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주간신조의 영상을 한국어로 번역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차관] 오늘 말이지, 안아봐도 돼?
[여기자] 안 돼요.
[차관] 아? 남편은 바람 안 피우는 타입인가? 예산이 되면 바람 피우나? 손은 잡아도 되잖아? 손 잡아줄게. 가슴 만져도 돼?
[여기자] 안 된다고요.
[차관] 손 잡아도 돼?
[여기자] 그런 말, 정말 그만둬 주세요.
낯 뜨겁습니다. 일본 최고 관료인 재무성 차관이 말했다고는 믿을 수가 없습니다. 공무원 시험응시자들에게 재무성은 외무성, 경찰청과 함께 가장 인기 있는 부서 가운데 하나입니다. 특히 도쿄대 출신들이 가장 많이 지원하는 부서로 유명합니다. 재무성 차관이라면 관료로선 최고위인 셈입니다. (그 위의 정무관, 부장관, 장관은 정치인이 합니다.)
[기자] 음성파일 목소리가 본인이라는 걸 인정하는 겁니까?
[차관] 자기 목소리는 자기 몸을 통해 나오는 건데, 저는 녹음된 소리가 내 목소리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제 목소리라고 말씀하시는 분이 많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기자] 보통 사람이라면 자기 목소리인지는 알 텐데요.
[차관] 저는 어렸을 때부터 제 목소리가 테이프 녹음기에서 나오면 잘 모르겠더라고요.
[기자] 국회에서 답변하거나 TV카메라 앞에서 말하기도 했잖아요?
[차관] 그 음성을 들었을 때는 '이게 내 목소리인가?'라고 생각했습니다. 제 목소리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다수 있다는 것은 인식하고 있습니다.
후쿠다 차관은 이후에도 "전체 음성 파일을 다 들으면 성희롱 발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며 의혹을 계속 부인했습니다.
그런데, 뉴스가 거듭될수록 일본 사회의 반응이 이상해졌습니다. 한 정치인은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가스미가세키(정부기관 밀집지)에는 젊은 여기자가 많다. 그리고 많은 여기자들이 남성 기자들의 노력을 뒤로하고, 조금씩 취재원에게 파고든다. 취재원도 아저씨 기자보다는 여성과 이야기하는 것이 기분 좋을 것이다. 나쁜 것은 기자에게 여자라는 점을 무기로 해서 취재하도록 하는 언론사에 있다."
또 다른 온라인 칼럼니스트는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차관이 사임한 것은 사건 직후 솔직하게 대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희롱을 솔직히 인정했다면 사임까지는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치한은 위법 행위지만, 성희롱은 부도덕일 뿐이다. 성희롱을 인권침해라고 하는 것도 과도하고 위험하다. 사회적으로 용인할 수 있는 범위가 점점 없어질 우려가 있다."
이런 일본 사회의 반응에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와세다 대학의 야타가와 토모에 교수를 인용해 "피해자를 보호하려는 시각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대학생 시절 남자 선후배 친구들과 술을 마실 때, 신입사원 입사 직후 선배 사원에게, 심지어 소개팅 한두 번 만남 만에 이야기를 들은 사람도 있었습니다. 뭔가 사회적으로 '남성은 저런 이야기를 해도 어느 정도는 애교나 농담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 아닌가?'하는 분위기가 있다는 겁니다. 위 칼럼니스트가 말한 '사회적 용인도'라고 해야 할까요? 물론 일본 전체가 이렇다고 쉽게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일본 사회를 들여다보다가…혹시 일본 여성들의 이야기가 사실 우리 여성 분들에게도 일어나는 일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일본 차관의 성희롱 발언, 남의 나라 이야기로만 생각해도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