 얻게 해줬고, 신의 세계에서도 인정받아 죽은 뒤 저승에서 인간 영혼을 판단하는 자리까지 얻을수 있었다. 프사마테는 아들 포코스가 죽자 화가나 가축을 잡아먹는 괴물 늑대를 보내 펠레우스의 가축을 괴롭히기도 했다. 결국, 프사마테는 아들이 죽은 원한에 사무쳐 아이아코스를 버리고 이집트왕 프로테우스와 결혼하지만...
◆ 3. 펠레우스의 인생유전 아버지에게 쫓겨난 텔라몬은 살라미스로, 펠레우스는 테살리아 지방 프티아로 갔다. 프티아에서 펠레우스는 왕 에우테리온의 눈에 들었다. 에우테리온은 펠레우스의 죄를 씻어주고 자신의 딸 안티고네와 결혼시켰다. 딸의 지참금으로 자신의 왕국 3분의 1을 떼주었으니, 졸지에 펠레우스는 왕이 됐다. 펠레우스는 딸 폴리도라까지 낳았다. 그러나, 멜레아그로스가 주도한 칼리돈 지방 멧돼지 사냥에 나선 펠레우스는 그만 함께 간 장인 에우테리온을 죽이고 말았다. 두번째 살인행각. 펠레우스는 다시 쫓겨 이번엔 이올쿠스 지방 아카스토스왕에게 의탁했다. 아카스토스는 아르고호 원정의 주역 이아손의 왕위를 부당하게 빼앗은 펠리아스의 아들이었다. 여기서 잘 지내는가 하더니 이내 스캔들에 휘말리고 말았다. 이번엔 펠레우스의 잘못이 아니었다.
아카스토스의 왕비 아스티다메이아. 그녀가 펠레우스에게 반해 연정을 토로하며 만나줄 것을 요구한 것이다. 살인의 악업을 두번이나 범했던 펠레우스. 이번엔 더이상 악업을 쌓고 싶지 않았는지, 그녀의 미모가 신통치 않았는지, 그녀의 욕정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랑을 거절당한 여인의 한은 무섭다. 아스티다메이아는 펠레우스의 첫번째 부인 안티고네에게 거짓 기별을 넣어 펠레우스가 아카스토스왕의 딸 스테로페와 결혼하려 한다고 알렸다. 낙심한 안티고네가 자살하고 말았으니... 펠레우스로 인해 아버지 에우테리온이 죽은데 이어 딸마저 저승으로 가고... 아스티마데이아는 이것으로도 모자라 남편 아카스토스왕에게 펠레우스가 자신을 유혹하려 한다고 꾸며댔다. 펠레우스의 죄를 씻어주고 잘 지내던 아카스토스왕은 직접 펠레우스를 죽일수 없어 그를 사냥에 데리고 갔다. 사냥이 끝나고 피곤하게 자는 동안 아카스토스는 펠레우스의 무기를 숲속에 버린뒤 일행을 데리고 하산해 버렸다. 짐승에 물려 죽든 산적을만나 죽든 죽으라는 얘기였다.
위험천만한 첩첩산중에서 무기도 없이 홀몸이 됐으니. 펠레우스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형국이었다. 마침내 산중 악당, 일종의 산적떼인 켄타우로스들에게 포위되고 말았다. 켄타우로스는 여자를 겁탈하고 난폭한 일을 일삼는 반인반마(半人半馬)의 괴물이었다. 위기일발의 순간 착한 켄타우로스인 케이론(키론)이 펠레우스의 무기를 찾아 건네줬다. 간신히 목숨을 구명한 펠레우스는 산에서 돌아와 아카스토스왕과 왕비 아스티다메이아를 죽여 잔인하게 복수하고 만다.
◆ 4. 펠레우스 여신 테티스의 사랑을 얻다 이렇게 고생하던 펠레우스에게 새로운 인생이 열리는데, 바로 여신 테티스와의 만남이다. 영화 트로이에서 늙어 쭈글쭈글 할머니로 나온 테티스는 그렇지 않다. 아주 아름다운 바다의 요정이다. 신이나 요정은 늙거나 죽지 않는다. 만년 청춘의 아름다운 몸으로 산다. 테티스에 관련된 일화는 뒤에 트로이 전쟁편에서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고, 여기서는 말썽꾸러기 펠레우스가 어떻게 여신 그것도 제우스와 포세이돈의 눈에 들만큼 아름다운 여신 테티스와 결혼할수 있었는지 그 배경을 알아본다. 그들의 결혼이 트로이 전쟁이라는 비극을 잉태하기 때문이다.
