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엄마, 아빠 나 키워줘서 고마워 수고 많았어. 건강하게 살게. 나랑 오래오래 같이 살자." 20대 초반 악성 유방암에 걸려 시한부 선고까지 받았던 김단우 씨입니다. 긍정의 힘 하나로 견디기 힘든 고통을 이겨내던 김 씨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전해줬습니다.
저희가 지난해 여름 이 소식 전해 드렸었는데 아홉 달이 지난 지금, 김 씨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조동찬 의학전문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정기검진 받으러 온 김 씨에게 안부를 묻자 팔뚝을 걷어 보였습니다.
암세포가 터져 곳곳에 시뻘건 멍 자국이 생겼습니다.
[김단우(24세)/말기 암 투병 중 : 배낭을 메도 등이 아프고 어깨에 있는 종양들이 아프고 가발만 써도 머리에 있는 종양이 아프고.]
그새 큰 고비가 있었다고 털어놨습니다.
[이런 데 있으면 막 톱으로 이렇게 잘라내는 것처럼(아팠습니다.)]
항암제에 내성이 생긴 게 문제였습니다.
석 달 시한부 선고받을 때보다 더 절망적이었습니다.
[그냥 약에게도 버려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너무 좀 우울하고 절망적이어서 이렇게 해서라도 오래 사는 게 의미가 있을까….]
[김효송/세브란스병원 혈종내과 교수 : 까맣게 보이는 부분은 다 암이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을 하시면 됩니다. 이렇게 팔, 어깨. 그리고 어깨 부분, 팔, 그리고 이제 폐. 그리고 허벅지 (까지 퍼진 상태입니다.)]
지난달 실의에 빠져 있던 김 씨에게 뜻밖의 연락이 왔습니다.
사연을 전해 들은 마술사 이은결 씨가 공연 초대장을 보낸 겁니다.
[너무 기뻐서 휴대전화 집어 던지고. 그러면서 너무 기뻐서….]
작은 기쁨을 크게 만들어 절망을 날려버리는 김 씨의 장기가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술처럼 병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새로 선택한 항암제는 암 증식을 멈췄고, 통증도 줄어들었습니다.
[어깨에 메는 가방도 아파서 여기에 막 걸고 다니면 여기도 종양이 있어서 또 여기로 옮기고 이제 그냥 손으로 이렇게 들고 다니고 이랬었는데 지금은 그냥 어깨에 메고 이렇게 다닐 수 있어요. 항상 어디가 아팠었는데 '어디가 아프지 않을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잠시 미뤘던 평창 동계 올림픽 자원봉사 준비도 다시 시작했습니다.
[일본어는 원래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일본어는 뭐. 그거는 재밌었고 중국어는 지금 완전히 뭐 헤매고 있죠.]
말기 암과 싸운 지 4년.
긍정의 힘이 고통을 이길 수 있다는 사실을 김 씨는 굳게 믿고 있습니다.
['아프지 않은 삶이 이렇게 행복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거 같아요.]
(영상취재 : 장운석, 영상편집 : 오영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