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 모래에 맑은 물을 자랑하던 금강은 쪽빛을 잃고 온통 연둣빛 물감을 뒤집어썼습니다. 물 흐름이 느린 둔치 쪽에는 녹조 농도가 짙어 끈적한 페인트처럼 변해가고있고, 누렇게 부패하는 것도 있습니다.
일주일 뒤인 지난16일 백제보의 상태는 훨씬 악화됐습니다. 남조류 세포수가 1주 전보다 5배가량 증가한 10만8천셀을 기록했습니다. 수질예보도 관심단계에서 주의로 강화됐습니다. 녹조로 가득한 강물의 온도도 31도를 웃돌 만큼 치솟았습니다.
물속의 온도가 높아지면 용존 산소량이 줄어들고, 녹조 역시 밤사이 물속 산소를 빼앗아가기 때문에 물고기들은 숨쉬기가 쉽지 않은 것입니다. 다행히 집단폐사는 진행되지 않고 있지만 상황이 더 악화되면 물고기 떼죽음이 현실화 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합니다.
비 소식은 없고, 폭염도 수그러들 조짐을 보이지 않는 게 걱정을 더 키우고 있습니다. 녹조확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환경조건중 하나가 기온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물 순환이 제대로 안 되는 정체수역은 녹조에 취약합니다.
환경부와 수자원공사는 급한대로 금강의 숨통을 틔워 주기로 했습니다. 수중보 문을 열고 갇혀 있는 물을 흘려보내 녹조확산을 막아보겠다는 계산입니다. 수중보 방류시간은 19일 오전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6시간입니다.
세종보와 공주보는 초당 3백톤씩 내려 보내고, 하류에 있는 백제보는 초당 6백톤의 강물을 빼냈습니다. 올들어 수중보 문을 연 것은 지난 9일 이후 벌써 네 번째입니다. 녹조 농도가 짙은 곳에는 물 순환 장치인 수차를 돌리고, 조류제거 선박도 투입해 하루 400kg~700kg의 녹조를 걷어 내고 있습니다.
4대강 가운데 한강을 제외하고, 금강과 낙동강, 영산강에는 녹조확산에 따른 수질예보가 발령돼 있습니다. 특히 낙동강의 경우 4대강 사업으로 수중보가 생긴 뒤부터 매년 녹조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2년 전 금강에서는 큰빗이끼벌레가 창궐했습니다. 유해독성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수중보로 인해 강물의 흐름이 느려져 호수나 저수지 같은 고인물에 사는 큰빗이끼벌레가 금강에 집단으로 출현하게 된 원인을 제공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녹조역시 정체 수역에서 급속히 확산되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수중보의 영향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늦은 감은 있지만 물고기의 집단폐사가 일어나기 전에 물길을 열어주기로 해 다행입니다. 1회성 대증요법이어선 곤란합니다. 위기가 오기 전 한발 빠른 대처가 아쉽기도 합니다. 동그란 입을 뻐끔거리며 헉헉대는 숭어의 모습이 눈에 밟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