바다의 신 네레우스의 딸로 바다의 요정인 50명의 네레이즈 가운데 테티스는 가장 돋보이는 미모를 지녔다. 네레우스와 바다요정 도리스 사이에서 태어난 테티스는 어려서 최고의 여신 헤라의 보살핌으로 자랐다. 헤라가 수양딸 비슷하게 거둬들여 길러줬다. 자라면서 어찌나 미모가 빼어나던지 헤라의 남편인 최고신 제우스가 흘깃 그녀를 보고는 빠져들어 연정을 불태우며 만나줄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테티스는 어머니처럼 자신을 보살펴준 헤라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 제우스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제우스의 속을 태운 갸륵한 마음씨였다. 제우스만 그녀를 노린게 아니었다. 제우스의 형으로 바다의 최고신 포세이돈도 그녀를 마음에 품었다. 그러나, 테티스에 관한 상서롭지 못한 예언이 테티스의 운명을 갈랐다.
태초의 여신이자 제우스의 연인이기도한 테미스가 내놓은 예언은 제우스와 포세이돈의 심기를 크게 건드렸다. "테티스의 아들은 아버지보다 더욱 강력해 진다". 제우스나 포세이돈 입장에서 보면 '아니, 그렇다면, 아버지인 나보다 더 강해진다면, 내가 테티스와 결혼해 낳은 아들이 올림포스의 주인이 된다?' 참을수 없는 일이었다. 아버지 크로노스를 제압하고 천상천하를 거머쥔 원죄가 있는 제우스나 포세이돈 모두 몸서리를 쳤다. '안돼지'. 한술 더 떠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와 테티스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이 올림포스의 주인이 된다"고 확실하게 못박는게 아닌가? 여신이지만 이제 테티스와 결혼할 마음을 품는 신은 없었다. 제우스와 포세이돈도 그녀를 인간과 짝을 지어줘 그녀의 아들이 신의 세계에 도전할수 없도록 하자는데 의기투합했다. 우애가 돈독하지 못한 형제지만 이런 권력의 문제를 놓고 힘을 모으지 않을수 없었다. 더구나 제우스는 헤라와의 인연을 고려해 자신의 구애를 거절한 테티스가 미웠다. 그녀를 벌주는 방법의 하나로 인간 남자와 결혼시킨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펠레우스에게 행운이 온 것은 펠레우스의 목숨을 구명한 켄타우로스 케이론 이었다. 케이론은 신들 사이에서 논의된 테티스건을 다 알고 있었고, 이를 펠레우스에게 귀뜸한 것이다. '여신과 결혼이라 !' 펠레우스는 쾌재를 불렀다. 그러나, 문제는 테티스. 영혼불멸의 자신이 필사의 인간과 결혼하면 결국, 자신은 살아남고 남편은 죽어 과부가 될 수 밖에 없는 노릇 아닌가? 아! 가련한 여인 테티스. 테티스는 한사코 결혼을 반대했다. 최고신 제우스의 뜻을 거역하기로 마음 먹은 당찬 여신이었다. 자유결혼인데 자신들이 뭐라고 중매결혼을 강요한단 말인가! "못된 최고신들" 그녀는 죽어라 쫓아다니던 펠레우스의 구애를 물리쳤다. 그러나, 거부도 한계가 있는법. 열번 찍어 안넘어가는 나무 있는가? 펠레우스가 쫓아오면 테티스는 바다뱀이나 사자, 표범, 호랑이, 나무, 새, 불... 온갖 사납고 징그럽고 무서운 존재로 변하면서 펠레우스를 피했다. 펠레우스의 포옹을 피하면 결혼을 하지않아도 됐던 것이다.
펠레우스가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바다뱀이나 사자를 포옹할리는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귀인 케이론이 펠레우스에게 귀엣말을 건넨다. "이봐! 징그럽거나 무섭다고 피하지마. 테티스가 인간과의 결혼을 피하기 위해 술수를 부려 변한 모습이야. 어떤 징그럽거나 무서운 존재라도 그것을 꼭 잡고 놓아주지마. 끌어안고 포옹하면 아름다운 여신의 모습으로 돌아오게 돼 있어. 그러면 너는 여신과 영광스런 결혼을 할수 있지". 테티스다 싶어서 쫓아가보면 번번히 흉칙한 짐승이어서 낙담하던 펠레우스는 힘을 얻었다. "아 그렇구나." 펠레우스는 다음날부터 테티스를 쫓아다닌 끝에 그녀를 꽉잡안은 뒤 힘껏 포옹해 여신으로 돌아온 테티스와 결혼에 골인할수 있었다.
펠레우스의 행운은 여자로 치면 신데렐라 콤플렉스나 마찬가지다. 요즘 SBS를 통해 방영되는 연속극 '파리의 연인'. 이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자극하는 연속극이 역대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얻는다는데... 연속극에 공감하든 안하든 펠레우스가 고생끝에 테티스와 맺어지는 과정은 평범한 여인이 고생끝에 재벌가 왕자님과 사랑하고 맺어지는 '파리의 연인' 과 닮았다. 한국 연속극 시청자들의 드라마 선호 수준, 좋게 말해 취향이 고대 그리스 시대로 돌아간 것인가?
