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진의 충격을 조금씩 잊어가던 포항 시민들 입장에서는 어제(11일) 지진은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고향이지만 이제는 살 수 없는 곳 같다는 뉴스 속 한 시민 이야기가 분위기를 말해줍니다.
송성준 기자가 피해 현장을 살펴봤습니다.
<기자>
포항시 흥해읍의 한 소규모 아파트. 주차장에 설치된 CCTV가 3초가량 심하게 흔들립니다. 10여 분 뒤 불안해하던 입주민 차량이 빠져나가기 시작하고 피난 행렬은 20여 분간 이어집니다.
[박월향/아파트 입주민 : 차 타고 학교도 가고 도로 가에 차가 비좁도록 올라갔어요. 저쪽 포항에서 와서.]
또 다른 아파트. 안방 천장이 무너져 시멘트 블록과 나무합판이 속살을 드러냈습니다.
잠자던 주민을 덮쳤다면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뻔한 일. 결국, 간단한 생필품만 챙겨 동생 집으로 피신했습니다.
[유필연/입주민 : 진동이 끝나고 불을 켜보니 이렇게 돼 있어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진짜. 제가 만약에 죽었으면 어떻겠나 싶은 게.]
지난해 11월 15일 강진으로 출입이 통제된 대성아파트 입주민들도 모두 이주했습니다.
이 아파트 동은 철거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주민 대다수가 이사를 해 을씨년스럽기만 합니다.
보강공사를 하는 인근 아파트 주민들도 지진에 놀라 이재민들이 모여 있는 흥해 실내체육관으로 긴급 피신했습니다.
[차구필/지진피해 아파트 주민 : 흥해라는 곳이 제가 고향인데도 도저히 여기서는 살 수 없는 곳이라는 것을 확실히 느꼈어요.]
흥해 체육관에서 석 달 가까이 대피소 생활을 해오던 이재민들도 급히 대피했는데 온종일 여진의 두려움에 떨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