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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 트로트 제작자가 성폭행…피해자 더 나와선 안 돼"

<앵커>

미투의 파장은 다시 가요계로 번졌습니다. 트로트 가요계에서는 돈줄을 쥔 음반제작자의 힘이 작사나 작곡가보다 클 수밖에 없는데, 국내의 한 유력 제작자가 성추행과 성폭행을 했다는 피해자의 폭로가 나왔습니다. 피해 여성은 40년 경력의 유명 작사가입니다.

김관진 기자입니다.

<기자>

70~80년대에 여러 히트곡을 써낸 작사가 이 모 씨에게 2014년 겨울은 악몽과 같습니다. 함께 음반 작업을 하던 제작자 A 씨에게 수차례 성추행을 당했고, 급기야 사무실에서 성폭행까지 당했다는 겁니다.

[작사가 : 제가 소파에 앉아서 TV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저를 확 밀친 겁니다. 그리고 막 위에 상체를 막 더듬고.]

사무실에는 둘만 있던 상황이라 도움을 청할 수도 없었다고 떠올립니다.

[작사가 : (제작자가) 체격이 크고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입장에서 그런데 제가 아무리 저항을 해도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끔찍한 피해당하고도 A씨와 계속 작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합니다.

A씨는 트로트 가수 출신으로 신인 가수의 음반을 잇달아 성공시켜 업계에서 탄탄한 입지를 가진 제작자였습니다. A씨에게 일감을 받아야 하는 작사가 이 씨는 힘없는 '을'에 불과했던 겁니다.

[작사가 : 정신과 치료를 받기 시작했잖아요. 제가. 저 자신에 대한 혐오. 공황장애, 불안장애, 또 수면장애, 우울증. 이것 때문에 견딜 수가 없어서….]

그렇게 4년을 참아온 이 씨는 최근 미투 운동을 보고 용기를 냈습니다. 다른 피해자도 알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더 이상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나와선 안 된다는 결심이 섰습니다.

[작사가 : 제가 이제는 망설일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40년 동안 작가 생활을 했는데 이게 끝난다 하더라도….]

사건 이후 이 씨에게 "잠시 정신이 나갔나 본데 무식하게 행동한 거 반성합니다"는 문자까지 보냈던 A씨는 최근 돌변했습니다.

취재진에게 처음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다가 나중엔 합의 아래 이뤄진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뒤늦게 문제를 삼는 이 씨가 제정신이 아니라고도 말했습니다.

[제작자 : 피아노를 치면서 작업하다 보니까 조그만 스킨십이 있고 이러다 보니까. 이게 버릇일 수도 있잖아요, 남자라는 게.]

A 씨는 이 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기억만으로 자신의 피해를 입증해야 하는 이 씨는 또 다른 피해자의 용기있는 고백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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