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누가 어디서 얼마를 썼는지, 곧바로 국세청에 통보됩니다. 그런데 세무당국도 모르게 카드 결제가 이뤄지는 곳이 있습니다. SBS 끝까지 판다팀이 이렇게 신종 탈세가 이뤄지는 곳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 그 실체를 추적했습니다.
김관진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강남의 한 일본식 선술집.
술과 안주를 주문하자 여성 도우미들이 차례로 들어옵니다.
[업소 직원 : 1번, 2번, 3번, 4번, 5번, 6번, 7번이에요. 번호 잘 기억하고.]
실내 장식만 선술집일 뿐 유흥주점과 다를 게 없습니다.
회원가입 후 예약을 해야만 출입할 수 있을 만큼 인기입니다.
업종을 확인해봤습니다.
엉뚱하게도 경영 컨설팅이 나옵니다.
지난 2018년 4/4분기 석 달간 이 업소가 세무당국에 신고한 매출액은 1억 5천여만 원.
하지만 같은 해 12월 한 달, 카드로만 1억 2천만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현금 매출은 무시하고 카드 매출액만 따져도 절반 이상 줄여서 신고한 것으로 의심됩니다.
그럼 그동안 업소는 어떻게 매출을 숨길 수 있었을까.
보통 신용카드 결제는 누가 얼마를 썼는지, 가맹점별 내역이 밴사를 거쳐 국세청에 매일 통보되기 때문에 매출액을 속일 수 없습니다.
그럼 앞서 보신 업소, 축소 신고의 비밀은 이 단말기에 있습니다.
일반 카드 결제 단말기와 비슷해 보이지만 이 단말기는 페이먼트 게이트웨이, PG 업체 단말기입니다.
PG사는 신용카드사와 직접 가맹점 계약을 맺기 어려운 인터넷 혹은 영세 업체 사이에서, 일종의 대표 가맹점 역할을 합니다.
다른 카드사 가맹점처럼 PG 업체 매출은 매일 국세청에 들어가지만 PG 업체 아래에 있는 가맹점 매출은 분기 단위로 국세청에 통보하면 됩니다.
문제는 PG 업체 아래 결제 대행업 등록도 없이 불법으로 2차 가맹점을 모집하는 미등록 PG 업체에서 발생합니다.
국세청에는 1차 가맹점인 미등록 업체 매출까지만 전달되기 때문에 미등록 업체 아래에 있는 2차 가맹점 매출은 세무당국의 감시를 벗어나게 됩니다.
2차 가맹점 매출을 떠안은 미등록 PG 업체는 비용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수익을 줄여 세금을 줄이거나 아예 폐업신고를 해 세무 당국의 추적을 따돌리기도 합니다.
[미등록 PG 업체 직원 : 여러 가지 이름과 형태로 영업하고 있는 (미등록) PG사들이 거의 한 전국에 1천여 개 정도 된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앞서 취재진이 찾았던 업소 대표는 해당 PG 업체에서 세무신고를 알아서 처리해준다고 말해 따랐을 뿐 의도적으로 탈세한 건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또 원래 유통업 등을 하려고 경영 컨설팅 등록을 했다가 나중에 해당 주점을 열게 된 것이며 가게는 이미 다른 사람에게 넘긴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내일(14일)은 미등록 PG 업체들이 절세라고 속여 영세 상공인들까지 탈세의 위험으로 내모는 실태를 파헤치겠습니다.
(영상취재 : 배문산, 영상편집 : 조무환, CG : 홍성용, VJ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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