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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 담배 15개비만큼 해롭다고?…영국·일본이 '외로움' 부처 만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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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거래 사이트를 통해서 함께 밥을 먹고, 산책할 친구를 찾는 사람들.

이제는 흔한 광경이죠.

이들을 모아 식사를 권했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는 고향 친구보다 가까운 동네 친구가 더 필요한 순간이 많습니다.

김우진/금천구 동네친구 모임 방장
"국밥 먹을 사람" 그럼 만나서 국밥에 소주 한 잔 하는 거고 진짜 바로바로 만날 수가 있죠.  집이 걸어서 5분 10분 정도 거리밖에 안 되는 사람들끼리 다 있으니까.

지 모씨/양천구 동네친구 모임 방장
또 비올 때 전집 지나가면 냄새가... 보통 그렇게 해서 하면 단톡방에 글을 올리면 같은 마음이에요. 그래서 만나서 먹기도 하고. 

김우진/금천구 동네친구 모임 방장
퇴근하고 집에 저녁에 오면 아무도 날 반겨주지 않는 차갑게 식은 방이 딱 들어가잖아요. 
그 순간에 공허함을 많이 느껴요. 저는 보통 혼자 밥 먹는 게 싫어서 밥을 많이 안 먹었어요. 이제 그런 부분들을 좀 채울 수가 있으니까...

지 모씨/양천구 동네친구 모임 방장
혼자 산 지 저는 꽤 됐거든요. 거의 20년 가까이 왔는데 흔적이 없는 게 되게 외로운 거예요.
예를 들어 그냥 여기 빗을 놨으면 그 빗이 그냥 그대로 있다는 거죠. 다 내가 그냥 움직였던 그대로지 뭐 특별히 바뀌는 게 없잖아요. 그게 더 외롭게 하는 것 같아요

물론, 같은 상황에서 느끼는 외로움의 크기는 제각각입니다.

하지만 설문과 통계는, 외로운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다른 어려움도 함께 겪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외로움을 자주, 항상 느끼는 사람이 잘 느끼지 않는 사람보다,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한 적이 있는 경우가 4배 가까이 높고, 우울함을 느끼는 정도도 높았습니다.

걱정은 더 많은 반면, 행복감이나 삶에 대한 만족은 떨어졌습니다.

이윤석 /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
일반적인 연구에 따르면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서 하루에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있다고 해요.
(글로만 봤는데 실제 연구 결과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보통 우리가 얘기하는 여러가지 유병률, 암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병들이 일어날 가능성이,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은 담배를 피우는 사람만큼 크다는 얘기죠.

허규형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늘 진료 받던 분도 외로움이 주된 스트레스 원인이었는데 / 이번 달(10월)에 연휴가 많았잖아요. 연휴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까 외로움이 커졌고 그 중에서 이 분이 사실 힘드신 건 지하철 탔을 때의 공황 증상인데 공황 증상이 외로움 때문에 이번 달에 더 심해지셨더라고요. 이런 식으로 불안, 강박, 우울, 불면, 식이 등 모든 문제가 다 이 외로움으로 인해서 생길 수 있습니다.

사회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습니다.

이윤석 /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
경우에 따라서는 주변 사람들한테 아주 심각하게 해를 끼칠 수 있는 중요한 사회 문제라고 얘기할 수 있죠.

(한국이 다른 나라보더 다 심각한지?)

현재 우리나라 '삶의 질'이 OECD 33개국 중에서 32위고요, 특히 안 좋은 게 사회적인 고립도 입니다.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을 해서 이런 심각한 문제가 사회적으로 안 열려 있는 게 참 안타까울 뿐입니다. 

해외에선 이 '외로움'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2018년 세계 최초로 ‘외로움부 차관’직을 신설했고요,

다이애나 배런 / 영국 외로움부 차관 (지난해 4월)
"내 말은, 우리 모두는 우리 자신의 외로움에 대해 걱정하지 않았다면 분명히 우리가 걱정하는 다른 누군가에 대해 걱정했을 것입니다"

일본은 작년 2월 ‘고독·고립 담당 장관’을 임명하고 총리관저 내각관방에 고독·고립 대책실을 출범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은 아직 초기 단곕니다.

일부 지방정부가 조례를 만들기 시작했지만, 고립이나 고독사에 치중돼 있고 외로움은 부차적인 문제로 볼뿐입니다.

전문가들은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허규형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외로움을 고독, 혼자 남은 공허함 이런 쪽으로 생각하시기 보다는 '한적함'으로 생각하시면 그 뒤에 드는 고통은 그만큼 줄어들 수 있을 겁니다.

이윤석 /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
다른 사람과 공간을 꼭 같이 사용하지 않더라도 내가 나의 감정을 드러내고 다른 사람들이 그 감정을 이해하고 서로 공감하고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내가 아주 조그마한 일이라도 이런저런 일을 해내면서 그 여러 일들을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성취감. // 내가 내 자신에 대해서 자신감이 생기게 되고요. 

(이 모임을 하면서는 외로움이 조금 해소가 됐어요?)

지 모씨/양천구 동네친구 모임 방장
그렇죠 

 SBS 김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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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LA 외로움 지수를 직접 측정할 수 있는, 국내 연구진들이 한국어로 개발하고 번역한 사이트도 공개합니다.
https://link.pmirnc.io/lonely

(취재: 김혜민 / 영상취재: 이승환 신동환 / 편집: 홍경실 / 작가: 김채현 / CG: 성재은 / SBS Digital 탐사제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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