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숨 멎어 촌각 다투는데…구급차 심폐소생 약품 '무용지물'

<앵커>

병원 도착 전에 급성 심정지로 숨진 사람이 지난 2015년 한 해에만 2만 7천 명에 육박합니다. 한 명이라도 살리기 위해서 환자 이송 구급차에 심폐소생을 위한 의약품을 의무적으로 탑재하도록 했습니다. 그래서 약품이 비치는 돼 있는데, 쓰이지 않고 폐기되고 있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송인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119구급대원들이 심장이 멎은 40대 남성에게 심폐소생술을 합니다. 스마트폰으로 의사 지시를 받아 약물도 투여합니다.

[응급의학 전문의 : 흉부 압박 깊고 강하고 빠르게 (해주세요.) 아미오다론(항부정맥제) 300mg 바로 준비해주십시오.]

이 환자는 목숨을 구했습니다. 119건 민간이건 간에 모든 구급차에는 심폐소생에 필요한 약물을 반드시 비치하게 돼 있습니다.

[오충교/인천남부소방서 소방장 : 기본 심폐소생술도 중요하지만, 전문 약물이 투여돼야 소생으로 연결되거든요.]

하지만 환자 심장이 멎어 죽어가도 이 약을 쓸 수가 없습니다. 현행법상 의사의 지시 없이는 구조대원이 투약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최미성/민간 응급구조사 : 이 약을 쓰면 분명히 좀 더 생명이 연장되는데 그렇지 못하고 (환자를) 방치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저희는 알고 있잖아요.]

구급차에 일일이 의료인이 함께 탈 수 없기 때문인데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마트폰으로 의사 지시를 받아 투약하는 시범 사업을 3년째 시행 중입니다.

그 결과 지난해 환자의 심장박동 회복률은 2.8배, 뇌 기능 회복률은 1.6배 증가했습니다.

그런데도 보건복지부는 모든 구급차로 확대하지 않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 : 전체적으로 확대하려면 안전하고 관련되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저희가 좀 더 검증이 필요해서….]

하지만 이미 심장이 멎은 환자에 대한 심폐소생 약물 투여는 안전성과 크게 상관없다는 게 의료계의 대체적인 견해입니다.

[우재혁/가천대 길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 (심폐소생 약물을) 멀쩡한 사람한테 썼을 때는 부작용이 날 수 있지만, 심정지 환자한테는 써도 부작용이 날 건 없습니다.]

[김명연/자유한국당 의원 : 이미 시범사업에서 검증됐기 때문에, 이 (스마트 의료지도) 사업을 응급사고 현장에서 전면적으로 시행해야 합니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응급구조사가 의사의 지시가 없더라도 심정지 환자에게 심폐소생 약물을 투여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공진구, 영상편집 : 채철호)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