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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세종의 궁궐에서 펼쳐진 구찌 쇼…마무리도 명품이었나

<앵커>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그젯(16일)밤 경복궁에서 열렸던 명품 구찌패션쇼 같습니다. 장선이 기자가 아까 뉴스로 전해 드리기도 했는데 이게 경복궁의 아름다움을 연출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지만 소란도 좀 있었다고요?

<기자>

이탈리아의 패션 브랜드인 구찌가 우리나라 조선의 왕들이 걸었던 길을 모델들의 런웨이 무대로 이용했죠.

국보인 경복궁 근정전과 회랑에서 2024 크루즈 패션쇼를 열었는데요.

경복궁이 해외 패션 브랜드에게 패션쇼를 허용한 것도 처음이고요. 구찌가 아시아에서 크루즈 패션쇼를 개최한 것도 처음입니다.

우리나라 4대 고궁 중에서도 가장 의미가 큰 경복궁을 외국 브랜드 패션쇼에 내줬다는 게 좀 껄끄럽다는 여론도 있긴 했지만요.

경복궁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음악회나 야간 행사들이 자주 열리는 편이기는 합니다.

지금까지 해외에서 전례로 봤을 때도 구찌는 자국 이탈리아에서도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몬테 성이나 피렌체 피티 궁전 또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사원처럼 유럽에서도 문화역사적으로 의미 깊은 곳만 엄선해서 패션쇼를 해왔다는 이미지가 있는 데다가요.

아름답기로 소문난 경복궁의 야경을 최대한 살린 연출이 세계적으로 이목을 끌었다는 측면도 있어서요.

구찌에게 경복궁 패션쇼를 허용한 문화재위원회의 결정 자체는 참신한 시도였다는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다만 방금 앵커가 얘기한 대로 패션쇼가 끝나고 어제 새벽까지 이어진 경복궁 인근 건물에서의 뒤풀이 행사에 참다못한 인근 주민들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까지 빚어졌죠.

새벽까지 시끄럽기만 했을 뿐 아니라 지나친 조명 때문에 인근 주민들에게는 심각한 공해가 됐던 탓에 불편 호소가 잇따랐던 겁니다.

<앵커>

지난달에 서울 잠수교에서 패션쇼 열었던 루이비통도 또 비슷한 일이 있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루이비통은 24시간 동안 한강 잠수교의 교통을 통제하고 이렇게 패션쇼를 열었습니다.

역시 잠수교 특유의 분위기를 잘 살린 멋진 연출이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한강 24시간 통제에 대한 사전 홍보가 미흡했다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마라톤 같은 행사를 하면 사실 교통 통제를 할 때가 있기는 하죠.

하지만 24시간 통제는 흔한 일이 아닌 데다가 통행량이 안 그래도 많은 서울 한복판 다리에서 24시간 동안 통제를 했는데 고지가 미리 충분하지 못해서 서울시와 루이비통이 같이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한국에서 명품 브랜드들이 이례적으로 중요 쇼들을 잇달아 선보이는 데 대해서 지금 명품 산업에 있어서 한국의 상황에 대한 여러 시각들이 엇갈립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1인당 명품 소비가 가장 많은 나라였습니다.

2021년보다 24%나 늘어나면서 총 21조 원 정도의 매출이 일어났습니다.

모든 한국인이 연간 40만 원 정도를 명품에 썼다고 볼 수 있는 규모입니다.

매출 규모 전체로는 세계 7위, 사실 명품 소비는 대체로 그 나라의 GDP 규모 순위와 비슷하게 간다고 보통 유통업계는 분석하는데요.

그렇게 치면 우리는 GDP 규모로 세계 10위니까 사실 지금 벌고 있는 것보다 명품 소비는 약간 더 하는 편이기는 합니다.

그런데 유럽 명품브랜드들이 꼭 돈을 많이 쓴다고 해서 이렇게 너 나 할 것 없이 패션쇼 무대까지 옮겨오지는 않습니다.

이를테면 가장 큰 손인 미국은 그렇다 치고 2위인 중국보다 최근에 아시아에서 한국을 중점에 두는 건 K-팝 같은 한국 대중문화의 위상이 올라가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도 분석됩니다.

지금 우리나라 K-팝 대표 아이돌들이 하나같이 세계적 명품 브랜드들의 이른바 앰배서더 모델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죠.

<앵커>

이런 걸 보면 우리 문화 산업이 세계적인 명품 업체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는데 그만큼 우리도 영향을 좀 많이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사실 명품 브랜드들이 10대 K-팝 스타들을 앞다퉈 기용하는 건 이제 명품 시장의 소비자층으로 편입되고 있는 10대와 20대 초반에게 소구하려는 목적이 큽니다.

이른바 Z세대가 처음 명품을 소비하기 시작한 나이가 평균 15세라는 집계도 있습니다.

[오린아/이베스트투자증권 수석연구원 : K팝 아이돌처럼 좀 어린 분들이 이런 글로벌 명품 업체들의 '앰배서더'로 활동을 하다 보니까…(스타들이) 중학생·고등학생 이러니까, 선망하는 친구들이 저희 과거에 S.E.S나 H.O.T 입었던 옷 같이 따라 입었던 것처럼 그런 흐름으로 되고 있는 것 같아요. (SNS를 통해) 내가 뭘 하고 뭘 소비하고 뭘 먹고 사는지 이런 것들을 남들과 계속 보게 될 거다 보니까 그런 것들을 선망하는 욕구는 계속 있지 않을까…그게 또 명품 소비를 계속 이끌어 주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명품 브랜드들이 우리 시장과 문화를 존중해서 자기들의 자존심이 달린 패션쇼를 이례적으로 한국에 가져오는 것이기도 하지만요.

더 나아가서 잡음 없이 행사를 마무리하는데 좀 더 신경을 쓰고 또 돈은 우리에게서 벌어서 사회 공헌은 유럽에만 집중한다는 오래된 비판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는 모습까지 보려면 우리 소비자들도 좀 더 까다로워질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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