펠레우스가 테티스를 포옹하는 장면은 여신과 인간의 [사랑과 결혼]이라는 드라마틱한 그리스 신화의 한 대목이어서 고대 그리스인들이 즐겨 사용하는 예술작품의 소재였다. 발견되는 도자기를 보면 B.C 6 c 이후 도자기 작품에 다수 존재한다. 도자기 그림에 전하는 내용은 크게 2가지다. 하나는 펠레우스가 테티스와 결혼하는 전제조건으로 테티스의 사랑승락을 얻기위해 도망가는 테티스를 쫓아가 꽉 끌어안는 장면, 다른 하나는 둘의 결혼식 장면이다. 결혼식 장면은 런던 브리티쉬 뮤지엄에 존재하는 큰 도자기 작품 하나만을 필자가 확보했지만, 펠레우스가 테티스를 쫓아가 포옹하는 장면은 각국에서 10여점 이상의 도자기 그림을 촬영할수 있었다. 수백년에 걸쳐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기법으로 그린 내용이다. 펠레우스가 테티스를 차지하는 장면은 물론 그리스 도자기 변천사도 들여다 볼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리스 도자기 양식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자세히 들여다보기로 한다. 여기서 소개하는 사진은 도자기 변천순서대로 다시말해 시대적으로 가장 오래된 도자기부터 나중에 나온 도자기 그림 순서대로 소개한다.
◆ 5. 펠레우스와 테티스의 결혼식 펠레우스와 테티스의 결혼식은 올림포스산에서 열리지 못했다. 펠레우스가 인간인 관계로 인간세상에서 열렸다. 요즘은 어느 한쪽 집안만 좋아도 최고의 특급호텔이나 기가막힌 장소에서 결혼식을 열수 있는데... 결혼식이 비록 올림포스 산에서 열리지는 못했지만 식의 규모는 올림포스산 어느 신에 못지않은 성대한 것이었다. 장소는 펠레우스의 후원자 켄타우로스 케이론이 사는 펠리온산. 하객은 최고신 제우스와 헤라 부부를 비롯해 올림포스의 주요한 모든 신과 뮤즈들... 모든이의 축복속에 결혼하는 장면은 런던 브리티쉬 뮤지엄의 도자기에 잘 그려져 있다. BC 580년 아테네에서 만들어진 코린트 양식의 도자기 그림이다. 화려한 기교의 포도주 항아리로 다리 부분에 말과 스핑크스등을 그렸다.
포도주를 담는 둥근 항아리 부분이 그림의 주표현 장소인데, 세부분으로 나뉘었다. 선을 그어 아래 두부분에는 역시 짐승등을 표현하고 맨 윗부분에 신랑 신부, 하객들을 빙둘러 표현했다. 오늘날 대통령이 결혼식 하객으로 참석하는 경우가 있는지 모르지만, 요즘 대통령 격인 제우스와 헤라 부부를 비롯해 하객들의 이름은 그리스어로 모두 적혀있다. 우리식으로 부조금 액수를 적어놓지는 않았지만, 신화에 따르면 훌륭한 선물은 각자 마련한 모양이다. 그중 후원자 케이론이 만든 물푸레나무 창과 포세이돈이 준비한 불사의 말 2마리가 가장 돋보이는 결혼 축하 선물이었다.
항아리가 둥근 형태이기 때문에 어디가 처음이고 끝이라고 말할수 없지만, 신랑 펠레우스를 가운데 중심으로 놓고, 왼쪽으로 돌면서 제우스의 뜻을 전하는 신들의 소식꾼인 여신 아이리스(이리스), 곡물과 풍요의 여신 데미테르, 불의 여신 헤스티아, 카리킬로, 아폴론과 아르테미스의 어머니인 레토, 디오니소스, 헤베, 그리고 펠레우스의 후원자 케이론이 서있다. 그옆은 테티스가 낳을 아들의 운명을 예언한 테미스, 님프, 그리고 제우스와 헤라 부부, 제우스의 딸인 3인의 미녀(Three Graces), 포세이돈과 암피트리테 부부, 아프로디테와 그녀의 연인 아레스, 뮤즈, 아폴론, 헤르메스, 운명의 여신(Fates), 아테나, 아르테미스, 오케아누스, 신부인 테티스, 에일레이티아, 헤파이스토스가 각각 마차나 말탄 모습 혹은 서있는 자세로 나오고, 이어 결혼식장이 그려졌다. 결혼식장 옆에는 도자기 그림을 그린 소필로스의 이름이 적혀있다. 그옆은 처음 본 신랑 펠레우스.
<펠레우스와 테티스의 결혼식 도자기 전경. 런던 브리티시 뮤지엄. 아르카이크기 후반기의 B.C 6c초 코린트 양식 도자기다. ⓒ김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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