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하면 비트코인 2억 원어치를 산다. 즉시 국내 전자지갑에 보낸다. 남은 팀원이 국내 거래소에 매도한다. ‘김치프리미엄’ 덕에 15%, 많을 땐 30%나 차익이 붙는다. 출금한다. 나갔던 팀원들이 귀국한다. 수익은 즉시 나눈다. 다시 2~3명은 태국행 여객기에 몸을 싣는다. 기내에 들고 탄 가방엔 다시 2억 원이 들려 있다. 1명은 매도를 기다린다.
이하 무한 반복.
처음엔 인도네시아나 일본을 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100% 홍콩이나 태국 거래소만 찾는다. 현지 은행 계좌 개설이 쉽고, 가상화폐 시세와 수수료가 싸기 때문이다. 비행시간이 짧고 시차가 거의 없으며, 이동 경비가 적게 드는 것도 장점이다. 이들은 현지인을 고용하거나, 현지 교포 등 은행거래가 가능한 지인들의 도움을 받는다. 태국에선 현지 투자자라며 서류를 꾸며 제출하면, 외국인도 거래계좌를 만들 수 있다.
미화 만 달러, 우리 돈 천만 원 넘는 돈을 휴대한 채 출국하려면 세관출국검사관실의 심사를 받아야만 한다. 하지만, 여행 목적의 휴대 반출엔 법정 상한이 없어, 여행경비라고 우기면 세관 공무원이 이를 막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원정투기꾼들은 이런 법의 허점을 악용하고 있다.
기자가 입수한 수치를 보면 원정투기 폭증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원정투기가 처음 시작된 지난해 5월부터 올해 1월 17일까지, 인천공항에서 미화 1만 달러 이상 반출한 출국자들의 여행경비 신고 내역이다. 약 9개월 치 반출액수만 약 200억 원이다. 그런데 올해 들어 이 액수가 폭증세다. 17일 동안 121억 원이 반출된 것이다. 하루 7억 1천만 원꼴이다. 지난해 8개월간 해당 액수는 79억 원에 불과했다. 일일 반출액수를 비교하면 19배나 폭증한 것이다.
지난해 거액을 반출하는 건수는 54건. 올해 들어선 불과 17일간 105건이나 신고됐다. 하루 6명씩 나가는 셈이다. 상당수는 원정투기꾼에게 확인되는 출입국 패턴이 확인되고 있다. 가령 홍콩을 3~4일에 한 번 씩 반복적으로 드나드는 식이다. 한 번에 손에 들고 나가는 현금은 2천5백만 원에서 7천만 원 선이다. 최대 13억 원을 들고 나간 경우도 있다.
태국과 홍콩엔 일부 간혹 거액을 들고 원정도박을 떠나는 사람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거액 반출액이 여러 사람에 의해 폭증하는 현상은 전무한 일이다. 이들은 대부분 80년대 후반 출생한 자들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젊은 남녀들이다. 가상화폐 투자에 관심이 가장 많은 연령층이다. 때문에 관세청은 상당 금액을 원정투기자금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전 세계적 조정 쇼크에도 '김치 프리미엄'은 강고하다. 여전히 15% 이상 유지되는 상황이다. 투기 수요가 심한 국내 시장은 주기적인 시세 반등현상도 자주 나타난다. 특히 정부 당국자의 규제 강화 발표가 없는 주말이 되면, 스멀스멀 시세가 오른다. 원정투기꾼들은 이때 한국 시장에 매물을 내놓는 방식으로 시세 차익을 얻는다.
원정투기의 둑이 터졌다. 광풍은 둑마저 무너뜨릴 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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