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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순간까지 손에 꼭…머리카락 13가닥의 진실



2003년 4월 서울 삼전동 빌라의 반지하 방.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 전 모 씨와 그녀의 오빠, 그리고 예비 신랑은 양가 상견례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기분 좋게 술자리를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불과 한 시간 뒤, 행복했던 남매와 예비 신랑은 처참한 모습으로 숨져있었습니다.

사건 현장은 미스터리였습니다. 도난 당한 금품도, 외부 침입의 흔적도 없었습니다. 심지어 남매가 키우던 애완견 조차 짖지 않았습니다. 날카로운 흉기에 여러 번 찔린 이들의 몸에는 제대로 저항한 흔적 조차 없었습니다.

목격자도 CCTV도 없는 상황. 심지어 사건 현장은 불에 타 증거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숨진 세 사람을 둘러싼 의문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습니다.

현장에 남은 유일한 단서는 예비 신부 전 씨가 죽음의 순간까지 손에 꼭 쥐고 있던 머리카락 13가닥 뿐. 하지만 기대했던 국과수 유전자 분석 결과는 절망적이었습니다. 모발의 모근이 없어서 증거로 채택할 수 없다는 겁니다. 쉽게 풀릴 것 같았던 수사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주목되지 않은 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숨진 남매의 어머니 박 모 씨. 사건 당일 어머니 박 씨의 행방은 의뭉스럽습니다. 사건 발생 직전, 집을 나와 내연남의 집으로 간 박 씨. 그러나 택시를 탔다는 박 씨의 진술을 뒷받침 할 수 있는 목격자는 없습니다.

또 평소 돈 문제로 동네 주민과 사채업자들로부터 쫓기고 있던 박 씨가 남매가 사망하기 몇 개월 전 거액의 보험에 가입한 뒤 남매의 사망 직후 수령해 간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남매와 예비 사위가 사망한 지 1년 뒤, 어머니 박 씨는 프랜차이즈 음식점의 대표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 사이 DNA 분석 기술의 발달로 머리카락 속에 숨어 있던 정보가 12년만에 풀렸습니다.

예비 신부가 죽음의 순간까지 꼭 쥐고 있던 머리카락이 그녀와 그녀의 오빠 그리고 어머니 박 씨와 동일한 것으로 밝혀진 겁니다.

범죄전문가들은 세 사람의 사망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가장 큰 사람이 범인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경찰은 어머니 박 씨를 용의자로 보고 수사를 벌였지만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생애 가장 행복한 순간을 앞두고 잔혹하게 살해된 세 사람. 그들의 억울한 죽음을 풀 수 있는 시간은 이제 3년도 남지 않았습니다.

(SBS 스브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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