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복부 지방 제거 수술을 받은 한 여성의 배 속에서 수술 도구가 석 달 만에 발견됐습니다. 비행기를 탈 때마다 금속탐지기가 삑삑 울려서 엑스레이를 찍어본 뒤에야 알 수 있었습니다.
이현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여행사를 운영하는 47살 박홍화 씨입니다. 일 때문에 공항을 자주 오가는데 언제부턴가 공항 검색대를 통과할 때 금속탐지기가 울리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공항 직원이 이상하다며 권유해 엑스선 촬영을 했는데 상상도 못 한 결과에 눈을 의심했다고 합니다.
[박홍화/의료사고 피해자 : "배 속에 의료기구가 들어있는 건 알고 있나요?"라고 묻더라고요. 내가 "무슨 의료기구요? 에이, 장난하지 마세요"라고 했더니 컴퓨터 사진을 딱 돌려서 보여주니 가위 모양으로 된 의료기구가 쇠로 된 거 있더라고요.]
지난해 12월 박 씨는 수원의 한 의원에서 복부 지방 제거 수술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수술 뒤 의료진이 10에서 15cm 길이로 보이는 의료용 집게를 배 속에 그대로 둔 채 절개 부위를 봉합했던 겁니다.
수술이 끝나면 수술 도구의 개수를 세어 가며 정리해야 하는데 의료진이 그런 기본적인 절차를 지키지 않았던 걸로 보입니다.
박 씨는 수술 뒤 통증이 계속돼 의원 원장에게 얘기했지만, "경과를 보자"며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다 엑스선 사진을 보여주자 원장은 바로 수술 도구를 빼주었습니다.
[박홍화/의료사고 피해자 : CD는 제가 갖고 왔어요. CD를 넣고 보더라고요. 그러더니 다짜고짜 수술을 해야 한다고, 빼야 한다고…]
보상 협의가 여의치 않아 박 씨가 변호사를 선임하고 나서야 원장은 문자 메시지로 사과의 뜻을 전했다고 합니다.
원장은 "대한의사협회 의료배상공제조합을 통해 보상하겠다"고 하면서 취재진과 접촉은 거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