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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살려줘" 가족인 척 대역…교묘해지는 보이스피싱

<앵커>

전화금융사기, 이른바 보이스피싱 수법이 날로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검찰이나 국세청 같은 기관을 사칭하는 수준을 넘어 이제는 가족을 납치했다면서 직접 목소리를 연기해 들려주기까지 했습니다.

박찬근 기자입니다.

<기자>

48살 조명형 씨는 사흘 전 발신 번호가 국제전화로 찍힌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여동생을 데리고 있다며 대뜸 돈을 요구하는 전화 속 남성.

[보이스피싱 협박범 : 아저씨, 지금 나한테 뭐했는데 이래라저래라 하는 거야, 어? 죽고 싶어? 돈 할 수 있냐고 지금.]

[조 씨 : 아니, 그러니까 그래도 동생이 좀 괜찮은지 좀 봐야 될 거 아닙니까?]

동생을 바꿔 달라고 재차 요구하자, 이 남성은 정말 한 여성을 바꿔줍니다.

[보이스피싱 협박범 : 동생 내가 바꿔줄 테니까 야, 야. 데리고 와봐. 울지 말고 제대로 얘기 못 해? 어? 돈 얘기를 해.]

[조 씨 여동생 사칭 역할 : 오빠, 오빠, 오빠.]

[조 씨 : 그니까 일단은 울지 말고 제대로 얘기해보라고.]

[조 씨 여동생 사칭 역할 : 다리가 아파, 오빠 나 무서워, 좀 살려줘.]

[보이스 피싱 협박범 : 내가 지금 필요한 것이 2만 불이에요. 아저씨.]

[조 씨 : 지금은 저희가 어떻게 합니까? 저희가.]

[보이스피싱 협박범 : 너 지금 나하고 지금 장난해? 야 칼 들고 와. 안 되겠다 야. 야, 소리 좀 들려줘야 되겠어.]

조 씨는 전화 속 여동생 목소리가 조금 이상했지만, 동생을 해치겠다고 위협하는 통에 사기인지 판단하기가 어려웠다고 말합니다.

[조명형/보이스피싱 피해자 :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심장이 너무 뛰었고요. 순간적으로 어떻게 할 방법을 못 찾겠더라고요.]

전화를 끊고 30분 뒤 직접 캐나다에 사는 여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가 된 뒤에야 안도했습니다.

[공정식/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 : 가장 공포스러운 상황은 가족이 위기 상태에 있는 거죠. 그런 상태에서는 합리적인 판단 자체가 안 되기 때문에.]

올해 상반기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월평균 173억 원으로, 지난해 월평균 160억 원에 비해 8% 늘었습니다.

[권순표/금융감독원 수석 조사역 : 전화 오면 끊으라고, 끊고 확인하라고 하거든요. 납치나 협박 전화를 받으면 결국은 납치당했다는 분들의 안전부터 확인을 해야 됩니다.]

이미 돈을 송금했을 때는 30분 안에 은행이나 경찰, 금감원에 지급 정지 신청을 해야 합니다.

(영상취재 : 김성일·전경배, 영상편집 : 김종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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